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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금감원장님 법카로 미슐랭·호텔 식당부터 집 근처 간장게장집까지

[단독] 금감원장님 법카로 미슐랭·호텔 식당부터 집 근처 간장게장집까지
입력 2026-04-27 10:00 | 수정 2026-04-27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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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금감원장님 법카로 미슐랭·호텔 식당부터 집 근처 간장게장집까지
    ■ 이복현 전 금감원장의 '3년 치 장부' 열어보니
    [단독] 금감원장님 법카로 미슐랭·호텔 식당부터 집 근처 간장게장집까지
    MBC는 최근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의 임기 3년 치 업무추진비 세부 내역을 입수했습니다. 총 378건, 금액으로는 9,057만 원에 달하는 이 업추비 내역을 분석해보니 수상한 패턴이 반복적으로 보였습니다. 1인당 디너 코스가 20만 원이 넘는 미슐랭 식당과 특급 호텔 파인 다이닝에서 여러 차례 식사하고도, 장부상 결제 금액은 1인당 2만 9천 원으로 수렴했습니다.

    단순 오기라고 보기엔 그 횟수가 너무 잦고 치밀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뉴스데스크에서 미처 다 다루지 못한 장부 속 민낯을 하나씩 짚어봤습니다.

    ■ 자택 인근 무더기 결제‥최고 단골은 간장게장집


    이복현 전 금감원장의 2022년 6월부터 2025년 5월까지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분석해보니, 주 근무지인 여의도를 벗어나 자택 근처에서 쓴 내역이 유독 많았습니다. 서초와 강남구 일대에서 법인 카드를 사용한 내역이 총 98건, 금액으로는 1,729만 원에 달합니다.

    이 중 서초구 잠원동에 있는 집으로부터 3km 이내 식당에서 쓴 내역은 76건, 1,388만 원이고, 1km 이내도 49건, 723만 원이나 됩니다. 밤 10시 이후 결제는 17건으로 나타났습니다.
    [단독] 금감원장님 법카로 미슐랭·호텔 식당부터 집 근처 간장게장집까지
    가장 자주 방문한 곳은 집에서 400미터가량 떨어져 있는 간장게장 식당이었습니다. 간장게장 4만 3천 원, 아구찜 5만 5천 원, 꽃게찜은 7만 5천 원입니다. 이 전 원장은 2023년 7월부터 2024년 4월까지 거의 매달 한 번꼴로 이 식당을 찾았는데, 퇴근 시간 이후에 집중됐고 매번 13만 원에서 17만 원가량을 업무추진비로 결제했습니다. 금감원 시스템에는 '객측 인근'으로 적혀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같이 식사한 상대방과 가까운 곳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간장게장 식당은 이복현 전 금감원장 집에서 불과 400미터가량입니다.

    금감원은 "강남에 PEF 등 금융 관련 회사들이 많고, 당시 업무 연관성이 있다고 봤을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어떤 업무 연관성이었는지, 왜 업무 연관성이 있다고 봤는지 지금으로서 확인하기 어렵다"고 즉답을 피했습니다.

    그럼 문제가 없는 걸까. 지난 2020년 개정된 금감원 지침에 따르면, 법인카드는 원칙적으로 근무지와 무관한 집 근처 또는 근무지를 벗어난 지역에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불가피하게 사용했다면 그 사유를 소명해야 합니다. 소명을 거부하거나 부정하게 쓴 사실이 명백한 것으로 드러나면 이 사실을 관련 부서에 통보하게끔 돼 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쓰지 못하도록 만들어진 규정"이라며, 원장이라고 예외는 없다고 했습니다.
    [단독] 금감원장님 법카로 미슐랭·호텔 식당부터 집 근처 간장게장집까지

    '금감원 회신 자료 일부 발췌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실)'

    하지만 MBC 취재 결과, 이 전 원장의 자택과 가까운 서초와 강남 일대에서 결제된 내역 중 절반 이상이 아무런 소명 없이 처리됐습니다. 금감원에 소명 여부를 확인해보니 94건 중 54건이 소명되지 않은 겁니다. '검찰청 파견 직원과 식사'(1건)과 '객측 인근'(39건) 등 그나마 사유가 적힌 것도 시스템 비고란에 입력돼있던 내용이며, 별도 소명서는 없었습니다. 예외가 없어야 할 법인카드 사용 지침이지만 원장에게는 주먹구구식으로 느슨하게 적용됐던 겁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자택 인근에서의 법인카드 사용은 규정상 특별한 사유에 대한 소명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며 "별도의 소명 없이 반복된 과도한 사용은 그 자체만으로도 개인적 유용이 강하게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위법·부당 사용이 확인될 경우 환수 조치를 포함한 관련자들에 대한 강력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1인당 2만 9천 원짜리 미슐랭 레스토랑?


    세계적인 미식 가이드인 ‘미슐랭’ 별을 받는다는 것은 레스토랑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예 중 하나입니다. 서울에서도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손에 꼽히는 파인 다이닝들이 미슐랭 스타를 획득하며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녁 코스 요리 가격이 1인당 최소 20만 원을 훌쩍 넘는 이 최고급 식당들에서도 이복현 전 원장의 수상한 법인카드 결제 내역들이 여러 건 발견됐습니다.

    이 전 원장은 지난 2023년 12월 15일 저녁 6시 41분쯤, 서울 강남 미슐랭 2스타 M 레스토랑에서 금감원 법인카드를 긁었습니다. 또 다른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A에서도 2023년 10월 10일과 25일, 그리고 30일… 불과 5일 간격으로 저녁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결제한 기록이 있었습니다.
    [단독] 금감원장님 법카로 미슐랭·호텔 식당부터 집 근처 간장게장집까지

    '미슐랭 레스토랑 M의 디너 코스 메뉴'

    M 레스토랑은 최근 미슐랭 최고 등급인 3스타로 승급한 최상급 파인 다이닝으로 1인당 디너 코스 가격만 40만 원대에 달합니다. 2023년 당시에도 32만 원이었습니다. 2스타인 A 레스토랑 역시 디너 코스가 1인당 35만 원에 이릅니다. 10명이 와인을 곁들이며 단체로 식사했다면 수백만 원이 훌쩍 넘는 최고급 다이닝들입니다.
    [단독] 금감원장님 법카로 미슐랭·호텔 식당부터 집 근처 간장게장집까지
    이런 미슐랭 식당에서 이복현 전 원장이 결제한 내역은 확인된 것만 5건이었습니다.
    놀랍게도 1건을 제외하고는 장부에 어김없이 '10명 참석, 29만 원 결제'로 기록됐습니다.
    예외였던 1건은 2024년 2월 22일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 Y에서 결제한 내역이었는데,
    이때도 10명이 갔고 28만 원을 냈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참고로 Y 역시 디너 코스가 1인당 24만 원에 달하는 업장입니다.

    특히 M 레스토랑의 경우 물리적인 수용 인원마저 달랐습니다. 이 식당은 최대 6명까지 들어갈 수 있는 룸만 있다고 했는데, 장부에는 버젓이 '10명이 참석했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단독] 금감원장님 법카로 미슐랭·호텔 식당부터 집 근처 간장게장집까지
    금감원장은 왜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업무추진비를 썼을까? 금감원은 '간담회' 목적의 식사였다고만 했고, 상대가 누군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상대가 누구였든 간에 금감원장이 간담회를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여러 번 진행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당시 금감원장 업무추진비의 1인당 한도는 3만 원이었습니다.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없는 한도 내에서 불가피한 경우에만 5만 원까지 쓸 수 있었습니다. 더욱이 당시 금감원 내부 법인카드 사용 지침(2024년 4월 개정 전)은 한 건당 사용금액이 30만 원 이상이면 주된 상대방의 소속 외 성명을 반드시 적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장부에 적힌 결제 내역은 모두 29만 원 선에서 이뤄졌습니다. 이런 구체적인 소명 의무를 피하기 위한 '금액 쪼개기'나 '허위 인원 기재'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지점입니다. 그는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누구와 어떤 목적의 식사를 했던 걸까요.

    이에 대해 금감원은 "인원 수 관련 세부 사항을 별도로 관리하고 있지 않아 확인이 어렵다"고만 밝혔습니다.

    [단독] 미슐랭 식당서 10명이 29만 원? 이복현 전 금감원장의 수상한 업추비
    https://imnews.imbc.com/replay/2026/nwdesk/article/6816988_37004.html

    ■ 특급 호텔, 최고급 레스토랑, 쪼개기 결제


    이를 단순한 의혹으로 볼 수 없게 만드는 또다른 사례가 있습니다.

    이복현 전 원장의 업무추진비 결제 내역에는, 미슐랭식당뿐 아니라 특급호텔들도 자주 등장했습니다. 장부에 적힌 업장들은 일반 호텔 뷔페나 라운지도 있었지만, 대부분 각 호텔이 자랑하는 최상급 파인다이닝 식당들이었습니다.
    [단독] 금감원장님 법카로 미슐랭·호텔 식당부터 집 근처 간장게장집까지
    가장 대표적인 곳이 서울 장충동 S호텔입니다. 2022년 11월과 2024년 4월, 저녁 8시 무렵에 각각 10명이 식사를 하고 29만 원대를 결제했다고 기록된 업장명은 최고급 스시 식당 A였습니다.

    A 스시 식당은 국내 최고 수준의 일식당으로, 디너 오마카세와 코스 요리는 1인당 20만 원 후반에서 30만 원을 훌쩍 넘깁니다. 10명이 디너를 즐겼다면 최소 250만 원 이상이 청구되어야 정상입니다. S 호텔의 일반 뷔페조차 평일 저녁 기준 19만 8천 원을 호가하는 마당에, 10명이서 A 업장의 디너를 29만 원어치만 먹었다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단독] 금감원장님 법카로 미슐랭·호텔 식당부터 집 근처 간장게장집까지
    여의도 F 호텔의 기록도 황당합니다. 장부에는 유러피안 다이닝 M 업장과, 비즈니스 미팅 공간 G가 쓰여있었습니다. M 업장의 런치 코스는 12만 원, 디너 코스는 22만 원부터 시작하며, G 역시 식사 비용이 12만 원에서 20만 원에 이르는 공간입니다. 그런데 장부에는 점심시간대인 낮 12시 50분경에 4명이 M 업장에서 11만 7천 원, 6~7명이 G 업장에서 17만~20만 원만을 냈다고 적혀 있습니다. 도대체 뭘 먹은 걸까요?

    서울 중구 W 호텔도 마찬가지였는데, 최고급 중식당 C의 디너 코스는 18만 원, 런치 코스는 15만 원에 달하지만, 장부에는 10명이 29만 8천 원을 썼다고 기록됐습니다. 이번에도 인당 식대는 2만 9천8백 원에 불과했습니다.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호텔은 용산의 D 호텔입니다. 1인당 단가가 최소 10만 원을 넘는 프리미엄 중식당, 런치 코스부터 프렌치 다이닝 디너까지 제공하는 업장, 그리고 디너 코스만 15만 원에서 21만 원에 달하는 하이엔드 일식당까지. 이 모든 곳에서 10~12명이 단체 회식을 하고 27만~32만 원만 결제했습니다. 이런 기형적인 수치가 무려 12번이나 반복됐다면, 우연의 일치로 볼 수는 없겠습니다.

    남산에 위치한 최고급 멤버십 리조트 B에서의 결제 내역도 석연치 않았습니다. 2023년 8월, 저녁 7시 56분에 4명이 단 10만 6천 원을 썼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곳 다이닝 라운지의 디너 코스가 1인당 19만 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4명의 식사비가 10만 원 남짓 나왔다는 건 쪼개기 결제가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습니다. 철저한 회원제 중심으로 운영되는 호화 리조트에 금감원장이 단순 유관기관 업무 협의를 위해 저녁 시간에 방문했다는 것 자체도 상식적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단독] 호텔 식당에서도 10명이 29만 원? 이복현 수상한 업추비 '무더기' 확인
    https://imnews.imbc.com/replay/2026/nwdesk/article/6817265_37004.html

    ■ "아침 8시에 호텔 뷔페에서 업무협의를?"…'복붙'한 핑계들
    [단독] 금감원장님 법카로 미슐랭·호텔 식당부터 집 근처 간장게장집까지
    수상한 내역 투성이지만, 여의도의 C 호텔에서 아침 8시에 2명이 3만 8천 원을 긁은 건 좀더 이상하게 다가왔습니다. 조식 뷔페로 전표가 찍혔는데, 취재진이 문의한 결과 해당 시간대에는 1인당 6만 7천 원짜리 조식 뷔페만 이용할 수 있을 뿐 커피 등 단품 주문은 불가능했습니다. 그렇다면 2명이 갔을 때 최소 13만 4천 원을 결제해야 정상인데, 단 3만 8천 원만 법인카드로 결제하고 남은 10만 원가량의 차액은 개인이 따로 긁은 걸까요?

    도보 10분 거리에 보안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금감원장 집무실이 있는데, 굳이 아침 8시부터 호텔 조식 뷔페에서 업무 협의를 해야 했는지도 의문입니다.

    호텔 세부 사용 내역을 살펴보면 결제 금액만큼이나 기가 막힌 대목이 또 있습니다. 바로 업무추진비 지출 명목을 적는 '비고'란입니다.

    인당 수십만 원이 족히 나올 최고급 일식당 디너타임이든, 초호화 유러피안 다이닝이든, 아침 8시의 호텔 조식 뷔페든, 모든 결제 목적은 오직 두 가지로 통일되어 있습니다. '정책추진 관련 간담회 및 자문 등' 또는 "유관기관과의 업무협의 등"입니다.

    이 시간과 장소에서 식사하며 정말로 진지한 정책 자문과 유관기관 업무협의를 진행한 것일까요? 1인당 수십만 원짜리 코스를 즐기면서 이뤄진 논의가 대체 어떤 정책 추진을 위한 것이었으며, 과연 그 협의를 굳이 특급호텔 파인다이닝에서 해야만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MBC 취재진에게 "원장 업무실을 두고 특급 호텔들을 다닐 이유도 없고, 그렇게 한가하게 먹을 수 있는 상황도 있을 수 없다"며 이런 논란이 생긴 것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복현 전 원장이 업무추진비를 이용해 개인적인 식사 자리를 많이 가진 것으로 알고 있고, 당시 비서실에서 통제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면서 "금감원 배석자 없이 혼자 다니면서 업무추진비를 결제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상하다"며 비판했습니다.

    ■ 업무추진비, 이렇게 써도 되나?


    공공기관장들에게 주어지는 업무추진비는 대외적인 업무 협의와 원활한 기관 운영을 위해 쓰라고 배정되는 공적 자금입니다. 허투루 쓰여서는 안 되는 돈인 것이지요.

    특히 금감원 운영 수입의 70% 이상은 금융회사들이 내는 '감독분담금'이며, 이는 금융소비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 돌고 돌아 조성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건데요. 금감원은 독립성 확보를 위해 공공기관 지정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금융위원회법에 따라 설립된 특수 법인으로 정보 공개 의무 대상이기도 합니다. 금감원장 역시 금융위원회 의결과 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며 차관급 대우를 받습니다.
    [단독] 금감원장님 법카로 미슐랭·호텔 식당부터 집 근처 간장게장집까지

    '2024년 금감원장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

    그런데도 금감원은 그동안 업무추진비 세부 내역 공개를 꺼렸습니다.

    공공기관이 아니라는 등의 이유로 (1) 정책 추진 관련 간담회 등 (2) 유관기관과 업무협의 등 (3) 경조사 등 세 가지 항목으로 묶어 월별 총합계 건수와 금액만 1년에 한 번 공시해왔습니다. 이 전 원장이 미슐랭 식당과 호텔 고급 식당에서 업무추진비를 여러 차례 쓴 것도, 이런 두루뭉술한 공시 덕에 국회와 언론이 감시할 수조차 없었던 겁니다. 반면 금융위 등은 위원장과 부위원장, 고위 공직자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분기마다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도 2024년부터 총재 등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건별로 공개했습니다.

    [단독] 금감원장님 법카로 미슐랭·호텔 식당부터 집 근처 간장게장집까지

    '2024년 1분기 금융위원장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

    ■ '영업 지장 준다'더니‥기밀은 없었다


    이 수상한 장부가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무려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시작은 한 시민단체의 정보공개 청구였습니다. 지난 2024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금감원장의 업무추진비 세부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고, 금감원이 거부하자 행정 소송에 나섰습니다.

    1심에 이어 지난 9일 2심 재판부도 금감원장의 업무추진비 사용 시각과 장소 등을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비록 금감원장이 바뀌었지만, 전임 원장 시절의 업무추진비 기록인데다 소송이 진행 중이었기에 금감원이 대법원의 최종 판단까지 받아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금감원은 소송을 지휘하는 법무부에 "상고를 포기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대법원 판단을 받아보지 않고 2심 판결에 승복해 내역을 그냥 공개하기로 한 겁니다. 지난주 초 법무부가 이를 승인하면서, 굳게 닫혔던 전임 금감원장의 업추비 장부가 마침내 세상에 공개됐습니다.

    [단독] 금감원, 이복현 전 원장 업무추진비 공개하기로‥"상고 포기" 결론
    https://imnews.imbc.com/news/2026/econo/article/6815937_36932.html
    [단독] 금감원장님 법카로 미슐랭·호텔 식당부터 집 근처 간장게장집까지
    금감원이 법정에서 내세운 핵심 명분은 "세부 내역이 공개되면 금감원이 어떤 기관을 검사하고 감독하는지 유추될 수 있어 업무에 치명적인 지장을 초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공개된 장부에는 날짜, 장소, 인원 수만 있을 뿐 상대방이 누구인지, 어떤 감독 업무를 수행했는지 특정할 수 있는 기밀 정보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공개를 거부했던 진짜 이유가 다른 데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이번 상고 포기와는 별개로, 금감원은 이번 달 말 이찬진 현 금감원장의 업무추진비 세부 내역도 다른 기관들처럼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어떤 취지이든 늦게나마 투명성 확보를 위한 첫걸음을 뗐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단발적인 과거 장부 공개만으로, 피감기관의 돈으로 1인당 수십만 원짜리 최고급 식사를 즐기고 서류상으로는 2만 9천 원으로 둔갑시키는 부패한 관행을 완전히 끊어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은 MBC와의 통화에서 "너무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잘 안 난다"면서 이렇다할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3년 동안 기록에 남은 꼼수 결제만 특급호텔 29차례,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5차례. 기억이 안 난다는 말로 그냥 넘어갈 일일까요?

    그토록 예리하고 엄격했던 금감원의 칼끝이 스스로에게는 한없이 무디고 관대했던 건 아니었냐고. 그렇게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취재 : 구민지 nine@mbc.co.kr , 김건휘 gunning@mbc.co.kr / 자료제공 : 조국혁신당 신장식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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