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성서국민학교 다섯어린이 실종 1년]
● 앵커: 오는 26일이면 대구 성서초등학교 다섯 어린이들이 개구리를 잡으러 나갔다가 실종 된지 꼭 1년이 되는 날입니다.
지난 1년 동안 가족은 물론 경찰도 온 국민의 관심 속에 전국을 누비며 개구리 소년들의 행방을 알기 위해서 백방으로 노력해 왔으나 생사여부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박용찬기자입니다.
● 기자: 개구리를 잡으러 놀러갔던 다섯 어린이 등이 실종된 대구 와룡산 계곡입니다.
겨우내 보이지 않던 개구리들도 경칩을 지나면서부터는 계곡 여기저기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우리의 개구리소년들은 아직까지도 돌아올 줄을 모릅니다.
지난해 3월 26일 아침 8시 조용하고 평화롭던 대구의 변두리마을 이곡동은 달갑지 않은 세인의 주목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이 마을에 사는 서성국민학교의 종식이 철원이 용규 그리고 호연이 찬인이 다섯 꼬마들이 개구리를 잡으러 마을에서 2km 떨어진 와룡산으로 갔다가 실종됐기 때문입니다.
개구리소년 가족들은 집 대문을 밤낮으로 열어놓고 아들이 썼던 일기장을 눈물로 읽어 내려가는 일이 하루 일과가 됐습니다.
● 허도선씨(김종식군 어머니): 제발 우리애들 좀 찾아주세요.
● 기자: 손자를 잃어버린 할머니도 가족 앨범을 뒤적이며 지난 1년을 눈물로 보냈습니다.
● 김양순씨(박찬인군 할머니): 무사하다 한마디만 해줬으면 우리아들자식..
● 기자: 서러워하는 칠순 노모를 보지 못한 가족들은 하루도 쉼 없이 후원자가 기증한 봉고트럭을 타고 집을 나섭니다.
전국을 두 바퀴나 돌면서 첩첩산골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외딴 섬까지는 아이들이 있을만한 곳은 다 뒤져보았습니다.
그러나 아무런 소득 없이 집으로 돌아가는 아버지의 어깨는 무겁기만 합니다.
● 김현도씨(김영규군 아버지): 전국을 두 바퀴나 돌면서 섬까지 완도, 진주, 흑산도 할 것 없이 다 찾아보았지만 도저히 저희들 부모로서는 찾을 수가 없습니다.
● 기자: 이들의 슬픔을 함께 나누지는 못할망정 장난전화를 거는가 하면 현상금을 노리고 협박전화를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 녹음된 협박전화: 1,000만원만 요구합니다. 꼭 갖고 오셔야 되요.
● 기자: 실종어린이들의 학교친구들은 매일 아침 수업 전에 기도의 시간을 갖습니다.
● 기도의시간(대구 성서국민학교): 실종된 친구들이 하루빨리 무사히 살아 돌아 올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조용히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 기자: 학년이 바뀌고 반이 바뀌었어도 개구리 소년의 짝궁인 여학생들은 옆자리를 비워둔 채 친구들이 돌아올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 실종어린이 짝궁 1: 같이 줄넘기도 하고요, 숙제도 같이하고 공부도 같이했는데요, 지금은 같이 할 수가 없어요.
● 실종어린이 짝궁 2: 홍식아 빨리 돌아 와 줘.
● 기자: 경찰도 20여만 명을 동원해 와룡산 부근을 200여 차례나 수색해 왔지만 생사여부조차 확인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 김순태 형사과장(대구 경찰청): 국민의 기대에 보답할만한 그러한 큰 진전이 없어서 사실상 경찰에서도 아주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 기자: 외동아들을 찾기 위해 직장까지 그만둔 김철규씨 지난 1년이 힘들고 괴로운 시간 이였지만 실날같은 희망을 가슴에 안고 오늘도 와룡산 계곡에 올랐습니다.
MBC뉴스 박용찬입니다.
(박용찬 기자)
뉴스데스크
대구 성서국민학교 다섯어린이 실종 1년[박용찬]
대구 성서국민학교 다섯어린이 실종 1년[박용찬]
입력 1992-03-22 |
수정 1992-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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