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사회
기자이미지 유서영

재판소원 도입 때문?‥헌재에 헌법 문제 제기하겠다는 법원 [서초동M본부]

재판소원 도입 때문?‥헌재에 헌법 문제 제기하겠다는 법원 [서초동M본부]
입력 2026-06-21 09:00 | 수정 2026-06-21 13:56
재생목록
    재판소원 도입 때문?‥헌재에 헌법 문제 제기하겠다는 법원 [서초동M본부]
    최근 서울중앙지법의 한 형사항소 재판부가 헌법재판소에 공식적으로 설명을 요구했습니다. 재판부가 담당하고 있는 한 사건과 관련해, 헌재가 적용 법률의 위헌성에 대한 결론을 안 내 재판에도 영향이 가고 있다며 기본권 침해 여부에 대한 심사를 개시하겠다고 한 겁니다.

    ■ 문제의 사건은?

    법원이 주목한 사건의 개요부터 알아보겠습니다. '통일TV' 진천규 대표는 2018년 북한에서 사온 서적과 노동신문을 승인 없이 국내로 반입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4년이 흘러서야 1심에서 벌금 3백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진 씨는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의 근거가 되는 법 조항이 위헌이라며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1심 선고와 함께 이 법률이 합헌이라며 위헌심판제청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진 씨는 항소장을 내고, 헌법소원도 제기했습니다. 2심 재판부가 헌법재판소에 문제삼은 부분은 이 헌법소원에 대해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헌재가 남북교류협력법 조항에 대해 헌법 합치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상태로 머물러 있기 때문에, 법원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태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재판소원 도입 때문?‥헌재에 헌법 문제 제기하겠다는 법원 [서초동M본부]
    ■ "왜 늦어지나" 헌재에 설명 요구한 법원

    법원이 근거로 제시한 건 '헌법 107조 2항'이었습니다. 헌법 107조는 위헌성 판단에 대한 헌법재판소와 법원의 역할을 규정하는 내용입니다.

    <제107조 1항>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법원은 헌법재판소에 제청하여 그 심판에 의하여 재판한다.

    <제107조 2항>
    명령ㆍ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대법원은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


    이 헌법 조항은 통상,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위헌심사를 하고 행정부가 제정한 명령과 규칙 등 행정입법에 대해서는 대법원을 정점으로 하는 법원이 심사를 하는 체계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런데 법원은 헌재의 심리 지연도 "헌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그 해석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쳤습니다. 명령과 규칙 외에 '107조 2항'에 추가로 들어가있는 '처분'에는 사법적 처분도 포함돼있고, 헌법재판소의 재판 지연은 해야 할 의무가 있는 일을 하지 않은 '부작위 처분'이기 때문에 법원에도 심사 권한이 생긴다는 논리를 구성했습니다. 보도자료를 통해 헌법재판소의 재판 지연이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 법원의 사법심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한 최초의 의견 요청이라며, 의미도 부여했습니다.
    재판소원 도입 때문?‥헌재에 헌법 문제 제기하겠다는 법원 [서초동M본부]
    ■ 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은 왜 '민원'을 넣었을까

    해당 항소심 사건은 올해 초 법원 정기 인사로 재판부 구성원이 변경된 뒤엔 아직 첫 재판이 열리지도 않았습니다. 헌재에 확인해달라는 피고인의 요청도 별달리 없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0부의 재판장은 형사수석부장판사입니다. 이 사건 항소심이 배당된 뒤로 재판장은 세 번 바뀌었습니다. 올해 초 차영민 판사의 뒤를 이어 전보성 판사가 맡았습니다. 전 판사는 사건 배당 등 형사부 업무를 살피는 사법행정 업무를 겸임합니다. 함께하는 배석판사들도 각각 단독판사로 재판을 합니다. 이 때문에 다른 형사항소부보다는 사건을 덜 배당받습니다.

    전보성 판사는 2016년 쓴 논문에 "법원은 구체적 사건의 심판과 관련해 위헌·위법인 헌재의 결정을 심사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이 법원에 대해 가지는 기속력 역시 인정하기 어렵다며, 한정위헌 결정을 근거로 한 당사자의 재심 청구도 기각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전 판사는 앞선 세 명의 재판장이 지나쳤던 이 사건에 특별한 관심을 두었습니다.

    법원은 헌재에 주심 재판관과 연구관 사이의 보고서, 의견서 등 교환 경과까지 자세히 물었습니다. 한 달의 기한도 준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법관들도 고개를 갸웃합니다. 전례가 없는 데다, 이렇게 의견을 요청하는 소송법 근거 조항도 명확지 않다는 것입니다.
    재판소원 도입 때문?‥헌재에 헌법 문제 제기하겠다는 법원 [서초동M본부]
    ■ 법원 재판하는 데 문제 없어

    헌재가 심리를 오래 끈 잘못이 있다고 해도, 형사 재판의 핵심은 피고인이 죄가 있는지, 죄가 있다면 처벌은 어느 정도 수준에서 내려야 하는지 판단하는 것입니다. 헌재의 재판 지연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앞서 밝혔듯, 2022년 1심 법원은 이미 위헌심판 제청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법원이 제청했다면 재판은 정지되었겠지만, 기각을 했기 때문에 재판을 진행하는 데 제한이 없습니다. 다만 헌법소원 결과를 보고 진행해달라는 피고인 요청이 있기는 했습니다.

    법원은 위헌 심사를 하겠다고 나섰지만, 헌재에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딱히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어느 판사는 이번 중앙지법 형사항소50부의 이러한 통지를 "일반 민원인의 민원 서류 정도"에 불과하다고 평했습니다. 어느 헌재 연구관도 "재판소원 제도로 판사들이 마음이 많이 상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헌재가 위헌을 선언하지 않은 모든 법률은 합헌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도 재판부는 적용 법률이 합헌이라고 생각하면 재판을 진행해 결론을 선고하면 된다. 그렇지 않고 재판부 역시 위헌이라고 판단한다면 위헌제청을 해서 재판을 정지시키고 헌재에 결론을 독촉할 수도 있다. 하지만 법원은 적용법률이 위헌인지 합헌인지도 판단하지 않으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이유가 헌재 때문이라고 남 탓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이범준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대우교수)

    헌재의 한 연구관은 "법률에 대한 헌법 심사를 마치고 나면 이미 재판이 끝나 있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경우를 위해 법률은 관련 법이 위헌으로 판정되면 나중에 재심 청구가 가능하게끔 근거를 마련해뒀습니다.

    ■ 성공한 승부수가 될까

    법원이 이번에 헌재에 요구한 것은 어떻게 보아도 의견서 제출에 불과합니다. 기존 질서를 깨트려야 할 정도로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었다면 더 유효한 조치를 하는 방법도 있었을 겁니다. 법원이 강력하게 반발한 '재판소원 제도 도입 이후, 헌재가 본안에 회부한 개별 사건에 대해 법원에 답변서를 요구한 것도 겹쳐 보입니다. 기한도 마침 한 달로 같습니다.

    기본권의 두터운 보장을 두고 벌어지는 사법부와 헌법재판소의 경쟁은 국민에게 이익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법원은 스스로 이를 기관 사이 우위를 다투는 문제로 축소했습니다. 헌법 질서를 둘러싼 의미 있는 문제 제기보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사이 신경전의 연장선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큽니다.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조치가 가볍고, 거창한 명분 아래 내용은 부족해 보입니다. 법원의 승부수로 일단 광장에 나오기는 했지만, 아직 시민들을 설득하는 데는 이르지 못한 것 같습니다.

    [※ 관련기사]
    '재판소원 1호' 미적미적‥'피청구인 법원' 빼달라는 대법원 [서초동M본부]

    https://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6820073_29123.html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