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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이미지 전영우

6살 소녀에 335발 총탄 세례‥전쟁이 죽인 아이들 [인싸M]

6살 소녀에 335발 총탄 세례‥전쟁이 죽인 아이들 [인싸M]
입력 2026-04-28 07:00 | 수정 2026-04-2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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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살 소녀에 335발 총탄 세례‥전쟁이 죽인 아이들 [인싸M]

    지난 2024년 1월 이스라엘군의 폭격과 총격으로 숨진 6살 팔레스타인 소녀 힌드 라잡(팔레스타인 적신월사 제공, 로이터)

    지난 2001년 10월. 아프가니스탄 북부 호자바우딘에서 비비오이나를 만났습니다. 탈레반을 피해 와, 난민 학교에 다니는 열 살 소녀였습니다. 말이 학교지 책상도 의자도 없었습니다. 진흙과 흙벽돌, 밀짚을 섞어 만든 단층 건물에 '브리오'라고 하는 밀짚 돗자리를 깔고, 학생들은 그 위에 앉아서 수업을 들었습니다.

    밀짚 돗자리를 깔았다고 하지만 흙바닥에선 먼지가 뽀얗게 피어올랐습니다. 창문은 있지만 유리를 끼지 못해 비바람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그나마도 교실이 모자라 500명 가량의 남녀 학생들이 오전·오후로 나눠 2부제 수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교과서를 가진 학생은 3분의 1 정도밖에 되질 않았습니다. 교과서라고 해야 조잡한 인쇄물을 얼기설기 엮은 것이었지만 그거라도 가진 학생들은 부러움의 대상이었습니다.
    6살 소녀에 335발 총탄 세례‥전쟁이 죽인 아이들 [인싸M]

    지난 2024년 4월, 가자지구의 한 임시 교실에서 어린이들이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AP)

    이들의 책가방은 미군이 뿌리는 원조식량 주머니. 어린이들은 ‘인도적 일일 배급 식량’(Humanitarian Daily Ration)이라는 글씨가 선명한 노란색 비닐 주머니를 메고 학교로 향합니다. 교사는 32명. 대졸자도 있지만, 고졸과 고교 중퇴자도 많았습니다. 하루에 4시간씩 국어인 '다리'어와 수학, 과학 등을 가르치지만 월급은 없었습니다. 정부의 보조금도 없을뿐더러 수업료를 낼 형편이 되는 학생도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비비오이나는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얼굴에는 진흙이 말라붙어 있었고, 신발도 없이 맨발로 학교를 다녔습니다. 하지만 비비오이나의 눈망울은 초롱초롱했습니다.
    6살 소녀에 335발 총탄 세례‥전쟁이 죽인 아이들 [인싸M]

    지난 2023년 10월 18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습한 뒤 폭격 잔해 속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의식을 잃은 한 어린이를 구조하고 있습니다.

    아프간 소녀에게서 본 6·25의 상흔

    "커서 꼭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나처럼 가난한 아이들을 가르칠래요."

    비비오이나가 제게 말해 준 장래 소망이었습니다.

    저는 비비오이나에게서 제 어머니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프가니스탄 호자바우딘의 난민 학교는 어머니께서 말씀해 주신 6·25 당시 우리나라 피난민 학교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딱 비비오이나 나이였던 어머니는 당시 부산 구덕산의 천막 학교에 다녔다고 하셨습니다. 교과서도 없었고 선생님들이 작은 칠판을 소나무에 걸어 놓고 수업을 했다고 하셨습니다. 겨울에도 매일 구덕산 우물에서 물을 길어 날라야 했답니다. "너무 추워서 우물에서 길어낸 물에 손을 담갔는데, 조금만 지나면 그 물이 손에서 꽁꽁 얼어붙어 버렸다"면서 한숨을 쉬시고 했습니다.

    지난 2월 28일 미군은 이란 남부의 한 여학교를 공습했습니다. 학교 근처의 이슬람혁명수비대 해군 기지를 겨냥한 폭격이었는데, 오폭(誤爆)일 가능성이 미국 언론에 의해 제기됐습니다. 이란은 현장에서 수거한 미사일 파편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미국 언론과 군사 전문가들은 이것이 미군이 사용하는 토마호크 미사일 부품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건이 “최근 수십 년간 미국의 가장 참혹한 군사적 실수 중 하나로 기록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숨진 175명, 그 대부분이 여학생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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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0월 31일, 가자지구의 슈하다 알 아크사 병원에서 한 팔레스타인 남성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자녀의 시신을 하늘을 향해 들어올리며 울부짖고 있습니다.(로이터)

    지난 11일 레바논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최근 공습으로 사망자가 총 2천20명, 부상자는 6천436명이른다고 발표했습니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 숫자가 레바논 여러 지역에서 계속된 이스라엘군의 폭격 희생자와 국경에서 일어난 교전의 사상자를 모두 합친 통계라고 밝혔습니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지난 9일 하루에만 254명이 사망했고, 1천 명 이상이 죽거나 다쳤습니다. 이날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한 레바논 정부는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민간인 거주 지역에 집중됐다고 강조했습니다.
    6살 소녀에 335발 총탄 세례‥전쟁이 죽인 아이들 [인싸M]

    영화 '힌드 라잡의 목소리' 가운데 한 장면, 한 배우가 이스라엘 총격으로 숨진 6살 소녀 힌드의 사진을 들고 있습니다.(Mime Films/Tanit Films, AP)

    "살려주세요" 6살 소녀에 355발 총탄 쏟아부은 이스라엘군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의 테드 차이반 사무차장은 지난달 23일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과 연이은 중동 전쟁 확대로 어린이 사상자가 2천100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습니다. 사상자들 가운데에는 이란에서 사망한 206명의 어린이와 레바논의 118명, 이스라엘 4명과 쿠웨이트의 1명이 포함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유엔 난민기구에 의하면 이란에서만 지금까지 320만 명의 피난민이 발생했고, 그중 86만4천 명 가량이 어린이들이라고 합니다. 유니세프는 레바논도 100만 명의 피난민 가운데 약 37만 명의 어린이들이 포함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레바논에서는 10만 명의 학생들이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인명 구조에 나선 보건의료 종사자들, 특히 의사와 간호사 등까지 이스라엘군에게 살해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6살 소녀에 335발 총탄 세례‥전쟁이 죽인 아이들 [인싸M]

    지난 12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젖먹이 딸을 잃은 한 어머니가 자식의 관 앞에서 오열하고 있습니다.

    https://imnews.imbc.com/replay/2026/nwdesk/article/6816981_37004.html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일어난 2023년 10월7일 이후, 가자지구에선 최소한 2만1천 명의 어린이가 사망했다고 유니세프는 지난 2월 발표했습니다. 전체 사망자 7만1천여 명의 30%에 이르는 수치입니다. 특히 6살 소녀 힌드의 죽음은 우리의 가슴을 파고 듭니다.

    지난 2024년 1월, 6살 팔레스타인 소녀 힌드는 가자지구에서 가족들과 차를 타고 가다 폭격을 당했습니다. 숨진 가족들 시신 6구에 둘러싸인 힌드는 탱크와 항공기의 포성 속에서 차 안에 갇혀 있었습니다. 힌드는 전화로 간절히, 필사적으로 구조를 요청했습니다. 이슬람 구호 단체 적신월사 구조대원들이 힌드를 구하기 위해 폭격 현장으로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힌드와 구조대원들은 모두 숨진 채로 12일 뒤 발견됐습니다. 힌드가 타고 있던 차량에 이스라엘군이 발사한 총탄은 무려 335발이었습니다.
    6살 소녀에 335발 총탄 세례‥전쟁이 죽인 아이들 [인싸M]

    지난해 10월 17일,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 있는 한 병원에서 한 여성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자식의 시신을 부여안고 흐느끼고 있습니다.(로이터)

    전쟁 전문 기자들도 못 가는 전장‥사람 소식 대신 경제 뉴스만

    언론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일으킨 이번 중동전쟁 소식을 전하면서 석유 가격 폭등과 세계 증시의 등락 등 경제 뉴스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많은 희생자가 난 이란과 레바논 현지 소식은 많이 전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전장(戰場·battlefield)의 상황이 너무 위험해서 서방의 분쟁 지역 전문 기자들도 현장에 가지 못하는 것도 한 원인이라고 여겨집니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만났던 분쟁 지역 전문 기자들에게 모닥불 앞에서 그들의 전장 취재 경험담을 듣곤 했습니다. 당시 나이 많은 베테랑은 이란·이라크 전쟁부터 걸프전, 유고슬라비아전쟁 등을 취재한 경험이 있는 기자들이었습니다. 이들은 기자로서 투철한 사명감과 높은 전문성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동시에 이들의 전장에서 전하는 뉴스는 철저히 자본주의적 '상품'이기도 했습니다. 주로 영어로 생산되는 분쟁 지역 뉴스는 높은 가격으로 전 세계로 팔려 나갑니다. 이런 전문가들도 취재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건 이번 전쟁이 그만큼 참혹하다는 방증입니다.
    6살 소녀에 335발 총탄 세례‥전쟁이 죽인 아이들 [인싸M]

    지난 14일 극우 정당인 폴란드 자유독립연맹(KWiN) 소속 콘라트 베르코비치 의원이 의회에서 나치 문양이 합성된 이스라엘 국기를 펼쳐 들고는 이스라엘의 민간인 학살에 항의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비비오이나'가 더 죽어야 하나

    이스라엘은 자기 나라 1천만 명의 안전을 위해 레바논을 폭격하고, 이란을 공격했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더 안전해졌을까요? 어린이들을 살해하고 예수상을 부숴서 이스라엘은 더 힘세고 두려운 대상이 됐을까요? 이탈리아는 5년마다 자동으로 갱신되던 이스라엘과의 국방 협정을 파기했습니다. 지난 14일 폴란드 하원에서는 극우 정당 소속 의원이 나치 문양이 합성된 이스라엘 국기를 펼치며, 이스라엘은 ‘새로운 (나치) 제3제국’이라고 비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 세력인 미국의 마가(MAGA: Make America Great Again) 집단조차 이제는 이스라엘에게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6살 소녀에 335발 총탄 세례‥전쟁이 죽인 아이들 [인싸M]

    지난해 11월 13일, 한 팔레스타인 어린이가 가자지구의 나세르병원에서 이스라엘의 공습 후 병원으로 이송된 어머니 옆에서 울고 있습니다.(로이터)

    무너진 건물은 다시 세울 수 있습니다. 망가진 석유 시설은 고칠 수 있습니다. 파괴된 다리는 다시 지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죽은 아이들은 살릴 수 없습니다. 다친 어린이들은 평생 몸과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합니다. 어머니, 아버지를 잃은 어린 생명들은 험한 세상의 파도를 온몸으로 겪어야 할 겁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일으킨 전쟁으로 수많은 어린이들이 죽고 다치고, 부모를 잃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망한 어린이들의 가족과 부모를 잃은 아이들은 아마도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원한을 가슴에 품고 살아갈 것입니다.
    6살 소녀에 335발 총탄 세례‥전쟁이 죽인 아이들 [인싸M]

    지난 8일 레바논 베이루트의 피난민 수용소에서 한 여자 어린이가 구호 식량으로 나온 빵을 입에 물고 있습니다.(로이터·연합뉴스)

    살아 있다면 이제 서른다섯 살이 되었을 비비오이나는 과연 과학 선생님이 됐을까요? 자신을 닮은 눈빛 초롱초롱한 아이들을 낳아 키우고 있을까요? 탈레반이 다시 정권을 잡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비비오이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얼마나 많은 '비비오이나'들이 죽고 다치고 부모를 잃어야 이 전쟁은 끝날까요?

    유다교에서 '모세 5경'이라고 부르는 경전 중 하나인 창세기에서, 동생 아벨을 죽인 카인을 신(神·God)은 다음과 같이 꾸짖습니다.

    "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느냐? 들어 보아라. 네 아우의 피가 땅바닥에서 나에게 울부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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