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M] 기세등등 시진핑, 얌전해진 트럼프‥무엇을 의미하나?](http://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26/05/21/chhh_20260521_2_1_1.jpg)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5일 중국 베이징 중난하이 정원에서 손짓을 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로이터·연합뉴스)
오히려 가장 크게 주목받은 것은 회담 첫날,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만 문제와 관련해 "잘못 처리하면 양국이 충돌할 수 있다"고 면전에서 대놓고 압박한 일이었습니다. 회담 당일인 지난 14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최된 트럼프 대통령과의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미 관계의 안정은 세계에 호재"라며 대국(大國)이 올바른 공존의 길을 가야 한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그는 "중국과 미국이 '투키디데스 함정'을 넘어설 수 있을지, 대국 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척할 수 있는지는 역사적 질문"이라며 "나와 당신이 대국의 지도자로서 함께 써내려 가야 할 시대의 응답이기도 하다"고 역설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습니다.
그레이엄 앨리슨 미국 하버드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대중화한 이론인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신흥 강대국에 대한 두려움이 전쟁을 불러일으킨다고 주장한, 고대 역사가 투키디데스의 명제를 재정의한 것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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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 1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악수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
시 주석의 발언은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 같았습니다. 중국의 최고 권력자는 미국 대통령 얼굴에 대고 스스로를 '대국'이라고 칭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2013년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태평양은 중국과 미국, '두 대국'을 수용할 만큼 넓다”는 유명한 발언을 남긴 바 있습니다. 이는 미국 중심 국제질서에 대한 중국의 자신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습니다. 2014년에는 시진핑이 오바마를 베이징으로 초청해 넥타이를 풀고 산책 회담을 했습니다. 중국은 이를 ‘신형 대국 관계’ 구축의 상징으로 선전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뉘앙스가 좀 달랐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의 면전에 "대국(大國)이 올바른 공존의 길을 가야 한다", "중국과 미국이… 대국 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척할 수 있는지는 역사적 질문", "나와 당신이 대국의 지도자로서 함께 써내려 가야 할 시대의 응답"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건 역사적 사건임이 분명합니다. 마치 '해 뜨는 곳의 황제'가 '해 지는 곳의 황제'에게 한 수 가르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드는 문장들입니다. 시진핑 주석은 '이제 사실상 중국이 미국과 함께 세계를 이끄는 G2 시대가 시작됐다'고 선언한 듯합니다.
트럼프의 태도는 "문명을 없애버리겠다"고 이란을 협박할 때와는 달라 보였습니다. 젊은 호랑이 앞에서 함부로 행동하지 않는 노회한 사자 같다고나 할까요. 다른 나라 정상과 악수를 하면서 손힘 자랑을 하던 '터프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습니다. 인민대회당 앞에서 시진핑 주석의 손을 잡은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의 팔이나 등이 아니라 손등을 톡톡 두드리는, 좀 조심스러운 몸짓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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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라이칭더 대만 총통 (왼쪽부터)
트럼프의 '조심스러움'은 언론 인터뷰에서 더 뚜렷이 드러났습니다.? 트럼트 대통령은 지난 15일 시 주석을 만난 뒤, 베이징에서 이뤄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만에 대한 추가 무기 판매를 "아직 승인하지 않았다"면서 "승인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중국은 매우, 매우 강력한 대국이고 대만은 매우 작은 섬"이라면서 대만은 중국 본토로부터 59마일(약 95km) 떨어져 있고, 미국은 9천500마일(약 1만5천km) 떨어져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대만과 관련해 '현상 유지'를 선호하며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면서 "누군가가 '미국이 우리를 밀어주니 독립하자'라고 말하는 상황은 원치 않는다"고 명확하게 밝히기도 했습니다. 독립 지향적인 대만 민진당 정권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읽힌다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대만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대만 외교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폭스뉴스 인터뷰 방영 뒤 내놓은 입장문에서 "대만과 미국의 긴밀한 협력은 줄곧 대만해협 평화의 초석이었다"면서 "대만-미국 무기 판매는 미국이 '대만관계법'에 명시한, 대만에 대한 안보 약속일 뿐만 아니라, 역내 위협에 대한 공동의 억제"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트럼프 정부 출범 이래 트럼프 대통령과 루비오 국무장관 등 미국 고위급은 여러 차례 미국의 장기적이고 일관된 대(對) 대만 정책에 변함이 없다고 천명해 왔고, 역내 평화·안정과 현상 유지를 중시하고 있다고 강조해왔다"고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대만 외교부는 "대만은 제1도련선(오키나와∼대만∼필리핀∼믈라카해협)의 가장 중요한 축이자 글로벌 경제 발전을 추동하는 핵심 거점"이라면서 "역내 현상(現狀)을 지속적으로 굳건히 지키고, 미국 등 글로벌 민주 우방과 협력을 강화해 효과적인 억지력을 만들 것이며, 권위주의 국가가 지정학적 안보와 글로벌 질서·안정에 가져올 리스크에 함께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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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지난 17일 밤 페이스북을 통해 "대만과 미국의 안보 협력 및 무기 판매는 역내 평화·안정 유지의 핵심 요소"라면서 "미국의 대만 안보 공약에 기반한 안보 협력과 무기 판매는 역내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려는 움직임을 억제하는 가장 중요한 억지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대만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산업의 핵심이자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며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결코 희생되거나 거래될 수 없다"고도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만 무기 판매 문제를 중국과의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을 시사하자 이를 강력히 비판한 것입니다.
그런데 트럼프의 말이 걸작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만에 있는 반도체 제조사들이 모두 미국으로 오면 좋겠다"며 "긴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 훌륭한 일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임기를 마칠 무렵 세계 반도체 산업의 40∼50%가 미국에 위치하길 기대한다고도 밝혔습니다. TSMC 등 '대만의 반도체 산업만 미국으로 가져오면 대만을 중국 손에 넘겨도 상관없다는 뜻인가' 하는 의문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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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국가주석(왼쪽)과 중국의 첫 번째 항공모함인 랴오닝함
로이터통신은 또 중국이 미·중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 미국이 유엔(UN·국제연합)에서 추진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규탄 결의안에 '퇴짜'를 놨다고 보도했습니다. 로이터에 의하면 푸충 주유엔 중국 대사는 지난 16일 유엔 전문 온라인 매체인 패스블루와 인터뷰를 했는데, 호르무즈 결의안에 관한 질문에 "우리는 내용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시기도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이 단계에서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했습니다. 중국은 외교부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이번 중동 전쟁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전쟁"이라고도 미국을 직격했습니다. 자신감이 넘쳐 보입니다.
중국 인민일보는 지난 16일 미국을 향해 "미국은 반드시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대만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고 또 엄포를 놨습니다. 인민일보는 중국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제시한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라는 새로운 미·중 관계 프레임을 거듭 언급하며, 미국을 향해 대(對) 중국 통제 중단과 대만 문제 불개입을 다시 한 번 요구했습니다. 인민일보는 "강대국이 공존하면 경쟁은 피하기 어렵지만 경쟁은 결코 제로섬 게임이나 네가 지고 내가 이기는 '권투 경기'여선 안 되고, 서로를 격려하고 함께 발전하는 '육상 경기'여야 한다"면서 "이중잣대를 써서는 안 되고, 인위적인 제한을 만들거나 타인의 손발을 묶는 방식으로 우위를 얻으려 해서는 더욱 안 된다"고 했습니다. 또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는 완전히 병행 가능하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여기서도 한 수 가르침을 주는 듯한 뉘앙스가 느껴집니다.
중국이 말로만 미국을 압박한 게 아닙니다. 중국인민해방군 해군은 지난 19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날부터 제1호 항모 랴오닝함 편대가 '서태평양 관련 해역'에서 훈련을 벌인다며 "원양 전술 비행과 실탄 사격, 지원·엄호, 종합 구조 등 훈련 과목 연습을 진행하고, 부대의 실전화 훈련 수준을 점검·제고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중국 해군은 "이는 연간 계획에 따라 조직한 정례 훈련"이라며 임무 수행 능력을 끊임없이 높이기 위한 것이고, 국제법과 국제적 관행에 부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서태평양은 한국과 일본, 대만, 호주 등이 인접해 있는 해역이고, 미국 해군 제7함대 관할이기도 합니다. 미국 해군이 이란 해역에 투입돼 서태평양에서 미국 해군 병력이 자리를 비운 사이 대대적인 군사 연습을 실시한 겁니다.
중국은 최근 근해인 제1도련선(오키나와∼대만∼필리핀∼믈라카해협)을 넘어 서태평양으로 전력을 투사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5∼6월에는 제1호 항모 랴오닝함과 제2호 항모 산둥함 전단이 사상 처음으로 '쌍항모'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서해·동중국해·남중국해·서태평양 해역에서 군사 연습을 한 것입니다. 이 때 중국 해군은 일본 오가사와라 제도와 미국령 괌을 잇는 이른바 '제2도련선'을 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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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도광양회'를 설파했던 故 덩샤오핑 중국 중앙군사위 주석
1970년대 말 중국의 개혁·개방을 시작한 덩샤오핑은 중국의 대외 정책을 '도광양회(韜光養晦)'라는 사자성어로 정리했습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는 뜻입니다. 혹자는 "중국의 힘이 충분히 커질 때까지 미국과 맞서지 말라"는 함의가 있다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제 더이상 중국에게 '도광양회'는 대외 정책의 '금과옥조'가 아닌 것 같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면전에서 중국과 미국의 충돌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언급했고, 이를 인민일보가 곧바로 활자화했으며, 정상회담 뒤 인민일보가 또 한 번 '대만 문제'의 위험성을 미국에 경고하고, 외교관이 미국이 UN에서 추진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규탄 결의안을 정면으로 공개 비판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에 더해 중국 해군이 미군의 작전 해역에서 보란듯이 군사 훈련까지 실시했습니다. 이 모두가 잘 짜인 한 편의 극본을 보는 듯합니다.
우리에게 공개되는 미국과 중국의 대결 모습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수면 아래서 미국과 중국은 더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을 게 분명합니다. 수면 위의 모습이 이런 정도라면,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는 앞으로 더욱 거세지고 노골적으로 변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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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비어 브런슨 주한 미군 사령관이 지난해 8월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여 있는 한반도에는 지금보다 훨씬 거센 바람이 불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한국을 서로 자기 영향력 안에 묶어 놓으려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도 뜨거워지겠죠. 중국이 미국에 "한국에 더 이상 무기를 팔지 말라. 한국 문제로 중국과 미국이 충돌할 수 있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에 대해 미국의 최고 정책결정권자가 "한국에 있는 반도체와 조선업체들이 모두 미국으로 오면 좋겠다"며 "긴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 훌륭한 일일 것"이라고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상상하기도 싫은 시나리오입니다. 하지만 안보를 위해서는 항상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합니다.
실제로 미국의 강경 보수 인사인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지난 19일 서울에서 열린 포토맥포럼 대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가 정말로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승인하지 않으면 그건 역내 모든 국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호주, 필리핀, 일본, 한국 등 모든 동맹이 '그가 대만을 버리면 우리도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무기를 팔 수도 안 팔 수도 있다'는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만은 뒤통수를 맞은 듯한 기분일 겁니다. 우리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있을까요? 그 반대의 경우도 우리에겐 큰 도전입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 미군 사령관은 지난달 28일 일본의 영자 신문 '더 재팬타임스' 인터뷰를 통해서 한국, 일본, 필리핀의 군사 역량을 하나로 연결하는 3국 간 '킬 웹'(kill web) 구축 구상을 내놓았습니다.
이 구상은 이들 3국의 군사적 강점을 단일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통합해 전통적 작전 공간인 육상, 해상, 공중은 물론 우주, 사이버, 전자기 영역으로 확대해 미국과 합동 작전을 수행하는 걸 목표로 한다고 합니다. '킬 웹'은 목표를 더 빠르고 유연하게 식별해 타격하기 위한 개념이며, 위성·드론·병사 같은 모든 감지 체계가 항공기·함정·미사일 같은 공격 체계에 실시간 데이터를 전달하는 방식이라는 거죠.
재팬타임스 인터뷰에서 브런슨 사령관은 '3국 킬 웹'이 심화하는 북한·중국·러시아의 안보 위협에 더욱 조율된 대응을 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했지만, 사실상 대중 군사적 봉쇄 네트워크임을 숨기지 않았다고 합니다. 브런슨 사령관은 이 킬 웹 구상의 중심으로 한국을 꼽았습니다. 그는 한국의 "지리적 우위는 어떤 동맹국도 모방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팬타임스는 브런스의 발언이 "한반도를 북한 억제에만 초점을 맞춘 독립된 구역"으로 보던 미국 국방부의 시각이 바뀌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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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주석, 이재명 대통령,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부터)
한반도를 '오키나와-대만-필리핀-믈라카해협'을 잇는 '제1 도련선', 즉 중국 봉쇄망의 핵심 거점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겁니다. 우리나라가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등에서 미국과 중국의 분쟁이 발생할 경우, 거기 휘말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뜻입니다. 이는 이번 중동전쟁에서 이란이 걸프 국가들 안에 있는 미군 기지를 타격했듯이, 중국이 유사시 한국 내 미군 기지는 물론 한국의 전략적 목표물을 공격할 위험성이 높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9일 다카이치 일본 총리와 가진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작금의 세계적 격변에 대해 "지금 국제 정세는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한반도는 아시아에서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이 가장 거세게 부딪히는 전략적 요충지입니다. 임진왜란과 6·25 한국전쟁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강대국들은 자신들의 영토가 전장(戰場·battlefield)이 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대신 자신들의 국토에서 멀리 있는 전략적 요충지에서 싸웁니다. 기원전 13세기, 당시 최강 제국이었던 이집트와 히타이트는 지금의 시리아 오론테스강 상류에서 충돌했습니다. 최초의 세계대전이라고 불리는 '카데시 전쟁'입니다.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와 일본은 조선에서 맞붙었습니다. 한국전쟁 때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 세력과 소련·중국 등 사회주의 진영이 한반도에서 일전을 벌였습니다. 한국전쟁은 2차 대전 이후 벌어진 가장 큰 국제전이었습니다. 그 참상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전쟁 뒤 우리는 피눈물을 뿌리며 오늘의 선진 산업 국가를 건설했습니다. 많은 희생을 바탕으로 민주화에도 성공했습니다. 세계는 영화와, 드라마, K-Pop, 한식 등 한국의 문화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앞에는 '미·중 패권 쟁탈전'이라는 새롭고, 커다란 파도가 사납게 일렁이고 있습니다. 우리를 지킬 수 있는 건 우리 자신밖에 없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미국과 중국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가 되지 않으려면 전시 작전권 전환을 비롯해 해결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스스로 깊이 성찰하고 바깥 세상의 변화도 정신 차리고 바라보아야 할 시점입니다. 단순히 '냉전적 시각'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를 해석하기에는 그 '안경'이 너무 낡고 색이 바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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