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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M] 세계 질서 뒤흔드는 새로운 냉전. "전기국가 대 석유국가" | 기후인사이트 17

[인싸M] 세계 질서 뒤흔드는 새로운 냉전. "전기국가 대 석유국가" | 기후인사이트 17
입력 2026-01-24 09:00 | 수정 2026-01-2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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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싸M] 세계 질서 뒤흔드는 새로운 냉전. "전기국가 대 석유국가" | 기후인사이트 17

    미국, 그린란드, 그린란드에 병력을 보낸 유럽 8개국

    독일군과 영국군, 프랑스군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 군대가 미국의 침공을 우려해 그린란드로 파병되는 장면은 기존 국제질서에 익숙한 사람들의 눈을 의심하게 했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국제법이 무시되는 법치 없는 세상으로 치닫고 있다"며 세계 곳곳에서 다시 '제국주의적 야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와 유럽은 괴롭힘에 굴복하거나 겁먹지 않을 것이다. 가장 힘센 자의 법칙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뒤 "그렇지 않으면 유럽의 속국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인싸M] 세계 질서 뒤흔드는 새로운 냉전. "전기국가 대 석유국가" | 기후인사이트 17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최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다보스 포럼)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력을 쓰지는 않을 거라면서도 거듭 덴마크령 그린란드 병합 야욕을 드러냈습니다. 미국이 이렇게 자유주의 동맹국을 압박해 영토 확장을 시도한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우리가 알던 세계는 어디로 간 걸까요? 미국의 역사학자, 지정학자인 닐스 길먼은 지난해 9월 외교 전문 매체 '포린폴리시'에서 세계는 '대사적 기반(metabolic basis)'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출처 1)

    대사적 기반이란 생물의 신진대사처럼, 현대 산업 사회를 유지하는 에너지 및 물질적 기반을 말합니다.

    길먼은 21세기 지정학적 갈등의 중심축이 더 이상 자유주의 대 권위주의(국가나 특정 권력 집단의 권위를 강조하고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정치 체제)의 대결이 아니라 어떤 에너지 시스템을 기반으로 사회를 운영할 것인가의 문제로 이동했다고 말하고, 새로운 냉전을 '생태-이념적 냉전(eco-ideological Cold War)'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인싸M] 세계 질서 뒤흔드는 새로운 냉전. "전기국가 대 석유국가" | 기후인사이트 17

    닐스 길먼 (역사가, 베르그루엔 연구소 수석부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

    새 냉전의 전체적인 구도는 이렇습니다. 한쪽에는 화석연료 중심의 대사적 기반을 가진 '석유국가(Petro States)'가 있습니다. 이들 국가는 석유와 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 채굴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화석연료 확보와 수출이 국가 재정과 지정학적 영향력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한쪽에는 탈탄소, 재생에너지 대사 기반을 가진 '전기국가(Electro States)'가 있습니다. 이 나라들은 태양광과 풍력, 배터리, 전기자동차 등 재생에너지 기술이 중심이며 리튬이나 코발트, 희토류 등 핵심 광물에 대한 공급망을 지배하는 것이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길먼은 대사적 기반에 대한 이해관계에 따라 세계는 크게 두 개의 블록으로 나뉘고 있다고 봅니다.
    [인싸M] 세계 질서 뒤흔드는 새로운 냉전. "전기국가 대 석유국가" | 기후인사이트 17

    석유국가(Petro States) 대 전기국가(Electro States)

    먼저 석유국가 축에는 트럼프 재집권 이후의 미국과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있습니다. 러시아와 사우디는 석유 수출로 재정을 유지하며, 미국도 세계 최대의 석유·가스 생산국입니다.

    기후변화를 억제하기 위한 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같은 글로벌 탈탄소화는 자국의 영향력과 경제 기반을 무너뜨리며, 실존적 위협이라고 생각합니다.

    길먼은 트럼프 2기 집권 이전만 해도 미국이 석유국가 축에 낀다는 건 상식에 반하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트럼프 정부는 미국을 석유국가 축에 배치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말합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2월 공개한 국가안보전략(NSS)에서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을 미국을 위협하는 재앙적인 이데올로기로 규정했습니다.)

    전기국가 축에는 중국과 유럽이 있습니다. 정치 체제가 다른 중국과 유럽이 협력하는 이유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먼저 에너지 독립의 필요성입니다. 중국과 유럽은 세계 최대의 석유 수입국들이며 에너지 안보를 위해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절실한 이유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유럽은 러시아에 천연가스를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두 번째는 기술 공급망의 상호보완성입니다. 중국은 막대한 희토류 등을 기반으로 태양광 패널의 80%, 리튬이온 배터리의 70% 이상을 생산하는데, 유럽은 이러한 녹색 기술의 거대한 시장입니다. 유럽은 러시아 가스와 미국 LNG 의존에서 벗어나고자 하며, 중국은 글로벌 녹색 기술 지배력을 추구합니다.
    [인싸M] 세계 질서 뒤흔드는 새로운 냉전. "전기국가 대 석유국가" | 기후인사이트 17

    대사적 기반에 따른 협력과 대립

    이것이 기존 질서의 파괴인 이유는 자유주의 대 권위주의라는 20세기적 구도를 완전히 뒤흔들기 때문입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 연합인 유럽이 권위주의 국가인 중국과 협력하고, 미국이 그린란드에 대한 영토 야욕을 보이며 유럽을 위협하고 러시아와 사실상 협력하는 모습은 정치 체제 같은 가치관이 아니라 '대사적 이익'이 협력의 기준이 되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이전 글(기후인사이트 16)에서 프랑스의 저명한 사회학자, 역사학자인 브뤼노 라투르는 "지정학적 이슈의 핵심에는 기후변화가 있으며, 기후변화 문제를 핵심적으로 내세우지 않는다면 지난 50년간의 정치에 대해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했습니다.

    길먼 역시 지금 세계적 질서가 요동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기후변화와 탈탄소화를 둘러싼 갈등에 있다고 진단합니다.

    길먼은 자신의 글을 이렇게 끝맺습니다. "새로운 냉전에서의 싸움은 배출량, 에너지 시장, 무역 체계, 기술만을 둘러싼 것이 아니다. 주권이나 정체성만의 문제도 아니다. 그것은 기온이 상승하는 세계에서 현대 문명의 대사적 기반 자체를 둘러싼 싸움이다. 이는 동맹이 재배치되는 과정이며, 현대성에 대한 상반된 서사, 즉 어떻게 현대화하고, 어떻게 생존하며, 어떻게 번영할 것인지에 대한 경쟁이다."

    라투르는 "기후는 넓은 의미에서 인간과 인간 삶의 물질적 조건 사이의 관계를 말한다."고 규정했습니다. 기후변화는 지구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조건과 인간의 경제 활동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이 충돌하며 발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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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뤼노 라투르

    라투르와 길먼, 그리고 많은 기후변화 전문가들은 지정학이 어떻게 변하든, 인간의 세계가 어떻게 갈등하든 지구의 물리적 현실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말합니다. 새로운 세계가 눈앞에 출현하면서 세계와 우리나라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뉴스인사이트팀 김승환 논설위원》

    <출처>
    1. 닐스 길먼, "The Coming Ecological Cold War", Foreign Policy
    2. 기후인사이트 16, "지구와 충돌하지 않고 착륙하는 방법. '넷제로는 재앙적 이데올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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