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M] '이스라엘-이란 전쟁'‥'패권 국가' 미국이 잃어버린 것](http://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26/03/28/cyj_20260328_2.jpg)
지난 1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시아파 무장 단체 지지자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한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초상화를 든 채 미국 대사관으로 행진하고 있습니다(왼쪽·로이터) 연설 중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등 이란 수뇌부를 제거하고 이란의 주요 군사 목표를 파괴했음에도 자신의 바람과 달리 이란의 신정 체제가 무너지지 않은 것은 물론, 호르무즈 해협마저 봉쇄되자 우리나라와 영국과 프랑스, 중국, 일본에게 해군을 호르무즈 해협으로 파병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과 화물선 호위 작전을 함께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이 요청에 응하는 나라는 아직까지 하나도 없습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할까요?
속된 말로 미국의 말이 다른 나라들에게 '먹히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역사적으로 미국의 가장 강력한 우방이었던 영국마저 미국 대통령의 공개적인 요구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즉 미국이 자신의 뜻을 다른 나라들에게 관철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죠. 이는 단순히 다른 나라들이 이번 전쟁을 옳지 못한 것이라 여겨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미국의 패권(覇權, supremacy·hegemony), 즉 국제 사회에서 누리던 최고 권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방증이라고 여겨집니다.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권력을 '사회적 관계 속에서 개인 또는 집단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자기 의지를 관철할 수 있는 모든 기회(혹은 가능성)'이라고 정의했습니다. 다른 나라들이 싫어해도 미국이 원하는 일을 하도록 만드는 능력, 그것이 곧 국제 사회에서 인정되는 권력, 즉 패권입니다. 중국은 말할 것도 없이, 으뜸가는 우방인 영국을 비롯해서 프랑스, 한국, 일본에 패권국 미국의 의지가 관철되지 못하고 있는 것, 그게 우리가 보고 경험하는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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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4월 폴란드 오지슈 인근 훈련장에서 열린 나토(NATO)군 환영식 행사에서 미군 병사들이 행진하고 있습니다.(로이터)
미국은 이번 전쟁으로 무엇을 얻었을까요? 제가 보기엔 하나도 없습니다. 오히려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이란은 물론, 걸프 국가들의 원유 및 LNG 시설 손상으로 전 세계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었습니다. 전 세계가 이스라엘과 미국,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을 원망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휘발유를 비롯한 석유제품 가격이 치솟고 있습니다.
이번 전쟁은 미국의 약점도 드러냈습니다. 우선 미국의 군사 능력의 한계를 전 세계가 매일 목도하고 있습니다. 국토가 남한의 16배, 인구도 9천만 명에 이르는 큰 나라이지만 이란의 국력, 특히 군사력은 미국과 비교도 할 수 없습니다. 미국이 이란의 군사 거점을 대부분 파괴한 걸로 보이지만, 이란은 여전히 이스라엘과 주변 미군 기지를 미사일과 드론 등으로 타격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비롯한 미국의 무기 재고가 장기간 전쟁을 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첨단 무기를 만들려면 희토류가 필수적인데, 미국은 희토류를 중국의 공급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군사력 유지가 중국에 달린 형국입니다. 미국 해군은 호르무즈 해협도 통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강 미국 해군이 이걸 해결하지 못하고 우방에 도움을 청하는 형국입니다.
경제적으로도 잃은 게 많습니다. 미국은 원유 등 에너지를 별로 수입하지 않는 산유국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날짜로 지난 24일을 기준으로 미국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1갤런에 3.98달러까지 올랐습니다. 미국에서도 전쟁으로 인한 물가 상승이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물가 상승 폭이 커지면서 올해 1~2번 정도로 예상되던 연방준비위원회의 기준 금리 인하가 힘들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원유 가격을 낮게 유지해 물가를 잡고, 금리 인하를 유도해 약 38조 달러, 우리 돈으로 5경 원이 넘는 국채와 그 이자도 줄이겠다는 트럼프 정부의 계획도 차질을 빚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 다른 예도 있습니다. 미국은 또 자동차를 기반으로 한 육상 교통이 중심이지만, 워낙 넓은 나라이기에 국내 항공 교통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미국이 가장 많은 항공유를 수입하는 나라가 한국입니다. 우리나라는 미국에서 소비하는 항공유의 절반가량을 수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체 원유의 69%를 중동에서 수입하는 한국은 석유 수입이 줄어듦에 따라 항공유 생산도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는 국내 수요를 우선 충당하도록 항공유를 비롯한 석유제품 수출을 통제할 걸로 예상됩니다. 전쟁이 길어진다면 미국은 비행기 운항에도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람들의 왕래는 물론, 물류까지 막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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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58년 제3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남우 주연상·각색상·촬영상·편집상·음악상 등을 수상한 영화 '콰이강의 다리' 한국 개봉 포스터
하지만 무엇보다 뼈아픈 건 국제 사회에서 신뢰를 크게 잃었다는 사실입니다. 미국은 이란과 핵 관련 협상을 하는 도중 선전포고 없는 선제공격을 시작했습니다. 악수하다가 상대방 코를 때려 코피를 터뜨린 격입니다. 170여 명이 사망한 '이란 초등학교 오폭(?)'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자작극'이라고 거짓 선동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전 세계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13일 "적에게는 자비도, 포로 대우도 없다(no quarter, no mercy for our enemies)"고 말했습니다. '포로를 살려두지 않겠다'는 언급은 국제법상 전쟁범죄 행위입니다. 공식 석상에서 미군에게 포로를 살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미국 매체 액시오스는 "미군을 무법천지의 길로 몰아놓고 있으며 이로 인해 우리는 점점 더 많은 동맹국을 잃게 될 것"이라는 라이언 굿맨 뉴욕대 교수의 염려를 전했습니다.
나치나 일본 제국주의자들도 전쟁 포로는 제네바 협약에 의거해 대우했습니다. 사실과 차이가 있겠지만 '콰이강의 다리'나 '대탈주' 등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2차 대전 영화를 보면 독일과 일본군이 미군과 영국군 포로들을 어떻게 다뤘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많은 학대와 협약 위반이 있었겠지만 최소한 포로를 함부로 죽이진 않았습니다. 헤그세스의 발언은 그가 얼마나 군에 대해 아는 게 없고 잔인한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그런 사람이 전 세계 최강 군대를 지휘하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을 트럼프 대통령은 국방장관으로 임명했고 미국 의회는 이를 승인했습니다. 그리고 미국 국민은 그런 트럼프를 세계 최강 군대의 통수권자로 뽑았습니다.
심지어 미국은 이번 전쟁을 전략도 없이 수행하고 있다는 조롱을 받고 있습니다. "시작할 때 전략이 없었기 때문에 출구 전략도 전무하다"고 놀림감이 된 것입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실제로 '전략 없는 전쟁(A War without a strategy)'라는 머리기사로 트럼프와 미국의 전쟁 방식을 꼬집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또 '맹목적 분노 작전(Operation Blind Fury)'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이번 전쟁에 미국이 붙인 암호명 '장대한 분노 작전(Operation Epic Fury)'을 비꼬았습니다. 우방에게 '도와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하자 '다 필요 없다'고 성을 내는 등 날마다 말을 바꾸는 패권국의 대통령의 모습을 전 세계가 매일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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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7월 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산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워싱턴·제퍼슨·루스벨트·링컨 대통령 조각상 위로 날아가는 전투기의 비행을 보고 있습니다.(로이터)
패권에는 군사력·경제력과 같은 '강제적인 힘(경성 권력·硬性權力·Hard Power)'이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하지만 문화와 신뢰 등 '부드러운 힘(연성 권력·軟性權力·Soft Power)'이 없는 패권은 있을 수 없습니다. 알렉산드로스의 제국은 그가 죽은 직후 4개의 왕조로 쪼개졌습니다. 하지만 포용 정책, 이민족 융화 정책과 더불어 대규모 도서관을 짓는 등 문화적 힘을 통해 '헬레니즘'을 지중해 세계와 아시아까지 전파했습니다. 로마 역시 공공 건축과 '시민권'으로 대표되는 문화적 영향력으로 오늘날까지 서구의 정신적 지주로 남아 있습니다. 유럽을 제패한 나폴레옹의 프랑스는 '자유·평등·박애'라는 프랑스 대혁명의 이념을 전파해 근·현대 유럽을 만드는 데 일조했습니다.
패권의 한 축인 '부드러운 힘'에는 신뢰가 필수적입니다. 미국은 1·2차 세계대전을 통해 패권국가가 됐습니다. 비록 그 진정성은 의심되지만 1차 대전 직후 '민족 자결주의'가 포함된 '14개조 원칙'을 통해 제국주의 시대의 종말에 단초를 제공했습니다. 2차 대전이 끝난 뒤에는 '규칙에 입각한 자유주의'라는 이념을 통해 세계를 이끌었습니다. 강대국의 허수아비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국제연합 등 국제기구를 만들어 패권국의 입지를 다지고 세계의 선도 국가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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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이란 테헤란에서 한 여성이 지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앞에서 흐느끼고 있습니다.(AP)
하지만 지금 미국이 벌이는 행태는 패권국의 모습이 아닙니다. BBC 아랍은 오만 출신의 한 국제 정치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미국이 걸프국들에게 이란 전쟁의 비용을 부담하라고 압박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했습니다. 국제 정치 전문가인 살렘 알자후리는 BBC와 인터뷰를 통해 백악관이 걸프 국가들에게 "전쟁을 계속하길 원한다면 5조 달러(약 7천500조 원), 전쟁을 끝내려면 2조 5천억 달러(약 3천787조 원)를 요구하고 있다"고 폭로했습니다. 그는 "미국이 걸프 국가들을 상대로 일종의 갈취(racketeering)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이제 패권국인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국가는 없을 겁니다. 미국의 맹방인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아랍 에미리트 등 걸프 국가들도 미국과 궤를 함께하던 안보 정책을 바꿀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이들은 이미 미국에 약속한 수천억 달러의 투자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NATO) 역시 기존 미국과의 협력 관계를 재설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가장 강력한 우방인 한국과 일본은 트럼프의 '현금 인출기(Money Machine)' 신세가 됐고, 툭하면 관세와 군사력 차출 요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우방을 잃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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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쟁은 중동에서 '핵무기 개발 도미노' 현상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이란은 어떻게든 이번 전쟁이 마무리된 뒤 정말로 핵무기를 만들려고 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지난 2015년 이란은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와 독일 등 6개국(P5+1)과 '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이라는 협정을 맺었습니다. 이란이 핵 개발을 중단하는 대가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5월 일방적으로 이 협정을 파기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줄곧 '이란이 곧 핵무기를 갖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BBC에 따르면 지난해 3월 털시 개버드 미국 국가정보국장은 의회에 미국 정보기관이 "여전히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지 않으며,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가 2003년에 중단한 핵무기 프로그램을 승인하지 않았다고 분석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미국이 죽인 하메네이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고 있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제 이란은 자위적 차원에서라도 모든 자원을 동원해 핵무기 개발에 매달릴 것 같습니다. 이란이 핵무기를 가지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 에미리트, 튀르키예 등 이웃 나라들도 역시 핵무기를 갖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중동에 '핵무기 개발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개연성이 커진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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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한 반격 미사일로 인해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고 있습니다.(로이터)
미국 패권의 가장 강력한 두 축은 군사력과 경제력입니다. 그 경제력은 세계의 기축 통화인 '달러'의 힘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축 통화는 '신뢰'라는 받침대가 있어야 효율적으로 작동합니다. 과연 미국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때 기축 통화 달러는 그 자리를 이전처럼 굳건하게 유지할 수 있을까요?
아직도 압도적인 군사력과 경제력을 지니고 있지만 '지는 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패권국가 미국. 미국은 이번 전쟁, 사실상 '이스라엘-이란 전쟁'이라 불리는 역사적 이벤트에 막대한 전비를 쏟아부으면서도 신뢰라는 '소프트파워'를 탕진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입니다. 그 여파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나타날지, 그래서 대한민국에게 어떤 파도가 밀려올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펴야 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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