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패전으로 미국, 중동의 새 강자]
● 앵커: 걸프전이 이라크의 패전으로 끝나감에 따라서 중동의 강자로 그 동안 군림해 온 이라크의 세력약화는 이제 필연적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이 힘의 공백을 누가 메꿀 것인지 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 대부분의 서방분석가들은 미국이 앞으로 새로운 중동의 패권을 장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전후 중동질서의 재편방향을 국제부 황헌기자가 전망해봤습니다.
● 기자: 전쟁은 끝나가고 있으나 아랍인들의 머리 위에는 거인 미국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게 됐습니다.
그동안 아랍권의 지도국으로 행세해 온 이라크가 참패함으로써 생긴 힘의 공백은 미국의 뜻대로 대신 메워질 것입니다.
우선 중동평화가 정착될 때까지라는 명분 아래 미국은 당분간 사우디는 물론 이라크 남부지역에까지 군사력을 남겨놓을 것입니다.
또한 모두 천억 달러에 이를 쿠웨이트의 전후복구 사업에 있어서 미국은 참여국가 선정에 주체가 될 것입니다.
미국의 부시행정부는 아랍권의 반미감정을 고려해 이 정도 선에서 눈에 보이는 움직임을 마무리하는 대신에 다른 나라로 하여금 오랫동안 미국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즉 미국은 직접 중동 각국 내정에 간섭 않는 대신에 사우디와 이집트를 축으로 이스라엘과 이란, 터키 5개국이 힘의 균형을 유지하도록 함으로써 서로를 견제시킨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는 게 분석가들의 생각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미국은 중동에서 후세인과 같은 강력한 패권주의자를 없애고 장차 미국의 입김이 모든 아랍권 국가에 먹혀들게 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이 구상은 미국편에 섰던 사우디와 이집트는 물론 이라크의 무력화 없이는 중동평화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해온 이스라엘, 그리고 중동의 유일한 EC회원국인 터키가 모두 반대하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커다란 밑거름이 됩니다.
또 새로이 대미관계를 열고 싶어 하는 이란과 철저한 반 이라크 노선을 채택해 앞으로 미국의 경제지원을 어느 정도 담보 받은 시리아도 이 구도를 반대하지 않습니다.
결국 미국은 이 같은 배경에서 전후 중동질서를 재편하는데 주역으로 떠오를 것이며 전후 중동문제가 해결되는 어떠한 과정에서도 미국의 입장은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될 것입니다.
따라서 사담후세인이 일으킨 이번 전쟁은 조지 부시의 대통령 재선을 담보해주고 미국의 정치·경제·군사적인 패권만을 확보시켜준 채 막을 내려가고 있습니다.
MBC뉴스 황헌입니다.
(황헌 기자)
뉴스데스크
이라크의 패전으로 미국, 중동의 새 강자[황헌]
이라크의 패전으로 미국, 중동의 새 강자[황헌]
입력 1991-02-28 |
수정 1991-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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