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세자’는 가장 유명한 비극 중 하나다. TV 사극에도 많이 나왔다. 그런데 이걸 또 영화관에 튼다. 도전일 수도, 도박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걸 보게 만드는 무기가 있다면, 결국 ‘배우’일 것이다. 16일 개봉한 <사도>에서 영조와 사도세자를 연기한 송강호와 유아인을 함께 인터뷰했다.
송강호는 유독 잔기침을 했다. 한동안 70살 노왕(老王)의 목소리로 사느라 그리 된 건 아니겠지만, 묘하게 촬영 현장을 연상시켰다. 송강호는 녹음용 마이크를 양손으로 꽉 쥔 채 자리에 앉았다. “마이크는 무릎 위에 두셔도 된다”고 하자, 씩 웃었다. “어, 그래요? 허허허.”
다짜고짜 물었다.
Q. 사도세자 얘기, 너무 많이 나오지 않았나.
A. 정확하게는, TV 드라마에서 영조와 사도세자 얘기를 많이 했다. 영화는 1956년도에 ‘사도세자’라는 영화가 한 편 있었고, 그 다음 60년 만에 ‘사도’라는 영화가 나왔다. (연신 기침을 하더니) 아휴, 죄송하다. 익숙하고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얘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 있다. 이 영화는 재해석이 아니다. 8일간의 참혹했던 비극을 사실에서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아주 사실 그대로, 그러니까 정직하게 보여주는 것이 이 영화, ‘사도’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Q. 늙은 영조, 어떻게 준비했나.
A. 영화 속 영조가 70살이다. 그 시대 70살이면 지금 100살 정도다. 인생의 연륜과 역경을 다 겪은 노회한 왕이다. 문제는 내 나이가 그 정도가 안 된다는 것이다. 연륜, 경험과 노회함이 최대한 묻어날 수 있도록 목소리, 걸음걸이 같은 작은 것까지도 신경을 많이 썼다. (흔히 TV에서 봐왔던 영조의 모습인가?) 우리가 늘 생각해왔던 영조의 이미지가 있다. 그러나 실체는 모른다. 그 누구도 영조를 본 적이 없으니까. 창의적인 모습으로 영조를 만들어내야 관객들에게 새로움을 준다고 생각했다. 그게 나의 가장 큰 숙제였다.
송강호의 숙제는 일단 성공한 듯 했다. 그는 영조의 복잡한 내면을 표현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송강호가 영조가 된 게 아니라, 영조가 송강호가 된 것 같았다. 영화 마지막 9분은 그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되묻게 만들었다. 이런 얘기가 나올수록, 송강호는 “아쉽고 부족한 부분만 많다”며 잔기침을 했다. 사도세자 역을 맡은 유아인과의 기 싸움, 연기 대결 등의 상투적인 질문을 던졌다.
Q. 송강호-유아인의 카리스마가 최고조에 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A. 카리스마는 유아인이었다. 유아인 씨하고 처음 작업했는데 그 전부터 너무 매력적인 후배 배우라고 생각해왔지만, 이번 작업을 계기로 그의 매력이 아주 최고 절정의 모습으로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나는 영조보다는 아버지로서의 모습? 이런 것을 연기 하면서 유아인 씨하고 많이 호흡도 맞추고 느낌도 가지려고 애를 썼다. 그게 굉장히 좋았다.
Q. 당신이 생각하는 ‘사도’의 백미는?
A. 뒤주에 갇힌 사도세자의 마지막 숨이 멎을 때 모습, 그리고 이걸 확인하는 영조의 모습, 이것이 아무래도 가장 강렬한 장면 같다. 그리고 어찌됐건, 이유야 어떻건, 정치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모습이다. 그런 부분이 가슴을 좀 많이 치는 것 같다.
송강호를 옆에 두고 유아인에게 물었다. 치아가 유난히 하얗게 보였다. 머리도 반듯하게 빗어 넘겼다. 뒷머리 몇 가닥이 뾰족하게 튀어나왔다. 영화 <베테랑>으로 ‘천만 관객 배우’가 된 서른 살 청년은 '물 마셔도 되냐'고 먼저 물었다. “입이 엄청 바짝바짝 마르네요.”
Q. 송강호와의 연기 대결, 어땠나.
A. 나는 아주 뻔뻔할 수밖에 없었다. 뻔뻔한 듯, 용감한 듯, 순간순간에 임했다. 송강호 선배를 비롯한 선배 배우들의 기운은 정말 어마어마했다. 나로서는 할 수 있는 게 뻔했다. “이 기운에 내가 억눌리지 않고, 이 상황을 장점화해서, 충분히 유연하게 리액션을 보내자.” 그런 마음으로 연기에 임했던 것 같다.
Q. 함께 한 송강호는 어떤 배우인가?
A. 송강호 배우는 매일 촬영장에 와서 분장 받을 때부터 몇 시간씩, 끊임없이 영조의 소리를 만들어 냈다. 그걸 연습하고 연습하고, 반복하고 반복했다. 최고의 베테랑 배우라는 말을 들어도 지나치지 않는 배우다. 그런 위치에 있으면서도 그 위치의 무게와 책임을 끊임없이 떠올리며 애쓰더라.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배우다.
그렇게 말하는 유아인의 연기 역시 전작 <베테랑>과는 또 달랐다. 가슴에 못이 박힌 사도세자의 절규를, 입으로 소리치고 눈물 흘리는 방식으로만 연기하지 않았다. 부자(父子)의 갈등이 정점에 달할 무렵, 그 때 맞춰 보여줄 수 있는 사도세자의 모든 것을 전달하려고 애썼다고 했다. 어떤 마음이었을까.
Q. 어떤 생각으로 사도세자를 연기했나.
A. 사도세자 입장에서 ‘사도’는 피해자다. 그렇게 접근했다. 권력 구도 속에서, 왕세자로서, 냉정한 아버지의 시선 속에서 얼마나 외로움을 느꼈을까 하는 생각을 먼저 했다. 부모라는 사람은 자식에게 어떤 사람일까? 그들의 내면은 무엇일까? 그들이 생각하는 아들의 내면은 무엇일까? 예를 들어 아들을 입시 학원을 보냈는데 내 아들은 공부를 잘 하고 있을까? 내 아들은 대체 뭘 원하고 있을까? 부모들이 이런 상상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모에 의해서 무조건적인 삶을 강요받는 아들의 입장도 떠올렸던 것 같다. 좋은 대학을 강요받고, 좋은 미래를 강요받고, 나는 지금 이 시대가 사도세자의 느낌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Q. 당신의 ‘사도’는 어떤 인물인가?
A. 아주아주 외로운 사람이다. 세자로서, 궁에 있는 사람으로서의 외로움, 부자 관계, 정치 구도 속에서의 외로움 말이다. 그 자리를 살아야 하는 사람으로서 느끼는 고독이나 외로움, 벗어날 수 없는 운명, 자유의지를 가지고 선택할 수 없는,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없는, 죽어도 아버지하고 가까워질 수 없는, 그런 사람이 가진 고뇌나 외로움에 둘러싸였던 인물 아니었을까?
취재 · 글┃ 신지영 장준성
영상취재┃ 이창순
영상편집┃ 최현영
디자이너┃ 양선혜
톡톡영상과 친구가 되어주세요!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mbcnews
트위터 : https://twitter.com/mbcnews
문화연예
뉴미디어뉴스국
뉴미디어뉴스국
[톡톡인터뷰] 〈사도〉 송강호-유아인 '듀엣 인터뷰'
[톡톡인터뷰] 〈사도〉 송강호-유아인 '듀엣 인터뷰'
입력
2015-09-16 13:39
|
수정 2015-09-17 22:11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