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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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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M] 내란 1년에도 치솟은 달러값‥'쿨'하지 않은 고환율

[인싸M] 내란 1년에도 치솟은 달러값‥'쿨'하지 않은 고환율
입력 2025-12-07 11:15 | 수정 2025-12-0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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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싸M] 내란 1년에도 치솟은 달러값‥'쿨'하지 않은 고환율
    다시 만난 '1,400원대' 환율
    [인싸M] 내란 1년에도 치솟은 달러값‥'쿨'하지 않은 고환율

    MBC뉴스데스크 (2025.12.4)

    주유소에서 기름 넣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5.9%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제유가는 떨어졌는데 환율이 더 크게 올랐기 때문입니다. 12월 5일 주간 기준(오후 3시 30분) 원달러 환율은 1,468.8원. 이제 이 정도 환율을 '뉴노멀'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지난해 12월 3일 '내란 사태' 직후 원달러 환율은 급등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공세가 나오기도 전인데 우리 경제에 위기감이 엄습한 탓입니다. 2024년 11월 기준 1,393원이던 평균 원달러 환율이 한 달 만에 1,434원으로 폭등했고 올해 4월까지 내내 1,400원대 중반에 머물렀습니다. 지난 5월이 돼서야 1,300원대로 낮아지며 한풀 꺾이는 듯하더니 10월부터는 다시 1,400원대로 회귀했습니다. (한국은행. 원/미국 달러 자료. 2025.12.1)

    우리가 특히 고환율에 예민한 건 과거 IMF 시절의 충격과 고통을 잊지 못하기 때문일 겁니다. 정부도 최근 환율을 심상치 않게 보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와 복지부, 한국은행, 국민연금이 참여하는 4자 협의체도 열렸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대외순금융자산이 1조 달러를 넘는 만큼 외환 위기를 운운할 상황은 결코 아닙니다.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을 보여주는 외평채 가산금리나 신용부도스와프(CDS) 모두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환율은 귀신도 모른다는 말이 있죠. 이른바 전문가들조차 자주 틀릴 만큼 환율 예측은 어렵습니다. 달러를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사이의 수요 공급 곡선만으로 단순화할 수 없는 변수들이 많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정책당국의 원인 분석은 분명합니다. 달러화 대비 유독 우리 원화 가치만 하락한 이유는 국내 기업과 개인이 일제히 해외 투자에 나서면서 '쏠림'이 심해졌다는 겁니다.

    '쿨'해서 해외 투자(?)


    '서학 개미'로 불리는 개인들의 해외 투자는 최근 두 달만 봐도 급격히 불어났습니다. 지난 10월 미국 주식을 순매수한 금액은 68억 달러를 넘겼고, 11월에도 60억 달러에 육박할 정도였습니다. 미국 증시에 투자하려면 원화를 주고 달러를 사야겠죠. 달러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니 원화 가치가 하락하는 효과를 냅니다.

    그런데 이 상황을 놓고 고위 당국자들의 아쉬운 발언도 눈에 띕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최근의 환율 변동을 놓고 "우리나라만의 굉장히 유니크한 현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젊은 분들이 하도 해외에 투자를 많이 해서 왜 이렇게 많이 하냐고 물어봤더니 답이 '쿨하잖아요'"라고 나와 깜짝 놀랐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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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기자간담회, 11월 27일)와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세종청사, 11월 26일)

    '쿨한 젊은 투자자들'도 없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국내보다 해외 시장의 수익률이 더 낫다는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을 모두 평가절하할 수만도 없습니다. 앞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해외주식 투자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강화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해석할 만한 언급을 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기재부를 통해 '검토한 바 없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달러 쥔 기업들도 '관망'


    개인만 달러를 선호하는 것도 아닙니다.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달러를 기업들이 국내에 아예 갖고 들어오지 않거나 또는 국내에서 보유하더라도 환전하지 않은 채 달러 그대로 갖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환율이 더 오를지 모른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겁니다. 올해 3분기 국내 기업들이 갖고 있는 외화예금은 평균 918억 8천만 달러까지 크게 늘어났습니다. 그렇다고 이걸 무작정 부도덕한 행위로 보기 어렵습니다. 실제 외화예금의 비중이 확대되는 걸 잘 활용할 수 있다고 긍정하는 평가도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평소 수출입 기업들이 외화예금을 늘리는 시점입니다. 기업들은 커지는 불확실성에 대응할 필요가 있을 때 외화를 쌓아둡니다. 개인과 기업이 달러 자산에 집착하는 근본적인 배경과 글로벌 경제 불안감에 대해 효율적으로 대비책을 제시하는 게 정책 당국의 적절한 태도 아닐까요. 그런 점에서 개인 투자자들에 대해서도 무분별한 투자에 대한 주의와 경고 정도가 정부로서 개입할 수 있는 선의로 평가받지 않을까 싶습니다.

    수익률 좋은 '국민연금 등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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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익률을 우선하는 건 국민연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이 해외주식 투자입니다. 올해 9월 기준 37.3%, 우리 돈으로 전체 1,361조 원 가운데 508조 원이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 국내에서는 채권에 더 투자하고 국내주식 투자 비중은 15.6%에 그칩니다. 거대 연금의 특성상 수익성과 안정성을 최대한 고려해 판단한 결과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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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국민연금을 동원해 환율 방어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 역시 당국의 정교하지 못한 메시지와 맞물려 파열음이 컸습니다. 사실 국민연금이 이미 1,300조 원 넘게 덩치를 키운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와 환율 수급은 중요한 고려 대상이 됐습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을 이용한 직접적인 환율 대응이 연금의 독립성과 지속성을 해칠 수 있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구윤철 부총리의 발언은 시장 참여자와 미래의 연금 수급자들에게 불안함을 안기고 있습니다. 구 부총리는 "외환시장 안정과 국민연금 수익성을 조화시키려는 '뉴 프레임워크'를 논의한다"고 했습니다. 국민연금 동원론이 불거지자 지금은 "자산운용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절대 없다"(MBC라디오 출연. 2025.12.5)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급박한 환율 대응의 과정에서 구체적인 정책 수단을 설명하려다 오해와 혼란을 불러일으킨 측면이 있습니다.

    고환율 피해는 서민에게


    환율의 등락은 단순한 숫자놀음이 아닙니다. 갑작스런 고환율이 닥치면 해외로 유학 간 자녀들에게 송금할 돈이 줄어들고 해외여행을 갈 때 비용도 늘어납니다.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한 기업들은 이자 부담이 커집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지나친 고환율은 서민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과거 무엇이든 내다 팔아야 했던 고도성장기에는 높은 환율이 수출에 유리했지만 지금은 수입물가를 폭등시키는 주범이 됩니다.

    원자재와 농축산물을 수입해야 하는 우리 경제 특성상 석유류와 공산품, 먹거리 가격이 오르고 소비심리마저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실제 세계 주요 투자은행 8곳이 전망한 우리나라의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월 말 기준 평균 1.9%로 나타났습니다. 한 달 새 0.1%포인트를 올렸습니다.

    오는 11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결정이 주목됩니다. 미국이 금리 인하를 발표한다면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니 상대적으로 고환율이 조금 누그러지는 걸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그간 우리와 미국의 금리가 역전돼 있던 상황도 조금은 완화될 가능성이 열립니다. 다만 환율은 귀신도 못 맞힌다니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점은 한 자락 걸쳐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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