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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출동] 공동묘지안의 학교 광이고등학교(광주시)[신강균]

[카메라 출동] 공동묘지안의 학교 광이고등학교(광주시)[신강균]
입력 1992-03-29 | 수정 1992-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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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메라 출동] 공동묘지안의 학교 광이고등학교(광주시)]

    ● 앵커: 카메라 출동입니다.

    시청자 여러분!

    공동묘지 안에 학교가 있다면 믿을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수천 명의 학생들이 아침저녁으로 수백 개의 무덤을 바라보면서 통학하고 공부해야 하는 학교가 있다면 어떻게 생각 하시겠습니까?

    광주직할시에 있는 실로 어처구니없는 고등학교를 소개합니다.

    ● 기자: 광주직할시 장산구에 있는 한 고등학교입니다.

    나지막한 야산위에 자리한 학교의 전경은 평화로운 한 폭의 그림을 연상시킵니다.

    그러나 카메라를 가까이 들이대면 어처구니없는 광경이 드러납니다.

    공동묘지가 학교 안에 있는 것입니다.

    무덤이 무려 600개가 넘습니다.

    학교 안에 공동묘지가 있는 이 학교의 이름은 광이 고등학교입니다.

    아침7시 반 학생들이 등교를 시작합니다.

    남녀공학인 이 학교 학생 수는 1,2,3학년 모두 합해 1,000명입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상쾌한 마음으로 학교에 오면 이들을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이 공동묘지입니다.

    이 학교가 문을 연 것이 지난 86년 그러니까, 6년이 넘어 올해로 7년째 매일 아침 벌어지는 풍경입니다.

    학교부지는 약8,000평 이 가운데 1/3이 공동묘지입니다.

    5층짜리 학교건물에 왼쪽 앞마당은 전부 무덤들로 차 있습니다.

    앞쪽에만 있는 것만 60개가 넘고 건물 서편 바로 옆에는 무려 500개가 넘는 무덤들이 으시으시하게 널려 있습니다.

    손보는 사람도 없어 키가 넘는 잡초들이 무성하고 쓰레기투성입니다.

    심지어 교실 바로 5M앞에도 무덤이 있습니다.

    처음엔 놀랐으나 이제는 덤덤해졌다는 3학년 학생의 말이 안쓰럽습니다.

    ● 재학생1(3년): 제일 처음에 왔을 때에는 학교에 무덤이 있다 그런 게 생각되고 막상 학교이미지가 안 좋았는데 지금은 3년 동안 다니다보니까 익숙해져가지고…….

    ● 기자: 어린 1학년 학생들은 아직도 무섭다고 합니다.

    ● 재학생2(1년): 학교 끝나면 저녁에 보충수업, 자율학습 하고나면 집에 갈 때 무섭습니다.

    ● 재학생3: 하교할 때 9시에 끝나잖아요, 그때 무덤을 보면 좀 으스스하고 그런 점이 있어요.

    ● 기자: 3학년 교실입니다.

    창밖으로 바라보이는 것이 온통 공동묘지뿐입니다.

    결국 이 학교 학생들은 3년 동안 공동묘지만을 바라보다 학교를 졸업할 운명에 처해 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공동묘지 안에 학교가 들어설 수 있었는가?

    지난 85년 전라남도 교육위원회는 개교3년 안에 묘지를 모두 이장시키겠다는 약속만을 믿고 학교법인 유성학원에게 학교설립을 인가했습니다.

    그러나 이것부터가 잘못이었습니다.

    일단 학교를 세운 설립자 유성배씨는 전혀 묘지이장에 대해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고 이것이 결국 크게 말썽을 빚어 당시 전라남도 교육감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 가지했습니다.

    설립자 유 씨는 그 후에도 신입생을 불법으로 초과 모집하는 등 비리가 계속돼 관할 광주직할시 교육위원회는 지난 88년 유 씨를 재단에서 퇴진시켰습니다.

    교육위원회는 곧 관선이사를 임시로 선임해 새로운 경영진을 물색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돈을 들여놓고 재단으로부터 쫓겨난 전 설립자의 교묘한 방해공장에 말려들어 3년이 지난 지금가지 당국은 묘지문제는 손도 못 대고 고민만 하고 있습니다.

    ● 광주시 교위행정과장: 그래서 관선이사들이 망설이는 것이 이것입니다.

    옛날 이사장, 자기 자신의 재산을 털어서 설립하신 분에 대해서 그동안 학교를 설립을 하고 경영해 온데대한 그 보상은 해줘야 할 것이 아니냐? 이것이 딱 걸립니다.

    ● 기자: 이처럼 어른들의 이해다툼과 함께 교육위원회가 갈팡질팡하는 사이에서 개교 7년째인 오늘도 어린학생들은 공동묘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카메라 출동입니다.

    (신강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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