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 소련 정국 주도 기미 보여[박석태]

[ 옐친, 소련 정국 주도 기미 보여 ]

● 앵커: 이번 쿠데타 불발 이후에 소련 체제에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가 일고 있습니다.

소련은 이미 고르바초프 연방 대통령과 옐친 러시아공화국 대통령 두 사람의 공동 통치시대에 들어선 가운데 서서히 옐친에 의해서 주도되고 있습니다.

모스크바에서 박석태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 특파원: 이번 불발 쿠데타는 소련의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과 옐친 러시아공화국 대통령에 의한 기형적인 2인 통치시대를 낳았습니다.

지금 크렘린궁에는 마치 이 2인 통치시대를 알리듯 소연방국기와 러시아공화국기가 나란히 게양돼 펄럭이고 있습니다.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은 어제 텔레비전으로 생중계 된 러시아공화국 최고 회의에서의 연설을 통해 옐친 러시아공화국 대통령이 안보관련 핵심 각료들을 임명하도록 하는 등 소련의 권력을 옐친과 나눠 갖는 연립정부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또 자신과 옐친 두 사람 가운데 누구라도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될 경우 자동적으로 다른 한 사람이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과 함께 이번 쿠데타에 연루돼 해고시킨 KGB의장과 내무 국방장관에 대한 인사는 쿠데타 실패 이후 소련정국을 사실상 옐친이 주도하고 있음을 확연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KGB의장과 내무국방관에 새로 임명된 가빈다카빈 전 내무장관과 예프케니 사포시니코프 공군참모총장 그리고 빅토르 바라니코프 러시아공화국 내무장관은 모두가 옐친의 지지자 또는 핵심측근들인 것입니다.

특히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대통령직 복귀이후 KGB의장 대행과 국방장관을 성급히 임명했다가 다음날 옐친과의 회담이 바로 교체함으로써 그 같은 사실을 더욱 확실히 입증해 주고 있습니다.

이 같은 사실을 말해 주는 옐친 대통령은 어제 러시아공화국 회의에서 간간히 고르바초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무시하는 듯 한 행동을 취해 그 위상을 과시했습니다.

● 고르비: 아직 내각 명단 읽지 못했다.

● 옐친: 지금 읽어보시오.

● 특파원: 이번 불발 쿠데타 이후 모스크바 시민들도 이제 고르바초프는 명목상의 대통령일 뿐 옐친이 실질적인 대통령으로서 나라를 이끌어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르바초프가 이 같은 자신의 권력약화를 좌시 하지만은 하지 않을 것이며 공산당의 대폭 개혁과 온건 개혁세력들과의 연계를 통해 권력기반의 강화를 꽤 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모스크바에서 MBC뉴스 박석태입니다.

(박석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