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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왜 개헌안에 '지역균형발전'을 넣었나? [국회M부스]

국회는 왜 개헌안에 '지역균형발전'을 넣었나? [국회M부스]
입력 2026-05-10 10:06 | 수정 2026-05-1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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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는 왜 개헌안에 '지역균형발전'을 넣었나? [국회M부스]
    국회는 왜 개헌안에 '지역균형발전'을 넣었나? [국회M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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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일 충북 청주에서 응급 분만병원을 찾던 임신 29주차 산모가 3시간 넘게 시간이 흐른 뒤에야 헬기를 타고 부산으로 이송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충북대병원 등 충청권 상급병원 6곳에 전원을 요청했지만 '전문의 부재'를 이유로 모두 거절당한 뒤였습니다.

    산모는 부산 동아대병원으로 옮겨져 목숨을 건졌지만, 안타깝게도 29주차 태아는 생명의 꽃을 피우지 못했습니다. 충북대병원은 충청권을 책임지는 권역모자의료센터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산과 전문의는 단 1명. 의사 혼자 충청권 응급 산모를 책임지는 열악한 상황이 2026년 충청지역 의료의 현실이었던 겁니다.

    서울에 있던 29주차 산모에게 같은 상황이 닥쳤다면 과연 태아가 사망했을까요?

    ■ 39년 만의 개헌 무산‥개헌안 123조 2항에 담긴 '지역균형발전'
    국회는 왜 개헌안에 '지역균형발전'을 넣었나? [국회M부스]

    국회 본회의장 '개헌안' 투표 (2026.5.7)

    청주에서 비극이 발생한 지 일주일 뒤, 국회는 헌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했습니다. 언론은 개헌안에 부마민주항쟁과 5.18민주화운동 정신이 헌법 전문에 수록된 점, 계엄 통제가 강화된 점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개헌안의 맨 끝 페이지에 담긴 '지역균형발전' 조항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결과는 이미 알려진 대로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과 필리버스터 선언으로 개헌은 무산됐습니다. 그리고 우원식 국회의장은 울분을 담아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 (5월 8일 국회 본회의 中)

    "국민들이 어디에 산다고 해서 삶이 차별되지 않는 이 헌법에 대해서 어제는 투표에 참여하지 않아서 투표를 무효시켰고 오늘은 또 무제한 토론을 하겠다고 해서… 더 이상 의장은 헌법개정안을 상정하지 않고 오늘로서 이 절차를 중단합니다. 국민투표로 국민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서 선거인단에 등록한 재외국민 여러분 그리고 관계 기관에도 유감의 뜻을 표하고 국회의장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매우 아쉽습니다. 정말 몹시 안타깝습니다."
    국회는 왜 개헌안에 '지역균형발전'을 넣었나? [국회M부스]

    개헌안 상정하지 못하고 산회 선포하는 우원식 국회의장 (2026.5.8)

    ■ "균등한 삶의 질과 기회를 향유할 수 있는 생활기반 구축"

    이번 개헌안은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국가의 의무를 매우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었습니다.

    현행 헌법과 개헌안의 '지역균형발전' 조항을 비교해 볼까요?

    [현행 헌법]
    제123조 ② 국가는 지역간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하여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

    [개헌안]
    제123조 ② 국가는 모든 국민이 거주 지역과 관계없이 균등한 삶의 질과 기회를 향유할 수 있도록 지역의 경제를 육성하고 생활기반을 구축하여 지역 간의 격차를 해소하고 균형 있는 발전을 촉진할 의무를 진다.


    한 눈에 봐도 조문 자체가 길어졌죠?

    단순한 '지역경제 육성' 뿐 아니라 '균등한 삶의 질과 기회', '생활기반 구축', '지역 간 격차 해소', '균형 있는 발전 촉진'을 국가의 의무로 못박았습니다.

    개헌안의 제안 이유에는 이 조문의 의미가 더욱 구체적으로 적혀있는데요. 거주 지역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이 균등한 교육과 의료, 문화, 일자리, 주거, 교통 등을 누리도록 말입니다. 앞서 살펴봤던 청주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균등한 의료'도 국가의 의무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겁니다.

    개헌안 '제안 이유' 中

    "국가의 지역 간 격차 해소와 균형발전 의무를 명시한다. 현행 헌법에서는 '지역균형발전'을 지향점으로서 언급하지만, 국가의 의무는 '지역경제 육성'으로 협소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에 모든 국민이 거주 지역과 관계없이 균등한 삶의 질과 기회를 향유할 수 있도록 지역경제 육성뿐만 아니라 교육ㆍ의료ㆍ문화ㆍ일자리ㆍ주거ㆍ교통 등을 포괄하는 지역의 생활기반을 구축함으로써, 지역 간의 격차를 해소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촉진할 국가의 의무가 있다는 점을 명시하고자 한다."


    ■ 우원식 "지역균형발전 못 시키면 위헌"‥문형배 "헌법에 넣어야 모든 정권 의무"
    국회는 왜 개헌안에 '지역균형발전'을 넣었나? [국회M부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MBC 100분 토론 1148회 영상 갈무리]

    그렇다면 국회는 왜 굳이 '지역균형발전'을 헌법에 넣으려고 했던 것일까요?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5일 MBC 백분토론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 (5월 5일 MBC 백분토론 中)

    "어디에 살든지 차별없이 살 권리를 주는 것. 그것을 국가의 책무로 하는 것은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펼 때 강도가 달라집니다. 그것을 못하면 위헌이 되기 때문에 헌법에 넣는 것은 굉장히 중요해요. 우리의 민주주의 역사를 보면 지역으로부터 올라온 힘이 민주주의의 대세를 만들었습니다. 광주5.18민주화운동, 부마민주항쟁, 제주4.3이 그렇죠. 지금 지역을 가보면 기초 단위는 소멸 위기입니다. 민주주의를 이끄는 다양성이 약화되고 모든 것이 중앙으로 몰려서 경쟁이 심해지고 민주주의 근간을 해치고 있습니다."


    함께 출연한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도 '지역균형발전'을 헌법에 명시해야, 향후 정권이 바뀌더라도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기조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5월 5일 MBC 백분토론 中)

    "지방에 사는 것은 목숨까지 불평등합니다. 적어도 공화국의 국민은 비슷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서울 시민은 선진국의 삶을 살고 부산 시민은 후진국의 삶을 살면 이게 동일한 공화국입니까? 그래서 개헌안에 '지역균형발전'을 넣은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헌법에 넣어야 모든 정권이 이에 따를 의무가 생깁니다. (중략) '지역균형발전' 의무를 헌법 조문에 둔 상태에서 행정수도 이전 법률을 통과시킨다면 이를 위헌으로 볼 근거를 만들기 어려울 것입니다. 헌법에 의무를 규정하는 것은 생각보다 영향이 큽니다."
    ■ 민주당 "하반기 국회서 시대 상황에 맞는 개헌 재추진"

    민주당은 22대 국회 하반기 국회에서 다시 개헌을 추진할 방침입니다. 연임에 성공한 한병도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개헌이 무산된 뒤 "하반기 국회의장이 시대 상황에 맞는 개헌을 당연히 재추진 할 것이다, 다시 협의를 시작할 것이다"라고 말했는데요.

    국민의힘은 '일방적 졸속 개헌이다', '민주당의 정략적 의도가 담겼다' 등을 개헌 반대 이유로 들었을 뿐, '지역균형발전'을 반대 이유로 거론한 적은 없었습니다. 국민의힘이 '지역균형발전' 조항에 이견을 보이지 않은 만큼 하반기에는 꼭 '지역균형발전' 개헌이 통과되기를 기대합니다. 청주의 산모 사례처럼 목숨마저도 불평등한 비극이 다시는 없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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