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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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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워둔 재판부, 멈춰 선 재판‥尹 2심도 지연? [서초동M본부]

비워둔 재판부, 멈춰 선 재판‥尹 2심도 지연? [서초동M본부]
입력 2026-04-11 09:02 | 수정 2026-04-1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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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워둔 재판부, 멈춰 선 재판‥尹 2심도 지연? [서초동M본부]
    법관들은 2~3년에 한번씩 자리를 옮깁니다. 원래 자리에서 하던 재판은 두고 갑니다. 매년 인사이동이 이뤄진 직후 법원에선, 직전 재판부에서 마무리하지 못한 사건 중 피고인이 구속 상태인 경우처럼 시급한 사건을 골라내는 게 일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법관 한 명이 1년에 맡는 사건은 1년에 평균 4백 건을 웃돕니다.

    내란전담재판부는 이러한 부담에서는 자유롭습니다. 내란 사건 심리에 집중하라는 취지로,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서울고법 형사1부, 형사12부(주심과 재판장에 따라 12-1, 12-2, 12-3부로 다시 나뉘지만, 구성원은 같습니다.)가 가지고 있던 일반 사건들을 전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재판부의 업무량이 과중돼 심판이 지연된다는 걱정도 나올 수 있습니다.

    감수해야 하는 비용입니다. 늘어지고 끌려가는 '12.3 내란' 관련 1심 재판을 지켜보며 '이래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입법으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진통을 겪은 내란 재판이 항소심에서도 또다시 지연되고 있습니다.
    비워둔 재판부, 멈춰 선 재판‥尹 2심도 지연? [서초동M본부]
    ■ 사건 없는 재판부‥기일 지정은 차일피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장관 등의 내란 혐의 사건 항소심은 형사12-1부가 맡았습니다. 12부가 가지고 있는 사건은 단 두 개입니다. 이 사건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내란 혐의 사건입니다.

    한 전 총리 사건은 이번 주에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만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윤 전 대통령 등의 사건은 지난 2월 19일 1심 선고 이후 한 달 반 동안 첫 기일이 지정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이 '내란' 특검법상 재판 기간 조항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특검법은 1심을 기소 이후 6개월, 2심 선고는 1심 선고 이후 3개월, 3심 선고는 2심 선고 이후 3개월로 정해두지만, 그 대상을 특검 기소 사건으로 해놨습니다.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장관 등은 모두 특검 출범 전 검찰이 기소했습니다.
    비워둔 재판부, 멈춰 선 재판‥尹 2심도 지연? [서초동M본부]
    ■ 늦출 이유 찾아내는 법원?

    서울고법은 특히 항소이유서 제출 기간을 지연 이유로 듭니다. 제출 기간을 7일로 줄인 특검법과 달리 기존 소송법에 따라 20일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에 더 시작을 못한다는 것입니다.

    판사들이 보는 '재판 교과서'인 <법원실무제요>에도 같은 이유로 항소이유서 제출 기한이 지나기 전에는 원칙적으로 재판하지 말라고 돼 있습니다. 항소심은 기본적으로 항소이유서를 바탕으로 이뤄지니, 당사자가 항소이유서의 입장을 바꾸거나 보완할 수 있는 기간은 재판을 열 수 없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때 기일을 정하는 것조차 안 된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가장 늦게 소송기록접수통지서를 받은 피고인은 조지호 전 경찰청장입니다. 지난달 13일 수령해, 평일 기준 20일인 항소이유서 제출 기간은 금요일로 마감됐습니다. 다음주부터는 재판을 열어도 문제 없는데, 아직도 기일은 지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재판 속도를 낼 장치를 법원은 그동안 여럿 보여주었습니다. 하루 만에 상급 법원으로 기록을 다 송부하거나, 우편 발송 대신 집행관을 직접 보내 서류를 빠르게 송달한다든지, 기일을 일괄로 지정하는 방식 등입니다.
    비워둔 재판부, 멈춰 선 재판‥尹 2심도 지연? [서초동M본부]
    ■ 법보다 판사 재량이 우선?

    내란 재판에는 특검법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내란전담재판부법으로 더 잘 알려진, 내란·외환 형사절차 특례법이 있습니다.

    특례법은 내란·외환 사건 재판은 다른 재판에 우선하여 최대한 신속히 하여야 하고, 해당 법원장은 전담재판부가 사건을 신속하면서도 충실히 심리할 수 있도록 인적·물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그런데도 항소심 법원은 특검법 핑계를 대며 재판을 열지 않습니다. 서울고법 내부에서도 "미리 기일을 정해 피고인들에게 항소이유서를 그때까지 내도록 독려하는 방법도 있다"며 "지난해 1심 법원이 받은 비판을 생각했을 때 안이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문제는 내란 재판만 아니라 특검법이 적용되는 재판에서도 재판부가 법을 무시하기 일쑤라는 겁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가 심리하는 한학자 전 통일교 총재와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 통일교 지도부의 김건희 씨, 권성동 국회의원 로비 의혹 재판이 그렇습니다. 이 사건은 지난해 10월 '김건희 국정농단' 특검이 기소했습니다. 특검법에 따라 이번달중 재판을 마쳐야 하지만, 아직 한창 진행 중입니다.

    이를 두고 판사들에게 물으면, 특검법 조항의 재판기간 조항은 '훈시규정'이라고 합니다. 위반해도 별다른 제재가 없어 권고 성격이라는 겁니다. 기준을 제시하는 걸 넘어 특정 기간 안에 판단을 내리라고 강제하는 건 물론 판사에 대한 압박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더뎠던 내란 사건 1심이 흔든 것은 재판 하나가 아니라, 사법부 전체의 신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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