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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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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소원 1호' 미적미적‥'피청구인 법원' 빼달라는 대법원 [서초동M본부]

'재판소원 1호' 미적미적‥'피청구인 법원' 빼달라는 대법원 [서초동M본부]
입력 2026-05-05 09:40 | 수정 2026-05-05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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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판소원 1호' 미적미적‥'피청구인 법원' 빼달라는 대법원 [서초동M본부]
    ■ 재판소원 1호 사건, 대법원만 늦게 송달


    황금연휴 한가운데 징검다리 휴일인 어제(4일), 대법원에 등기우편 한 통이 날아들었습니다. 지난 2월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마친 녹십자 백신 담합 과징금 사건에 대해서였습니다. 이미 끝난 사건인데, 석 달 지난 지금 왜일까요?

    발송자는 헌법재판소였습니다. 대법원이 심리한 이 사건 재판이 헌법에 어긋났는지, 본격적으로 따져보겠다는 통지서였습니다. 지난 3월 법원의 재판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을 가능하게 한 '재판소원' 도입 이후 처음으로 사전심사를 통과한 사건이었습니다. 앞서 사전심사를 거친 260여 건의 청구 가운데 최초였습니다.

    법무부와 공정위는 곧바로 헌재의 심판회부통지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대법원만 통지가 이르기까지만 며칠이 더 걸렸습니다. 이유는 전자 송달의 가능 여부에 있었습니다. 법무부와 공정위는 모두 정부 기관입니다. 전자 문서를 보내 열람하게 하는 식으로 송달이 가능한데, 대법원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정부전자문서시스템에도, 헌재의 자체 망인 전자헌법재판센터도 연결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재판소원은 이제 시작입니다. 필요한 경우 법원은 헌재에 기록을 제출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소송 전자화가 도입된 지 오래되지 않은 만큼 아직 종이 기록 상태의 사건이 많아, 그 양이 방대할 수도 있습니다. 헌재는 이에 대한 손쉬운 해결 방식으로 전자헌법재판센터를 말합니다. 대법원 역시 기관 중 하나로 가입해 헌재로 기록을 전달하면 된다는 겁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재판소원 제도 시행 두 달이 되도록, 별다른 이유를 밝히지 않고 가입을 미루고 있습니다.

    ■ "법관은 판결로만 말한다는데…"


    앞으로 대법원에는 한 달이라는 선택의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본안 1호' 사건에 대한 답변서를 낼지 말지 결정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난감한 눈치입니다. 우선 의견을 내면, 법원조직법이 규정하는 '합의 비공개 원칙'에 어긋난다고 합니다. 어느 사건에 대해 판결문과 선고 요지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그 내용을 덧붙여 설명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입니다. 재판의 공정성, 나아가 사법 독립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둔 안전장치인 만큼 이를 존중할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강경하게 반대해 온 재판소원 제도를 수용하는 것으로 비칠까 하는 우려도 읽힙니다. 그러나 답변서를 내지 않으면, 대법원이 불리합니다. 녹십자가 낸 자료를 위주로 판단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헌재 관계자는 "필요한 경우 법원에 기록 제출 요구 등을 할 수 있다"며 "재판부에서 검토하여 (추가) 기록이 필요한지와 수신 방법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대법원이 재판소원 제도를 포함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검토의견을 국회에 정식으로 낸 것은, 개정안이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를 연이어 통과한 바로 그 당일이었습니다. 이번에도 마지막 날 '깜짝 제출'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 '피청구인 법원'
    '재판소원 1호' 미적미적‥'피청구인 법원' 빼달라는 대법원 [서초동M본부]
    대법원은 재판소원 청구서의 피청구인 칸에 법원이 적히는 것 역시 부당하다고 합니다. 재판소원을 도입한 대만과 스페인 등에서도 피청구인으로 법원을 삼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사건을 심리한 법원이 아니라, 재판소원 대상이 된 재판에서의 상대방이 적히는 게 더 적절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본질적으로는 두 국가와 한국 모두 재판에 대해 헌법심사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 같습니다. 법이 위헌적인지 따지는 위헌법률심판이나 위헌심사형 헌법소원의 경우, 해당 법령을 만든 국회가 피청구인으로 적시되지는 않지만, 실질적으로는 국회의 입법 행위가 헌법심사 대상임을 의미합니다.

    기소유예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에는 피청구인으로 OO지검 (OO지청) 검사가 적히고, 행정행위에 대한 경우 피청구인으로 해당 기관이 명시됩니다. 헌재 심리에서 피청구인으로 놓인다는 것이, 지위나 권력의 차이를 의미하지 않는 겁니다.

    대법원에서는 헌재와 협의를 모색할 방침입니다. 법안이 피청구인을 법원으로 하도록 규정하지 않았고, 헌재에서 이를 결정한 만큼 조율이 가능한 영역이라고 여기는 까닭입니다. 다만 헌재에서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입니다.
    ■ 4심제라는 비판, 어떻게 돌파할까
    '재판소원 1호' 미적미적‥'피청구인 법원' 빼달라는 대법원 [서초동M본부]
    헌재가 이렇게 상징성이 큰 '1호 본안' 사건으로, 왜 굳이 심리불속행 기각을 쟁점으로 하는 사건을 꼽았는지에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그동안 강조해온 도입 의의인 헌법적 기본권 수호와는 사뭇 거리가 있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사건의 시작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처분이었습니다. 녹십자는 질병관리청이 2017년 4월~2019년 1월 발주한 HPV4가 가다실 백신 구매 입찰 3건에서 담합을 했다는 의혹으로 공정위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을 받았습니다. 불복해 소를 제기했지만, 서울고법과 대법은 모두 공정위 처분에 문제가 없다고 봤습니다. 참고로 공정위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은 2심제로 진행됩니다.

    같은 의혹을 다룬 형사 재판에서 대법원은 녹십자를 포함한 제약·유통업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습니다. 그런데 공정위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은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끝났습니다. 상고 이유를 따져, 예외적인 사건이 아닌 경우 따로 까닭을 설명하지 않고 기각하는 방식입니다. 상반된 대법 판단이 존재해, 심리불속행 기각이 불가능한 경우라는 게 녹십자의 청구 취지입니다.

    대법원으로서도 오히려 할 말이 생긴 셈입니다. 4심제가 아니라더니, 왜 사실상 4심을 하느냐고 말입니다. 만약 헌재가 심리불속행 기각 자체의 위헌성을 새롭게 발견한다면 대법원으로서도 큰 변화를 겪게 됩니다. 대법원과 헌재의 권한 경계는 어디에 그어지는지 이제 답을 내야 할 시점입니다. 제도의 첫 시험대인 만큼, 대법원이 어떤 방식으로든 입장을 밝힐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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