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시나리오 퇴장의 명암‥기후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 [기후인사이트 30 | 인싸M]](http://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26/05/23/ggm_20260523_11_1.jpg)
요약
- 트럼프 대통령은 최악의 기후변화 시나리오(RCP8.5)의 예측이 틀렸다며 기후과학자들이 사기를 쳤다고 주장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 시나리오가 퇴장하게 된 것은 예측 실패가 아니라 파리협정 이후 가속화된 재생에너지 확산과 기후정책 도입 등 인류의 노력 덕분이라고 반박했습니다.
- 현실은 최악도 최상도 아닌 중간 시나리오에 가깝게 움직이고 있으며, 이는 지구의 기온이 2.8도 상승하는 위험한 미래로 누적된 온실가스로 인한 피해는 2020년대 이후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 이번 논쟁의 본질은 기후 시나리오가 '현실 가능성 높은 미래'처럼 잘못 소비되어 온 방식에도 있으며, 시나리오의 수치 뿐 아니라 실현 가능성과 합리성까지 포괄하는 사회적 논의가 요구됩니다.
"속이 다 후련하다. 유엔 최고 기후 위원회가 그들의 예측(RCP8.5)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했다. 틀렸다. 틀렸다. 틀렸다."
지난 16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린 글입니다. 글의 요지는 기후과학자들이 그동안 기후변화 위험을 과장해 사람들을 겁주고 사기를 쳤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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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CP8.5 시나리오는 무엇인가? 기후 시나리오를 쓰는 이유
RCP8.5는 유엔 기후변화보고서(IPCC 종합평가보고서)에 실린 기후변화 시나리오 중 기온 상승폭이 5도에 가까운 최악의 시나리오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기후변화보고서는 지금까지 크게 네 차례 시나리오를 도입했는데 RCP8.5는 5차와 6차 보고서에 등장합니다. (6차 보고서에는 SSP5-8.5로 바뀌었지만 두 시나리오는 본질적으로 거의 유사한 미래를 상정합니다.)
유엔 기후변화보고서는 미래를 예측한다기보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합니다. 기후가 "이렇게 될 것이다"라는 예측보다는 "이렇게 행동하면 이렇게 된다"는 가정입니다.
이런 시나리오는 왜 필요할까요? 기후전문가 김백민 교수(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의 설명입니다.
"기후 위기는 물리적인 변화와 정치, 경제, 사회적인 변화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위기인데 사회 변동은 과학자들이 예측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잖아요. 인류의 다양한 선택지에 대한 시나리오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예를 들어, 기후 모델만으로는 파리협정 체결 같은 정치적 사건을 미리 예측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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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시나리오 (IS92, SERES, RCP, SSP)
"최악의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희박해졌다"‥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글을 올리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국제학술지(GMD)에 실린 논문입니다. (출처 1)
이 논문은 다음 기후변화보고서(AR7)에 도입될 가능성이 큰 새로운 시나리오를 제안했습니다. 먼저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RCP8.5를 제외했다는 겁니다.
연구진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재생에너지 가격의 하락과 기후 정책 도입, 그리고 최근의 배출량 추이를 볼 때 (RCP8.5를 반영한) 고배출 시나리오는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어졌다."
그러나 RCP 8.5 시나리오가 처음 제시된 2010년대 초반만 해도 상황은 달랐습니다. 당시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 10년 동안 30%나 급증하고 있었고 석탄 사용량도 빠르게 늘었습니다.
재생에너지는 매우 비쌌고 전기자동차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세기말까지 석탄과 석유, 가스 사용량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은 터무니없는 것으로 여겨지지 않았습니다.
김백민 교수:
"그 당시에는 정말 가능한 미래였어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실질적인 변화가 시작된 건 파리협정 이후입니다. 2015년부터 최근까지 지난 10년의 변화가 어마어마한 거예요."
"그 10년의 변화 과정 속에서 인류가 RCP8.5가 상상 속의 시나리오가 되도록 미래를 바꾼 거죠. 인류가 그만큼 노력해서 바꾼 미래입니다. 그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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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 사용량은 조만간 정점을 찍고 감소 추세로 돌아설 전망입니다. "세기 말까지 석탄 사용량이 대폭 증가"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현실성이 없어졌습니다.
RCP8.5의 퇴장은 예측이 틀려서가 아니라 인류의 선택이 미래를 바꿨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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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가격 하락(왼쪽), 설치 용량 급증(오른쪽)
최악의 시나리오와 같이 퇴장하고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 속으로 보내버렸으니 지구는 이제 괜찮은 걸까요? 논문에서 현실성이 낮다고 판단한 건 최악의 시나리오만이 아닙니다.
지구의 온도 상승을 파리협정의 1차 저지선인 1.5도 이하로 안전하게 억제하는 최상의 시나리오 역시 현실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현실 세계는 최악도 아니고 최상도 아닌 중간 수준의 시나리오(SSP2-4.5)와 가깝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 시나리오가 예측하는 미래는 지구의 기온이 평균 2.8도 상승하는 세계입니다. 최악의 시나리오보다 낫다고는 하지만 파리협정 목표를 크게 웃돌고, 예측의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3도 이상 치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매우 위험한 시나리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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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시나리오별 온도 상승 (출처: AR6)
"2020년대 이후 기후위기는 훨씬 더 심화됐죠. 기후위기의 징후들, 가뭄과 폭염 산불, 폭우가 2020년대 이후 폭발적으로 늘고 있거든요. 그 이유는 누적 배출량 때문입니다."
"지금 대기는 우리가 뿜어낸 온실가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배출량의 정점을 지난다고 해도 대기에 누적되는 이산화탄소는 계속 쌓입니다. 그러니까 위기는 계속 커지고 있는 거죠."
기후 위기의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지금 더 서둘러,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사람들의 결정에 달려 있습니다"
미래 배출량은 사람들이 내리는 결정에 달려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RCP8.5 시나리오가 비현실적이라며 비난하는 것은 한편으로는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기후학자들은 말합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후 정책을 후퇴시키고 새로운 청정에너지 개발을 제한하며, 높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석탄 발전소의 운영을 의무화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런 결정들이야말로 RCP8.5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높인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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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사실이 잘못 소비되면? 시나리오 작성보다 중요한 것
이번 논쟁의 핵심은 과학의 오류가 아니라, 과학을 전달하는 방식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파리협정 이후 RCP8.5는 가능성이 떨어지는 '최악의 가정'이 됐지만 여전히 다양한 분야에서 '현재 추세로 가면 당면할 가능성이 높은 미래'처럼 소비돼 왔습니다.
이런 오남용은 대중의 이해를 돕기보다 왜곡된 인식을 낳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틀린 해석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가 기후 시나리오를 어떻게 사용해 왔는지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김백민 교수 :
"시나리오에서 제시하는 온도 상승 범위가 2도인지 4도인지 이런 것만 논의하지 말고 실현 가능성에 대한 평가, 즉 우리가 가정한 시나리오가 합리적인가, 우리가 그런 미래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까지 포괄하는 폭넓은 논의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승환 논설위원>
[출처]
1. Van Vuuren et al. (2026). "The Scenario Model Intercomparison Project for CMIP7 (ScenarioMIP-CMIP7)." Geoscientific Model Development, 19, 2627-2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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