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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집중 취재, 퇴폐 유흥업소 실태[홍순관]

집중 취재, 퇴폐 유흥업소 실태[홍순관]
입력 1989-08-27 | 수정 1989-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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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중 취재, 퇴폐 유흥업소 실태]

    ● 앵커: 우리 사회에 만연되고 있는 퇴폐, 향락 풍조는 이제 일과성의 대중요법으로는 치료할 수 없다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한결같은 우려입니다.

    당국이 최근 들어 퇴폐, 향락 업소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는 있지만 허점 투성이의 단속이어서 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택가와 학교 주변까지 파고든 퇴폐 유흥업소의 실태와 하나마나 한 단속 실태를 두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리겠습니다.

    ● 기자: 우리나라 여성가운데 120만명 이상이 술집이나 디스코 클럽 등 향락업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15살에서 29살까지의 여성 5명 가운데 한 명 꼴입니다.

    또 우리나라의 향락 산업은 이제 연간 매출액이 국민 총 생산의 5%인 4조원을 넘어섰습니다.

    YMCA가 작년 말 현재로 추정 한 우리나라 향락산업의 규모입니다.

    향락 퇴폐문화는 주택가와 학교주변까지 파고들어 시민생활을 크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한 중학교 앞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교문 바로 앞에 여관과 카페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습니다.

    이 학교의 경우 주변 200m지역 안에 여관과 카바레 등 청소년 유해업소가 무려 54개나 들어서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 최순옥(학부모): 엄마 물침대가 뭐야 하고 물어볼 때가 많아요.

    그러면 참 엄마로서 물침대에 대해서 말을 할 수가 없더라구요.

    보면 카바레 같은 것도 있거든요.

    ● 함윤길(주민): 그러니까 정부에서 이런 학교주변 200미터든 300미터든 외로(밖으로) 허가를 내준다고 하면 허가가 안 날 것 아닙니까.

    50미터만 벗어나면 허가가 납니다.

    ● 기자: 여관과 안마시술소 그리고 각종 술집이 집단으로 몰려있는 서울 봉천동과 장안동의 이른바 여관촌은 밤마다 불야성을 이루면서 순간의 즐거움을 찾는 손님들로 북적댑니다.

    온갖 퇴폐영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이들 접객업소들이 이제는 버젓이 주택가 한복판까지 침범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술 먹고 여관에 들어간다든가 이런 걸 보면 애들이 느끼는 게, 남자여자 안고 들어가는거 보면 상당히 안됐거든요.

    ● 인터뷰: 우리 애기는 아직 어리니까 그런 정도까지는 안되지만 성장하면 다른 데 이사를 가야되겠다는 생각이죠.

    - 아주머니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무래도 주변이 좀 시끄럽구요, 남자 여자 팔짱끼고 다니는 거 보기 안좋죠 아무래도...

    ● 기자: 서울 YMCA가 봉천동에 사는 20살 이상의 남자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49% 즉 거의 반이 퇴폐 이발소나 여관 룸살롱 등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소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 해 주변 환경이 주민생활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는가를 실증하고 있습니다.

    또 이 조사에서 4명이 룸살롱에 가서 양주 3병, 마른안주와 과일안주 각각 2접시를 시키고 호스티스와 밴드를 부를 경우 평균 50만 1,700원이 든 것으로 나타나 웬만한 대기업의 대졸 초임을 웃도는 수준이고 퇴폐 이발소는 2만 1,800원이 들어 일반 이발소 평균 비용 4천원의 5.5배에 이르는 등 엄청난 과소비가 이루어지고 있음이 확인됐습니다.

    이와 함께 향락업소의 증가는 접대부의 부족을 초래 해 인신매매와 부녀자 납치 등의 반 인륜적 범죄를 양산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퇴폐 향락 업소의 번창은 근본적으로 왜곡된 분배구조와 윤리의식의 붕괴에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 이근식(서울 시립대 교수): 부동산 투기라든지 아니면 부정 부패로 인해 쉽게 모은 거대한 돈 들이 사회에 많이 굴러다니니까 그런 돈 들이 향락과 퇴폐산업에 가서 방탕하게 쓰이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 기자: 당국의 일관성 없는 단속 행정도 퇴폐업소 확산에 책임이 있습니다.

    ● 박기해(디스코 클럽 경영): 나체 쇼 같은 것도 맨 처음에 88올림픽 때 풀어줬기 때문에 정부에서 풀어주니까 충분히 성인업소를 해도 되겠구나 하는 걸 주인들이 인식을 했겠죠, 그러니까 그렇게 막 풀어준 것이지 처음부터 그런 걸 단속을 했으면 그런 일도 없었고 또 지금와서 성인디스코 잘된다, 잘된다 막 업소가 늘어났는데...

    ● 기자: 특히 은밀한 퇴폐영업 혹은 매춘은 현장을 잡기도 어렵거니와 갈 수록 지하화 지능화 돼 좀 처럼 단속망에 걸려들지 않습니다.

    퇴폐 향락 문화가 이처럼 독버섯처럼 무섭게 번져 나가자 이를 걱정하고 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사회 일각에서는 향락 추방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습니다.

    퇴폐 향락업소가 우리 사회에서 근절될 수 없는 것이라면 일반 시민의 생활권과 완전히 격리되고 당국의 집중적인 감독을 받을 수 있는 특정 구역에서만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것이 오히려 더 현실적 대응방안이라는 견해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 김안제(서울대 환경대학원 원장): 그런 특정지역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 여기는 이발구역 하면 거기에는 시내보다는 상당히 완화 된, 외국사람들이 와서 엔조이도 할 수 있고 안마도 하고, 쉴 수 있는 그것을 아주 공식화(하고) 대신 도심에 있는 것은 예외 없이 철퇴를 내려야됩니다.

    지금은 엄포만 내리지 실제로 못하고 있거든.

    ● 구홍일(서울 강남경찰서 서장): 매춘을 정식으로 허가를 하는 나라는 그렇게 흔치 않습니다만 묵인을 하는 지역은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파리 같은 곳을 보면 잘 아시는대로 생드니라든지 비갈 같은 곳은 거의 공인된 지역입니다.

    그래서 그러한 곳에는 여러 가지 범죄 예방을 위해서도 사복 경찰관들이 24시간 배치돼서 활동을 하고 있고 그래서 그러한 지역은 미성년자들의 출입은 아예 24시간 금지되고 잘 관리가 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 기자: 서울의 경우 현재 하월곡동 등 자생적으로 생긴 6개 매춘지역이 정기검진 등 당국의 특별 관리를 받고 있습니다.

    이 같은 특별관리결과 이 같은 매춘업소의 무차별적인 확산이 적어도 이 지역에서는 없었고 성병예방에도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당국의 집중적이고 지속적인 감시 때문에 환락가인데도 범죄행위들이 그다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급증하고 있는 인신매매, 청소년비행, 마약 등 각종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는 퇴폐, 향락 산업의 확산은 이제 일과성의 대중 요법으로 퇴치하기에는 도를 넘어섰다는 것이 일반 시민들의 지적입니다.

    MBC뉴스 홍순관입니다.

    (홍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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