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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기대 부푼 베네수엘라 이민자들, 트럼프는 '시큰둥' [World Now]

민주주의 기대 부푼 베네수엘라 이민자들, 트럼프는 '시큰둥' [World Now]
입력 2026-01-11 10:07 | 수정 2026-01-1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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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주의 기대 부푼 베네수엘라 이민자들, 트럼프는 '시큰둥' [World Now]
    미국 동부시간 지난 5일, 전격 미국에 압송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가 뉴욕 법정에 출석했습니다. 마약 밀매 혐의 등에 대한 첫 재판 절차를 밟기 위해서였습니다. 방청권을 얻으려는 취재진과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은 동트기 전인 새벽 6시부터 줄을 설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습니다.

    베네수엘라 이민자들 "마두로 아웃"‥"고마워요, 트럼프"


    MBC 취재진도 재판이 열리는 뉴욕 맨해튼 남부연방지방법원에 다녀왔습니다. 현장은 인파로 가득했습니다.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이 몰려들어 마두로의 체포를 환영했고, 일부 진보 시민단체들은 마두로의 석방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상반된 주장의 집회가 열리다 보니, 양측간 고성이 오가는 등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뉴욕 경찰이 개입해 양측을 분리하며 자제를 요구했습니다.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들은 누군가 마두로의 석방을 요구하는 것 자체에 큰 충격을 받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한 여성은 양측을 분리한 중간 공간에서 눈물을 흘리며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한 베네수엘라인 남성은 상대 시위대를 향해 "베네수엘라에 가 봐라. 가서 아이 엄마가 밀가루 한 포대를 얻기 위해 사나흘을 줄서야 하는 모습을 봐라. 그게 진실"이라고 외쳤습니다. 베네수엘라인들은  "감사해요 트럼프", "마두로 아웃"이 적힌 팻말을 들고 '베네수엘라 만세'를 외쳤습니다.

    마두로 집권 뒤 정치적 박해를 피해 혹은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견디지 못해 베네수엘라를 떠난 국민은 790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전체 인구의 30%에 달하는 인구가 난민으로 떠도는 셈입니다. 수도 카라카스 출신인 마르틴 브리체노는 MBC에 "마두로가 체포된 사실에 너무 기뻐서 나왔다"며 "선거를 조작한 마두로는 대통령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민주주의 기대 부푼 베네수엘라 이민자들, 트럼프는 '시큰둥' [World Now]
    마르틴에게 베네수엘라에 남아있는 친구들의 반응을 물었습니다. 살짝 굳은 표정으로 "대부분 죽었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2014년 마두로 집권 이듬해, 정권 반대 시위를 벌였고, 눈앞에서 친구들이 살해당하는 모습을 봐야 했다고 했습니다. 당시 공식 집계로 40여 명이 숨지고 3천여 명이 체포됐습니다.

    또 2017년 야권 지도자를 체포하고 의회 권한을 정지하는 등 마두로가 독재 체제를 강화하자 반정부 시위가 들끓었는데, 마르틴은 이때 결국 조국을 떠나야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가족 일부도 수감됐습니다. 그는 "마두로가 평생 감옥에서 죗값을 치르며, 우리에게 한 것처럼 자신의 가족과 만날 수 없길 바란다"고 날 선 분노를 토해냈습니다.

    "마두로가 꿈과 가족 빼앗아가‥이제 자유의 시간"


    미국으로 건너와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페드로 레예스는 '12년을 기다렸다, 탄압자가 잡혔다'고 쓴 팻말을 들고 추운 법정 밖에 서 있었습니다. 그는 <뉴욕타임스>에 시위에 참여했다 당했던 일을 회고했습니다. "사흘간 잡혀 있었는데, 알몸으로 벗겨 찬물을 끼얹고 내 몸에 소변을 봤다"며 "죽은 친구들을 생각하면, 이제 정의가 조금 실현됐다"고 말했습니다.

    베네수엘라 출신 파울라 그라다디요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2016년, 연간 물가 상승률이 6만%에 달할 정도로 무너진 경제로 인해 미국으로 왔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 기쁘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머지 마두로 일당을 잡아들이길 기다리고 있다"고 기대를 드러냈습니다. 17살에 고향을 떠나야 했다는 라파엘 에스칼란테는 "마두로는 내 꿈을 훔치고 가족을 파괴했다"면서, "이제 자유와 민주주의의 시간"이라고 벅찬 표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구원자로 등장한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를 민주주의로 재편하는 일에는 큰 흥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언제 선거를 치를 수 있는지를 기자들이 묻자, 석유 재건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시위 현장에서 만난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은 과도기 미국의 통치를 '불가피하다'면서도 단기간을 전제로 수용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트럼프는 최근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선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통치(운영)하는 기간이 "1년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민주주의 기대 부푼 베네수엘라 이민자들, 트럼프는 '시큰둥' [World Now]
    석유에만 관심 두는 트럼프, 마두로 내각 유지 가닥


    무엇보다 미국은 마두로에게 선거를 도둑맞은 야권 세력을 당장 복귀시킬 뜻이 없음을 노골적으로 보이고 있습니다. 마두로 정권에 저항해 온 야권의 상징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와 에드문도 곤잘레스를 무대 위에 올리는 대신, 현 마두로 내각 유지에 무게를 싣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두로가 사라진 베네수엘라는 부통령이던 델시 로드리게스가 대통령 직무대행으로 공식 취임해 정부를 이끌고 있습니다. 그녀는 초반 마두로 체포에 대해 비판적인 메시지를 내놓았지만, 이내 미국 협조하는 태도 취했습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가 석유 3천만에서 5천만 배럴을 미국에 내놓기로 했다고 발표했고, 판매 대금을 직접 관리하며 사용처까지 지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로드리게스는 '상업적인 거래'라고 주장하면서도 미국과의 석유 협상을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은 또 무장 민병대인 '콜렉티보'를 총괄하는 강경파이자 정권 2인자인 디오스다도 카베요 내무장관에게 다음 제거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를 보내면서, 로드리게스에게 힘을 실어줬습니다. 로드리게스 정부는 석유를 몰래 실어나르던 유조선 나포에도 도움을 주면서 바짝 엎드린 모양새입니다.

    미국 언론들은 지상군 투입은 국내 정치적으로 자살 행위에 가깝기 때문에 트럼프가 기존 베네수엘라 군부를 그대로 활용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빠른 선거와 야권의 등장이 반가운 일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월가에선 이를 "거래적 관여"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구상은 민주주의보다 석유 수급을 위한 안정적 관리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미국은 국제 사회에서 공식 인정 받지 못하고 있던 마두로 정권과 대사관 재개설 등 외교 관계 복원에 나섰습니다.

    반면 민주주의 복원을 위해 필요한 야권 인사와 정치범의 석방 조치는 지지부진합니다. 현지시간 10일 야당 시위 영상을 온라인에 게시했다는 이유로 1년 넘게 갇혀있던 시민이 풀려났습니다. 그러나 카라카스 인권단체는 지난 사흘 동안 석방된 인원이 단 11명에 불과하다고 집계했습니다. 야권 지도자 마차도의 변호사, 대선 후보 곤잘레스의 사위는 여전히 수감 중입니다.
    민주주의 기대 부푼 베네수엘라 이민자들, 트럼프는 '시큰둥' [World Now]
    "이제 베네수엘라로 돌아가라"‥"장기말로 쓰나" 비판


    미국에는 약 75만 명의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가 있고 이 중 61만여 명이 임시보호신분(TPS)으로 체류하고 있습니다. 임시보호신분을 유지하면 이들은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고 추방을 피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국토안보부는 마두로 치하에서 베네수엘라 상황이 개선됐다는 이유로 베네수엘라인 61만여 명에 대한 임시보호처분을 종료시켰습니다.

    그간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이 범죄 조직과의 연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며 이민 추방 정책을 정당화해 왔습니다. 미 이민국은 "마두로 제거한 트럼프 대통령 결단으로 이제 이들은 사랑하는 조국으로 돌아가 미래를 재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직 마두로 내각과 폭압 정치의 도구였던 군부, 민병대가 그대로 남아있는데 돌아가라고 등 떠미는 상황입니다. 미국 시민단체인 '미국이민위원회'는 "미국의 모순적인 정책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트럼프가 베네수엘라 난민을 정치적 장기말로 썼다"고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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