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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자이미지 박종욱

[Right Now] 제주-이스타 꼬여버린 M&A…"피해는 또 노동자 몫"

[Right Now] 제주-이스타 꼬여버린 M&A…"피해는 또 노동자 몫"
입력 2020-05-22 10:31 | 수정 2020-05-2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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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앞에 영화 '브이 포 벤데타' 주인공 '가이 포크스'의 가면을 쓴 사람들 백여 명이 모였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불과 몇 달 전까지 하늘길을 누비던 이스타항공 조종사들. 하지만 지난 2월 이후 넉달 째 임금 한 푼 받지 못하면서 이제는 대리 운전, 택배 배송 등을 하며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최악의 상황…꼬여버린 M&A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난달 마무리됐어야 할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는 언제 마무리될지, 아니 인수 자체가 되긴 할지 모르는 상황이 됐습니다. 표면적으로는 해외 기업결합심사가 지연됐다는 게 이유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란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이스타항공은 말 그대로 고사 상태에 빠졌습니다. 지난 1분기 영업손실 359억원.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현금성 자산도 거의 없습니다.

    비행기를 띄울 때마다 손실이 늘어나다보니 3월 이후 국제선은 물론 국내선도 모두 셧다운. 다른 항공사들이 다음달 국제선 운항 재개 계획을 발표할 때 이스타항공은 셧다운 연장 계획을 내놨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항공이 인수를 미루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갑니다. 이 상황이 언제 나아질지 모르니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상황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기 때문입니다. 제주항공 역시 1분기 영업손실만 657억원에 달할 정도로 여유가 없어졌습니다. 어제는 1천 7백억원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체불 임금 책임져라" 책임 떠넘기기

    상황이 바뀌니 입장도 바뀌었습니다. 지난해 매각 양해각서를 체결할 때 했던 고용승계 약속은 올해 3월 '구조조정'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스타항공은 계약해지와 희망퇴직으로 화답했습니다. 리스 항공기들 역시 계약 종료 기간이 도래하기보다 약 3년 반~4년 가량 앞당겨 반납했습니다. 추가 인력 구조조정도 추진했지만, 이스타항공 노사는 25~35%의 임금을 삭감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렇게 해결된 줄 알았더니 이번에는 체불임금이 다시 인수 협상의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습니다.

    제주항공은 체불임금 해소를 위해 2백억원 가량의 사재를 대주주가 출연하라며 주식매매계약 조건 변경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반면 이스타항공은 구조조정 진행 과정에서 셧다운이 이뤄졌고, 그에 따라 임금 체불이 불가피해졌다며, 계약상 이는 인수자가 부담할 몫이고, 이를 감안해 인수 가격도 정해졌다는 입장입니다.

    현재로선 양측의 간극은 쉽게 좁혀질 것 같지 않아 보입니다.

    손 놓고 있는 최대 주주…

    이스타항공 최대 주주 이스타홀딩스는 이상직 국회의원 당선인의 아들과 딸이 각각 66.7%, 33.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가족회사이자, 이 당선인이 실질적인 오너인 셈입니다. 매각이 성사되면 545억원의 매각대금은 이 당선인 일가가 가져가게 되는 겁니다.

    하지만 현재 이스타홀딩스는 이 위기를 수습할 의지도 해결책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몇 달 동안 월급 한 푼 못받고 있지만, 고통분담의 움직임도 없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어서 매각만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정부 여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지만, 정작 정부의 지상목표인 고용안정은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피해는 또 노동자 몫…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줄다리기가 빠른 시간 안에 정리될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현 상황에서 제주항공은 흐르는 시간이 아쉽지 않을 것이고, 이스타항공도 무턱대고 헐값에 팔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혹시나 최악의 상황이 되면 정부가 더 도와주지 않을까 하는 습관적인 기대도 갖고 있을지 모릅니다.

    이런 자본의 싸움은 인수합병 과정에서 어쩌면 당연한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건 언제나 노동자였다는 익숙한 역사가 이번에도 반복되고 있다는 겁니다. 이스타항공에선 약한 고리인 계약직 186명이 먼저 해고됐고, 이스타항공이 100% 출자한 지상조업사 이스타포트의 노동자 수백 명도 계약 해지로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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