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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카메라출동]한국인들의 보신관광[홍순관,신강균]

[카메라출동]한국인들의 보신관광[홍순관,신강균]
입력 1991-07-14 | 수정 1991-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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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메라출동][한국인들의 보신관광]

    ● 앵커: 카메라 출동입니다.

    최근 우리나라 사람들은 몸보신에 좋다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어떤 동물이라도 가리지 않고 식용을 하고 있어서 세계 각국의 동물 애호가들로부터 크게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태국을 찾은 우리 관광객들이 정력에 좋다고 심지어 코브라 뱀탕 집을 떼 지어 몰려다니다가 엄청난 국제적인 망신을 산 바 있습니다.

    또한 국내에서도 보신을 위해서 생생하게 살아있는 곰을 묶어놓고 웅담을 빼내는 비참한 동물 학대가 여러 곳에서 자행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MBC 카메라 출동에서는 방콕 현지취재팀을 보내서 한국판 모드기내식 해외 관광의 추태를 추적했고 또 살아있는 곰에서 웅담을 배내는 국내 편을 취재했습니다.

    먼저 해외 편 보신관광을 보도하고 바로 이어서 국내 편 동물 학대의 현장을 보도합니다.

    ● 기자: 이것이 한국인들이 뱀탕과 곰 발바닥을 즐기던 문제의 농장입니다.

    그러나 최근 태국 언론들에서 이곳의 실태를 대대적으로 연일 보도한 이후에 현재는 철문을 굳게 닫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곳을 제외한 다른 뱀 농장에는 보도가 있은 후에도 한국 관광객들이 방문할 때만 은밀하게 열리고 있습니다.

    취재팀이 관광객으로 가장하고 이 농장에 들어섰을 때 20평 남짓한 마당에는 우리나라 사람 10명이 코브라 구경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손님들이 가장 힘이 좋다고 생각하는 코브라를 점찍으면 종업원들은 코브라 머리를 칼로 매달고 익숙한 칼 솜씨로 내장을 꺼냅니다.

    이 가운데서 쓸개와 생식기, 그리고 눈을 독한 술에 넣어서 단숨에 마시길 원합니다.

    이어 미리 준비해 둔 이른바 코브라 뱀탕을 내옵니다.

    선풍기 바람으로 태국의 찜통더위를 식혀가며 파와 고추를 곁들인 뱀탕을 남녀 구분 없이 훌훌 마시는 모습이 일반 음식을 대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이렇게 코브라를 즐긴 대가는 미국 돈 30달러입니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뱀탕 식사가 끝나면 코브라를 원료로 한 각종 약재판매에 열을 올립니다.

    엉성한 한글로 된 설명서와 함께 팔리는 코브라 약제는 무려 8가지에 이릅니다.

    일례로 말린 코브라 쓸개는 한 개에 10달러씩 치이는 150달러짜리와 300달러짜리 두 가지 포장으로 팔리고 있습니다.

    (코브라로 만든 약재 판매모습)

    ● 기자: 간단이나마 우리말로 쉼 없이 떠드는 종업들로 미루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이곳을 찾는지 알 수 있습니다.

    ● 근처주민: 매일 오는데 하루에 4대, 5대, 6대까지 온다고 합니다.

    어떤 날은 너무 많이 와가지고 자기 가게 앞에 차를 갖다 세워놓기 때문에 나중에 자기 마음도 불편하다고 합니다.

    ● 기자: 코브라 쓸개에 술을 마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한국 사람들이 방콕의 필수 관광코스를 마치고 나서는 모습이 태국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궁금합니다.

    - 한국에서 오셨지요?

    ● 관광객: 네.

    ● 기자: 저는 서울 MBC에서 왔습니다.

    지금 저기서 코브라 드시고 오셨어요?

    코브라 뱀탕 드시고 오셨어요?

    ● 관광객: 네.

    ● 기자: 좀 비싸지 않던가요?

    ● 관광객: 뭐 그런대로 괜찮습니다.

    ● 기자: 근데 보는 앞에서 코브라를 직접 해주던가요?

    ● 관광객: 그건 잘 모르겠는데요.

    ● 기자: 태국 경찰은 지난 3일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즐겨 찾던 야생동물 사육농장을 기습했습니다.

    이 내용은 태국의 주요 TV 방송사의 저녁 뉴스시간을 통해서 태국 전역에 방송됐습니다.

    이들 보도는 경찰이 농장을 기습할 당시 한국인들이 뱀탕과 곰 발바닥 요리를 즐기고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TV화면에 곰을 비롯한 각종 야생동물과 녹용, 그리고 호랑이 생식기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여러 가지 정력제가 보입니다.

    ● 태국 범죄 진압현장: 한국 관광차가 들어가는 것을 보고 뱀 농장을 수색했다.

    수색당시 관광객들이 뱀탕, 곰탕, 쓸개 등을 먹고 있었다.

    ● 기자: 태국 경찰은 요리용으로 준비돼 있던 곰발바닥을 증거물로 압수하고 사육 중이던 야생 곰을 동물원으로 보내 보호하고 있습니다.

    태국 언론에 의해 야만적인 민족이라고 매도당하게 된 데는 관광객들에게 1차적인 책임이었겠지만 이를 조장하는 방콕 현지의 여행사와 관광 안내원들도 한 몫하고 있습니다.

    뱀탕집이나 곰 요리 집으로 한국 관광객을 안내해 줄 때마다 여행사와 관광 안내원들 앞으로 중개인 대금이 반 이상이 떨어지기 갖은 수단으로 관광객들을 이런 곳으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 방콕의 여행사 직원: 국내업체와 비슷하다.

    관계라는 것이 어느 거래도 마찬가지다.

    표현에 따라 다르겠지만, 손님을 모셔 가면 업소에서 다 먹는 건 아니다.

    ● 기자: 실제로 취재팀이 앞서 말한 뱀탕 집을 찾았을 때 안내원이 인솔한 관광객들에게는 30달러씩을 받았지만 안내원 없이 온 취재팀에게는 25탈러에 그것도 2인분은 주겠다는 제안을 할 정도였습니다.

    방콕의 경찰 당국은 한국인들을 상대로 하는 뱀탕 집과 야생동물 사육농장이 명백한 불법인 만큼 앞으로도 계속 단속을 해나가겠다고 밝히고 있어 화면에 보이는 관광객처럼 얼굴을 가려야 할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끊이질 않을 것이라고 보입니다.

    카메라 출동입니다.

    (홍순관 기자)

    ● 기자: 경기도 송탄시 근교의 한 농장입니다.

    멀리서 우리에 갇힌 곰이 보입니다.

    이 농장은 웅담 즉, 곰쓸개를 얻기 위해 곰을 키우는 곳입니다.

    그래서 이름도 웅담농장입니다.

    이 농장에 곰들이 있다는 곳입니다.

    전혀 축사같이 보이질 않습니다.

    안에 들어가 보면 쇠창살로 견고하게 만든 우리가 4개 있고, 이 속에 곰이 한 마리씩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여기 있는 곰들은 배아래 부분에 무거운 쇠틀을 매고 누워있습니다.

    볼트와 너트로 견고하게 고정된 형태로는 자물통까지 달려있습니다.

    이 농장은 살아있는 곰에서 쓸개즙을 빼내 마실 수 있다고 광고를 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하길래 살아있는 곰의 쓸개즙을 빼낼 수 있는가 놀랍게도 방법은 이렇습니다.

    즉, 곰의 아랫배를 가르는 수술을 통해 쓸개즙이 모이는 담낭에다가 관을 박아두고 손님이 찾을 때마다 쓸개즙을 빼내는 것입니다.

    먼저 쇠파이프로 곰을 찔러 대서 몸을 굴리지도 못한 비좁은 통로에다가 몰아넣습니다.

    그런 다음 쇠파이프로 곰의 얼굴을 빗장질러서 옴짝달싹 못하게 만듭니다.

    살아있는 곰에서 쓸개즙을 빼는 작업이 시작됩니다.

    아랫배를 죄고 있는 쇠틀을 자물쇠로 엽니다.

    빗장을 꼽습니다.

    사육사가 곰을 달래면서 장치를 풉니다.

    비닐까지 나오고 하얀색의 관이 곰을 배에 매달려 있습니다.

    - 그 대롱이 지금 어떻게 된 대롱입니까?

    ● 농장사람: 이게 인제 쓸개하고 연결돼 있습니다.

    ● 기자: 쓸개하고요.

    ● 농장사람: 네, 제가 조금 뽑아드릴게요.

    됐어요, 사탕주세요.

    ● 기자: 노란 쓸개즙이 관을 통해 살아있는 곰의 몸에서 빠져 나옵니다.

    - 이 수술이 곰 안에 저 관을 쓸개에다 박는 수술은 어디서 하셨어요?

    ● 농장사람: 이거 저 중국 사람들이 해주고 갔어요.

    중국 사람들이 저 다른 사람 많이 해줍니다.

    ● 기자: 아, 그렇군요.

    - 이렇게 쓸개즙을 빼내는 동안 곰이 요동치지 못하도록 사탕을 쥐어 줍니다.

    단맛에 곰은 자기 몸에서 쓸개즙이 빠지는 통증을 잊은 채 사탕만 받아먹습니다.

    이렇게 해서 쓸개즙을 다 뺏긴 이 10살짜리 곰은 바닥에 축 늘어진 채 숨이 가빠 헐떡거립니다.

    아직도 제대로 걷지 못하는 이 좁은 철창에서 이런 일이 매일 벌어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막 뽑아낸 쓸개즙을 술에 타서 바로 이 곰 앞에서 마시는 것입니다.

    ● 농장사람: 여기는 지금 다 예약을 못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 기자: 예약을 못하면 와서 못먹고..

    ● 농장사람: 못먹죠.

    ● 기자: 농장 사무실입니다.

    벽에는 서울의 양사장, 송국장 등 예약 손님들의 이름들이 적혀있습니다.

    여기에서 두 시간이 걸리는 서울 손님들이 대부분입니다.

    이 농장의 축사에는 어린 곰 3마리가 더 있습니다.

    이 곰들은 모두 6살짜리 입니다.

    이 곰들은 여기서 조금 더 키워지다가 7살이 되면 담낭에 관을 연결시키는 수술을 받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죽을 때까지 쓸개즙을 뺏기게 됩니다.

    송탄의 이 농장은 그래도 규모가 작은 곳입니다.

    살아있는 곰의 쓸개즙을 빼내는 이런 일은 경기도 안양시 석수동의 한 농장에서 대 기업적으로 행해지고 있습니다.

    이 농장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곰을 사육하는 곳으로 50마리가 있습니다.

    카메라 출동 취재팀은 이 가운데서 몇 마리나 쓸개즙을 빼내는 수술을 받았는지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출입금지라고 푯말이 붙은 이 문을 열어봤더니 안에서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사육사 두 사람이 곰 양쪽에서 배를 가르고 관을 연결시키는 수술을 한창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들어가려는 취재팀을 사육사들이 거칠게 막아섰습니다.

    어린 곰 한 마리가 수술대도 없는 시멘트 바닥에 누워 피를 흘리고 있습니다.

    하얗게 드러난 아랫배가 쇠틀로 묶여있습니다.

    수건이 던져져 갈라진 아랫배를 덮었습니다.

    가위 등 수술도구 아래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이 곰은 한 살짜리 입니다.

    그리고 이 곰 주위에서 20마리의 다른 곰들이 이미 이와 똑같은 수술을 받고 쇠틀에 묶여 있습니다.

    한 살에서 두 살짜리인 이 곰들은 좁디좁은 창살에 갇혀 죽을 때까지 쓸개즙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카메라 출동입니다.

    (신강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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