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비 부리듯 가족 일을 시켰어요"‥김병기 의혹과 여당의 침묵 [국회M부스]](http://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25/12/28/cyj_20251228_16.jpg)
■ 꼬리를 무는 의혹들‥온 가족이 누린 '권력형 특혜 의혹'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를 둘러싼 각종 논란이 점입가경입니다. 쿠팡과의 70만 원 여의도 호텔 오찬, 대한항공 KAL호텔 160만 원짜리 최고급 숙박권, 가족들의 지역 공공의료기관 진료 특혜와 의전, 국정원 직원인 장남의 첩보 업무 대행, 부인의 동작구의원 법인카드 사적유용 의혹 등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김 원내대표와 최소 3년 이상 함께 일했던 보좌진들의 폭로가 도화선이 됐습니다.
기업들로부터 과도한 의전과 금품을 받는 행위, 공무원인 보좌진들을 부려서 자신의 가족 일을 봐주게 하는 행위, 모두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높다고 법조인들은 한목소리로 말합니다. 케케묵은 정치인들의 구악질로만 알았던 일들이 어느 가족에게는 당연한 일로 번져 있었습니다.
김 원내대표의 부인 이 모 씨.
2023년 4월과 5월, 이 씨가 김 원내대표의 지역구 내 소재한 보라매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갈 때 김 원내대표의 보좌진이 병원 행정실장에게 연락해 예약을 대신 잡아줬습니다. 처방전도 공유했습니다. 이 씨가 병원에 갈 때는 보좌진이 직접 모셨고, 이 씨 옆에 붙어 의사의 말을 모두 기록해 의원실에 보고했습니다. 의원 사모님의 건강지킴이, 국민의 세금을 받는 보좌진이 하던 일입니다. 작년 11월 김 원내대표의 장남이 MRI 촬영을 위해 대기하자, 급히 보좌진을 시켜 보라매병원에 연락해 당일 진료를 잡아주도록 한 것도 김 원내대표였습니다.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요. 아래는 지난 6월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 중 불거진 김 원내대표 장남의 국정원 취업 청탁 의혹을 제기한 MBC 기사의 일부입니다. 참고로, 김 원내대표가 초선이었던 2016년 7월 녹취입니다.
!["사노비 부리듯 가족 일을 시켰어요"‥김병기 의혹과 여당의 침묵 [국회M부스]](http://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25/12/28/cyj_20251228_10.jpg)
당시 김 원내대표 부인 이 모씨와 이헌수 당시 국정원 기조실장 사이 통화 녹음 파일에서, 이 씨는 자신을 "김병기 안사람"이라고 소개한 뒤 "2년 전 우리 아들이 국정원 필기시험과 체력시험, 면접에 모두 합격했는데 별의별 핑계로 검증조차 하지 않고 신원조회에서 탈락시켜 젊은 사람 인생을 그렇게 해 놨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번에도 '프로세스'만 필요하다고 해서 정말 믿고 있었는데 구멍가게도 아니고 국정원 원장님과 기조실장님께서 하시는 일이 의구심이 들었다"면서 "아들이 그 분야에서 일해보고 싶어 하길래 말씀하시는 걸 믿고 의지했었다, 너무 속상하고 견딜 수가 없어서 전화했다"고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이 씨는 "실장님께 '확답'을 듣지 못하면 안 될 것 같아서 결례를 무릅쓰고 전화드렸다"며 대답을 요구했고, 이에 이헌수 전 기조실장은 "2년 전 신원조사 했던 부분에 문제가 있었는지 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경력직으로 추가 인원을 뽑을 건데, OO이(김 의원의 아들 이름)를 염두에 두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이 통화가 이뤄지고 넉 달 뒤 국정원은 경력 채용을 실시했고, 김 의원 아들은 그 전형을 거쳐 국정원에 합격했습니다.
국정원에 입사한 장남 김 모 씨.
2024년 8월, 아버지의 보좌진에게 연락해 국정원 기밀 첩보인 인도네시아 대통령 당선자의 방한 관련 내용을 문의했습니다. 국정원 경제 파트에 근무하는 장남을 위해 김 원내대표가 은행장 연임 등 정보를 직접 파악해 주고, 의원실을 동원해 마치 국정원의 업무로 보이는 중국 자본의 국내 침투 등에 대한 질의서 등을 기업들에 보내 알아봐 줬다는 의혹도 있습니다. 김 원내대표는 작년 6월부터 1년간 금융기관 등을 피감기관으로 하는 정무위원회 소속이자, 국정원 보고를 받는 정보위원회를 함께 맡고 있었습니다.
차남 역시, 뉴스타파가 보도한 숭실대 편입 특혜 의혹이 세상에 알려졌고, 지난 2022년 자신의 예비군 훈련 연기 신청마저 아버지의 보좌진에게 시켰다는 정황까지 나왔습니다. 각종 증거와 증언들을 기반으로 언론에 보도된 것만 벌써 이 정도입니다.
■ "의원과 사모는 거리낌이 없었어요"‥"사노비 부리듯 가족 일을 시켰어요"
!["사노비 부리듯 가족 일을 시켰어요"‥김병기 의혹과 여당의 침묵 [국회M부스]](http://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25/12/28/cyj_20251228_11.jpg)
이런 업무를 수행한 보좌진들도 처음부터 고분고분하게 말을 들은 건 아니었습니다. 보좌진들은 대한항공에 의전 요구를 하는 김 의원에게 "기사가 날 수 있다"거나 "청탁금지법 위반"이라고 맞선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매번 비슷했습니다.
김병기 의원실 전 보좌관
"청탁금지법 위반이라고 말해도 '자기검열 하지 마라, 나한테 자기검열하라고 하지 마라'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렇게 늘 사모님과 의원님께서 저희가 뭘 제시를 할 때마다 그렇게 말씀하셨고 거리낌 없이 위반했습니다."
김 원내대표에게 자기검열을 하라고 했던 보좌진들은 결국 의원실을 떠나야 했습니다. 만류는 소용이 없었습니다.
② 궁색한 해명
쿠팡과의 호텔 오찬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자신은 3만 8천 원짜리 파스타만 먹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인원수를 고려하면 최소 인당 10만 원 이상 나온 건데, 자신은 청탁금지법상 식사비 한도 5만 원 안에 드는 금액만 먹었다고 주장한 겁니다.
대한항공 숙박권 역시 현재 홈페이지에 나온 금액이 1박에 72만 5천 원. 여기에 2박을 제공받았으니 최소 숙박권만 140여만 원인데 김 원내대표는 자신이 아는 가격은 30만 원 대라고 해명했습니다. 최고급 객실 가격으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저렴한 금액인데, 이 역시 청탁금지법상 '100만 원 초과' 금품 수수를 처벌하는 청탁금지법을 의식한 걸로 보입니다. 만약 직무관련성이 있다면 금액과 상관없이 받은 것 자체로 위법입니다. 김 원내대표는 숙박권을 제공받고 사용할 당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정무위원회 소속으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합병 문제와 마일리지 문제를 해당 상임위에서 다뤘습니다. 직무관련성이 있습니다.
!["사노비 부리듯 가족 일을 시켰어요"‥김병기 의혹과 여당의 침묵 [국회M부스]](http://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25/12/28/cyj_20251228_12.jpg)
또 자신의 아들은 MRI 영상촬영만 보라매병원에서 했고, 치료는 다른 병원에서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보라매병원은 공공의료기관으로 당일 MRI 촬영과 진료는 일반인에게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입니다. 극심한 의정 갈등으로 응급실뺑뺑이가 일상화됐던 의료대란 시기에 벌어진 명백한 진료 특혜입니다. 청탁금지법상 병원과 김 의원 모두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김 원내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자신의 선거공보물 11쪽 중 1쪽 전면을 할애해 보라매병원을 2배로 키우겠다는 내용으로 채웠습니다.
역시 MBC가 보도한 국정원 재직 장남의 국정원 기밀 누설 역시 국정원법 위반 소지가 큽니다. 김 원내대표는 MBC에 "국정원 재직 중인 아들의 업무는 모른다"고만 했습니다. 장남이 직접 보좌진에게 보낸 문자가 남아있는데 "아들의 업무를 모른다"는 해명만 한 겁니다. 김 원내대표 측은 다른 언론사에는 "국정원 요원이 정보 수집 차원에서 자신이 도움받을 수 있는 루트를 활용하는 것은 정상적인 업무 수행 과정"이라며 두둔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정원 출신 법조인들은 "전혀 정상적이지 않다", "매우 위험한 행위다", "국정원법 위반이다"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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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의원실 전 보좌관
"저희는 국가의 녹을 받는 국가 공무원이고 이런 일을 하려고 선발된 사람들이 아닙니다. 근데 마치 사모님 아들, 이런 모든 가족 관련 일들을 전부 사노비 부리듯 그렇게 시켰다는 거에 대해서 저희가 거부도 해봤고, 못하겠다고 하고, 부적절하다고도 말씀드려 봤는데, 그걸 다 무시하고 이런 행위들을 해놓고서는 저희들이 자의로 했다, 스스로 했다, 이런 사람들이 어디 있어요? 그런 거짓말을 좀 안 하셨으면 좋겠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③ 취재는 거부
수많은 의혹들에 개입됐던 곳들은 입을 닫고 있습니다. 특히 김 원내대표 가족들에게 특혜 진료를 해준 의혹을 받는 보라매병원은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고만 밝혔고, 며칠간 그 사실관계조차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책임이 있는 병원장과 부원장 모두 취재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김 원내대표 지역구인 보라매병원은 서울시립으로 세금이 투입되는 공공의료기관입니다.
국가정보원도 마찬가집니다. 인도네시아 국빈 방문 등 국정원의 기밀사안을 사실상 김 원내대표의 장남이 외부로 누설한 것이지만, 이에 대해 알고 있는지, 감사를 받은 적 있는지, 국정원법 위반 아닌지 등을 묻는 MBC 질의에 제대로 답하지 않았습니다. 문의 10시간 만에 국정원에서 온 공식 답변은 이렇습니다. "원내 직무사항에 대해서는 보안상 확인해드리기 어려움을 양해 바람", 김 원내대표는 국정원 출신으로 현재도 국정원의 보고를 받는 국회 정보위원회에 속해 있습니다.
④ 사퇴 불가?
김 원내대표는 오는 30일 입장을 밝힐 예정입니다. 현재로선 사퇴 가능성은 염두에 두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참고로 보좌진에게 쓰레기를 버리게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강선우 의원은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서 스스로 물러났습니다. 또 지난 8월 '주식 차명 거래' 논란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이춘석 의원은 법사위원장에서 물러나 무소속 신분으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 의원들의 침묵 의미는?‥원내대표 누가 뽑았나
정청래 당대표는 지난 26일 기자회견에서 "원내대표는 당원과 국회의원들이 뽑은 선출직으로 실로 막중한 자리"라며 "본인도 고심이 클 것이며 저도 이 사태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거취 표명을 압박한 거란 해석이 나왔습니다.
!["사노비 부리듯 가족 일을 시켰어요"‥김병기 의혹과 여당의 침묵 [국회M부스]](http://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25/12/28/cyj_20251228_14.jpg)
재선 의원 A
"(김 의원의 의혹들은) 심한 거다. 말이 안 되는 거다. 보좌진들의 톡방을 떠나서 그게 본인이 마치 이제 정당한 것처럼 하면 안 된다, 의혹이 더 나오면 그냥 가기는 힘들 것이다"
재선 의원 B
"다들 용산의 신호를 기다리는 것 아니겠냐‥사퇴는 시간문제라는 게 전반적인 기류다"
중진 의원 C
"본인이 부인하고 있어서 지도부에서 뭐라고 이야기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아예 언급 자체를 꺼려합니다. 의혹이 불거진 뒤 김 원내대표를 감싸거나, 비판하는 SNS 글을 올리거나, 방송에 나와서 사퇴하라는 등 말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나마 박주민 의원이 cpbc라디오에서 "저 같은 경우에는 당에 대한 어떤 그런 부담 이런 부분을 안 드리는 방법과 방향으로 고민을 하겠죠"라며 조심스레 거취를 압박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은 게 전부입니다. 여당 내 침묵은 '사퇴하라'는 암묵적 동의일 수도, '사퇴하지말라'는 지지일 수도, 또 무책임한 방관일 수도 있습니다.
지난 6월 거대 여당의 첫 원내사령탑으로 김병기 의원을 뽑은 건 누구일까요. 의원들이 뽑은 선출직에게 심각한 의혹들이 제기된다면 의원들도 나서야 합니다. 도덕성이라는 신뢰가 깨졌는데도 원내대표가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 없이 버티기를 이어간다면 비판하고 지적해야 마땅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은 다른 의원들도 보좌진을 시켜 사적인 일을 시키고, 여러 기업들에서 숙박권과 의전을 받는다고 여길 것입니다.
김병기 논란에 대한 국민 여론은 좋지 않아 보입니다. 여의도 안팎에서는 원내대표 사퇴와 탈당, 수사까지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하지만 당사자와 의원들은 노심초사하면서 눈치를 살피고 있는 듯합니다. 혹시나 나서서 '바른 말' 했다가 정치적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침묵의 이유가 아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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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병기 부인 채용청탁 의혹 "확답을‥" 국정원 기조실장 "OO이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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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병기, '의료 공백' 와중에 "지역구 병원서 특혜 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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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병기 아들의 '아빠찬스'‥의원실에 국정원 첩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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