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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KGB에 시민 분노[엄기영]

소련 KGB에 시민 분노[엄기영]
입력 1991-08-23 | 수정 1991-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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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련 KGB에 시민 분노 ]

    ● 앵커: 불발로 끝난 소련쿠데타의 최대의 승자가 옐친 러시아공화국 대통령이라고 한다면 이번 패자는 이번 사태를 주도한 비밀경찰조직 KGB라고 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KGB의 불법 행태에 분노한 모스크바 시민들이 오늘 새벽 KGB의 상징이자 창설자인 제르진스키의 동상을 허물어버렸습니다.

    또 베스메르티니크 소련 외무장관이 오늘 전격 사임했는데 이 소식 CNN뉴스룸을 연결해서 알아보겠습니다.

    ● 동시통역(윤태현): 소련의 쿠데타가 끝난 지 하루 모스크바에서는 공산 압제의 상징이 또 하나 무너졌습니다.

    이번의 불발 쿠데타의 최대 패자는 공산당과 KGB로 드러났습니다.

    ● 동시통역(여): 한 소련 젊은이가 KGB의 창시자 제르진스키 동상에 기어 올라가 교수형을 집행하기 위해 줄을 동상의 목에 감았습니다.

    이동상은 KGB본부가 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 서서 그 동안에 억압정치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모스크바시 경찰은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소련에서 이런 일은 일찍이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입니다.

    ● 동시통역(여2): 수 만명의 모스크바 시민들이 제르진스키 동상 처형식을 지켜봤습니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이곳은 어느 누구도 감히 가까이 오려 하지도 않았던 금단의 장소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본부 건물 안에 숨어있는 KGB요원이 오히려 더 겁먹은 표정이었습니다.

    지금 소련에는 중대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모스크바 시민들이 이제는 소련 공산당의 버팀목이라 할 KGB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되면서 필연적으로 소련의 권력균형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공산당 간부들이 거리에서 시민들로부터 신랄한 비판을 당하는 것이 이제는 다반사가 돼버렸습니다.

    이 여인은 한 공산당 간부에게 당신들이 러시아를 팔아먹은 장본인이라고 욕설을 퍼붓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암흑시대에 대한 물리적 공격은 상징적 건조물에만 제한되어 있습니다.

    오늘 밤 시민들은 서중이라는 거리 표지판을 경찰들이 빤히 쳐다보는 가운데 깨부쉈습니다.

    나치문장이 KGB본부 푯말위에 그려졌습니다.

    제르진스키의 동상이 자신이 세운 공포의 상징 KGB본부 앞에서 공개 처형당했습니다.

    환호하는 군중의 함성 속에서 당당하게 버티고 서있던 제르진스키의 동상이 드디어 받침대에서 내려졌고, 더불어 KGB도 속빈 강정에 불과하다는 것이 백일화에 드러났습니다.

    이제 제르진스키는 어두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 동시통역(여3): 방금 들어온 소식입니다.

    쿠데타 기간 중 기회주의적인 입장을 취했던 베스메르티니크 소련 외무장관이 오늘 미국 관리들에게 사임했음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베스메르티니크 장관은 메이커 미 국무장관에게 이 같은 사실을 통보했다고 백악관 측이 조금 전 확인했습니다.

    월드뉴스였습니다.

    (엄기영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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