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M] AI가 풀어낸 '고래의 말'‥그리고 노상원의 '법정 짜증'](http://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25/12/19/joo251219_1_1.jpg)
1970년 미국 록펠러대 조교수 로저 페인(Roger S. Payne·생물학)은 한 장의 LP 음반을 냈습니다. 이 음반에는 인간의 소리 대신 혹등고래의 '노래'가 담겼습니다. 34분 분량으로, 혹등고래가 바다에서 내는 소리를 담은 레코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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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발매된 '혹등고래의 노래'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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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등고래의 노래'를 제작한 로저 페인 교수 [출처 ecohosteria.com.ar]
이런 열기와 인식 변화는 고래 보호 운동으로 이어졌습니다. 페인은 음반 수익금으로 1971년 해양생태 운동 단체인 '오션 얼라이언스(Ocean Alliance)'를 설립했습니다. '그린피스'는 상업포경 반대 캠페인에 나섰고요. 미국 의회는 1972년 '해양포유류보호법'을 제정했습니다. 국제포경위원회(IWC)는 1986년 상업 포경 전면 금지를 결의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고래를 잡지 말자고 뜻을 모은 겁니다.
이러한 흐름은 2020년 '종간(種間·Inter-species) 의사소통 프로젝트'인 세티(CETI)를 탄생시켰습니다. Cetacean Translation Initiative, 우리말로 하면 '고래 언어 해석(번역) 계획'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듯합니다. 향유고래의 의사소통을 연구하는 기획입니다. 전 세계의 생물학자, 수중음향학자, 로봇공학자, 언어학자, 인공지능 전문가, 네트워크 이론가, 이론 해석학자 등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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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 연안에서 수면 위로 치솟는 혹등고래 [출처: 연합뉴스]
고래는 바다에 사는 포유류로서 가족 단위, 혹은 가족을 넘어선 단위로 먹이를 사냥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향유고래는 특히 이 과정에서 '딸깍딸깍'하는 소리를 주고받습니다. 서로 의사소통을 한다는 말입니다. 과학자들은 카리브해 도미니카 섬의 서쪽 해안에 서식하는 향유고래 400여 마리의 소리를 녹음해 AI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템포와 리듬의 변이와 조합에 근거해 뚜렷한 156개의 기본 패턴을 찾았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이 패턴을 향유고래의 '음성 알파벳'으로 파악하고, 이들의 의사소통 체계를 '코다'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학자들은 무리마다 고유의 코다, 즉 방언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서로 다른 방언을 사용하는 무리들이 자기와 다른 집단의 코다를 학습한다는 현상도 밝혀냈습니다. 사람마다 목소리가 다르듯이, 고래마다 고유의 코다 특징을 갖고 있다는 것도 알아냈습니다. 서로에게 위험을 경고하는 장거리 통신 수단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세티 연구팀은 이르면 올해 고래의 말을 해독할 수 있을 것으로 희망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공지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성과입니다. 이미 구글은 지난 40년간 쌓인 돌고래 음성 데이터를 바탕으로 돌고래의 언어를 번역하는 AI 프로그램 '돌핀젬마'를 올해 5월 출시했습니다.
이른 시일 안에 인간은 고래와 대화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고래와 말을 주고받는 데 성공한다면 곧이어 원숭이나 개, 소, 말, 돼지, 호랑이, 곰, 사자, 사슴 등 다른 포유류와도 의사소통을 시도하게 될 겁니다. 이들은 인간에게 무어라 말할까요? 어떤 말을 듣게 될지 기대가 되면서 동시에 두려워지기도 합니다. 동물들이 인간의 무자비함과 바보 같은 행위를 지적하지는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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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피터르 브뤼헐의 바벨탑
외국어의 장벽을 넘어섰고, 심지어 고래와 대화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은 요즘, 하지만 과연 같은 말을 쓰는 우리는 서로의 뜻을 잘 헤아리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분명히 같은 말을 쓰지만 남과 북은 말을 섞지 않습니다. TV나 인터넷에 나와 자기 정파의 입장을 설명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립니다. 이웃 국가 사람들을 조롱하고 혐오합니다. 우리 사회에 들어온 이방인들을 괴롭히고 학대합니다.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민주주의 모범국이라고 바라봤던 서구 선진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아니 더욱 끔찍한 사태가 자주 일어납니다. 전쟁도 아닌데 '나와 다르다'고 총으로 쏴 죽이고, 폭탄으로 목숨을 빼앗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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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속행 공판에서 증인 신문에 답하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공 사진]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지난해 12월 3일, 많은 사람들은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말에 '죽음의 공포'를 느꼈습니다. 실제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작성한 메모에는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불법 체포해 목숨을 앗아갈 갖가지 방법이 적혀 있었습니다. 입에 담기조차 끔찍한 내용에 많은 국민이 두려움에 몸서리쳤습니다.
지난 8일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재판에 나온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말은 더욱 황당했습니다.
"나머지는 귀찮으니까 증언 거부하겠습니다."
그의 말과 함께 그림과 소리로 전해진 '비언어적 언어', 즉 그의 답변 태도는 단순히 건방짐이나 귀찮음을 넘어선 것이라고 느껴졌습니다. 국민의 위탁을 받은 공권력에 대한 멸시, 나아가 국민에 대한 조롱, 그리고 '짜증'까지 섞여 있는 듯했습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짜증을 부리는 데 한 치의 망설임이 없었습니다. 국민을 눈 아래로 깔보는 모습임이 분명했습니다.
그는 명문고를 졸업한 수재였고, 1981년 육군사관학교에 수석 입학한 인재였습니다.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대한민국 장군 자리에 올랐고, 어깨에는 '별'을 두 개나 단 엘리트 군인이었습니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은 가슴과 어깨에 단 계급장의 무게를 압니다. 이른바 '작대기 하나, 갈매기 하나, 다이아몬드 하나, 말똥가리 하나, 별 하나'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몸으로 느낍니다. 유사시 그 계급장에는 부하들의 생사 여탈권이 부여됩니다. 상관의 명령과 지시에 군인들은 목숨을 걸어야 합니다.
불명예스럽게 군에서 나왔지만 노상원 씨는 대한민국 육군 소장 출신입니다. 답변 내용을 떠나 저는 그에게 그래도 고급 장교의 '마지막 품위'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보여준 것은 '법정 짜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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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원 씨의 '짜증'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저는 그의 '법정 짜증'이 '국민과 국가를 깔보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그가 국민을 '힘과 권한을 가졌다면 목숨을 마구 빼앗고 짓밟아도 상관없는 존재, 전근대 시대 천민(賤民)·노비(奴婢)'로 여기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의 수첩에는 국민들의 죽일 온갖 방법이 적혀 있던 것 아닐까요.
이번 내란은 우리 사회 엘리트들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한덕수 전 총리를 비롯해, 최상목 경제부총리 등 많은 고위 관료들, 한국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사람들의 거짓말과 위선이 국회와 법정 증언, 수사와 공소장 등으로 드러났습니다. 노상원 씨도 그 중 한 사람입니다.? 국회에서 '노상원 전 사령관이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는 부하들을 폭사시키라는 명령을 내린 적이 있다'는 부하 장교의 증언도 나왔습니다. 어찌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 고급 장교, 어깨에 별을 두 개나 단 장군이 됐을까요. 왜 우리 고위 관료들은 전 국민 앞에서 거짓말을 하고도 사과 한마디 없는 걸까요. 왜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부정직하고, 좋지 못한 인성을 가진 사람들이 높은 자리에 오르는 걸 막지 못하는 걸까요.
노상원 씨의 '법정 짜증'에 우리는 무엇으로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요. 내란 주요 종사 혐의를 받는 사람이 거침없이 국민과 공권력을 멸시하는 태도와 발언을 쏟아내는 것을 넘어, 짜증까지 내는 이 사태를 우리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그의 '짜증'까지 '받아주어야 하는' 내란 법정이라는, 이 엄정한 역사의 무대를 우리는 어떻게 다시 꾸려야 할까요.
노상원의 '법정 짜증'에 대응할, 분명하고 단호한 이성적·체계적·법률적·정치적·사회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래의 말도 곧 알아듣게 될 세상, 우리 사회 엘리트들과 소통하려면 생각이 다른 이의 말과 태도를 해석·번역하는 인공지능이라도 동원해야 하는 것일까요.
《뉴스인사이트팀 전영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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