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획취재]북한산, 광신도 극성, 자연 훼손 심각[임정한]

[기획취재]북한산, 광신도 극성, 자연 훼손 심각[임정한]
입력 1992-11-08 | 수정 1992-11-08
재생목록
    [기획취재][북한산, 광신도 극성, 자연 훼손 심각]

    ● 앵커: 이번에는 기획 취재 순서입니다.

    도가 지나치고 편협된 종교 활동은 많은 사람들한테 피해를 준다는 게 지난 번 휴거소동에서도 증명이 됐었습니다만 북한산 일부 공원이 일부 광신도들에 의해서 훼손이 되고 있습니다.

    종교와 하나님과 섬겨야 합니다만 형상 만에 매달린다면 문제는 심각해 질 것입니다.

    가장해서 좀 말한다면 종교전쟁으로까지 볼 수 있는 북한산의 자연환경파괴 현장을 임정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북한산 보현봉으로 이르는 길목입니다.

    바위에 붉은 십자가가 그려져 있습니다.

    이 같은 십자표시는 곳곳에 있습니다.

    시멘트로 지어졌지만 바위가 지저분합니다.

    커다란 바위에 이르자 십자표시는 20여개에 달합니다.

    이러한 십자표시는 지워도 곧바로 그 위에 다시 칠해집니다.

    이 표시는 불과 며칠 전에 칠해졌는지 섬뜩할 정도로 새빨갛습니다.

    이곳의 바위들은 옆의 자연보호팻말이 무색하게 온통 땜질 투성입니다.

    십자표시를 하도 많이 해 바위 윗부분은 아예 시멘트로 덮어버렸습니다.

    평창동북한산 입구부터 보현봉 꼭대기에 이르는 길목에 거의 모든 바위에는 붉은 십자가가 새겨져 있습니다.

    크기와 방향도 바위 위치에 따라 다양합니다.

    붉은 십자가표시가 너무 많아 모처럼 북한산을 찾은 등산객들에게 혐오감을 주고 있습니다.

    ● 인터뷰(등산객): 오다 보니까 이렇게 붉은 십자가들이 많이 보이네요.

    그래서 상당히 쫌 봤을 때 섬짓섬짓한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국립공원이 이렇게 훼손이 돼도 되는 건지 상당히 안타깝습니다.

    ● 기자: 보현봉 정상 못 미쳐 에 있는 바위에는 돌을 쪼아 마예불을 새겨놨습니다.

    자세히 보니 석불의 얼굴이 형태를 알아볼 수 없도록 깨어져 나갔습니다.

    그 위에는 빨잔 십자표시가 그려진 뒤 시멘트로 지워졌다가 또 다시 오물이 칠해졌습니다.

    마침 종교분쟁을 보는 듯 합니다.

    이와 중에 자연은 계속 파괴되고 있습니다.

    보현봉 정상에도 붉은 십자표시가 덕지덕지 새겨져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보현봉은 시뻘건 십자가, 집단 기도, 광신도들의 이상한 행동으로 국립공원의 모습이 아니라 기도원 같습니다.

    모처럼 북한산을 찾은 등산객들은 오히려 이방인으로 보입니다.

    ● 장금익(북한산관리소직원): 십자가들은 지금 광신도들이 지나면서 그려놓은 것입니다.

    우리가 수시로 시멘트가루를 가지고 지우고 있습니다만 광신도들이 밤낮으로 다니면서 그리기 때문에 우리가 그때그때 지우지 못하고 이런 상태로 남아 있는 것입니다.

    ● 기자: 보현봉 정상바위틈에는 불법 쓰레기장까지 마련되어 있습니다.

    쓰레기더미 속에서 문제의 빨간색 스프레이가 발견됐습니다.

    누군가 산을 오르면서 바위에 십자표시를 한 뒤 빈 통을 이곳에 버린 것입니다.

    이 같은 광신도들의 기괴한 행동들은 심야에 더욱 기승을 부립니다.

    밤11시가 넘었는데 북한산 입구에는 차들이 즐비합니다.

    야간에는 산행이 금지됐는데도 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속속 산속으로 들어갑니다.

    산속으로 얼마나 들어가지 않아 숲속 곳곳에서 광신도들의 외침소리가 들려옵니다.

    라이트를 비추자 거세게 항의합니다.

    취재진이 숲속에 잠복해 있자 큰 전등을 든 일행이 계곡 쪽으로 내려옵니다.

    이들은 자리를 잡자 이내 큰 박수와 함께 찬송가를 부리기 시작합니다.

    이때 시각은 새벽 0시 30분입니다.

    주변 숲속 곳곳에서도 기도소리가 요란합니다.

    한 30대 여자가 울면서 기도합니다.

    이 옆에서는 또 다른 여자가 알아듣지 못할 말로 떠듭니다.

    보현봉 쪽으로 올라가자 길목으로 붉은 십자가가 무섭게 눈에 들어옵니다.

    광신도들의 집회 안내표시 같습니다.

    보현봉 못 미쳐 에는 불법집단 텐트촌도 있습니다.

    취진진이 다가가자 급히 취운 듯 집기들이 돗자리로 덮여져 있습니다.

    취사도구들도 여기저기도 발견됩니다.

    보현봉정상에 오르자 서울시를 내려다보면서 20여명의 광신도들이 정상 구석구석에서 외치고 울부짖고 있습니다.

    어떤 광신도들은 비닐을 뒤집어쓰고 우뚝 서서 소리를 질러 댑니다.

    또 비닐 천을 뒤집어 쓴 채 바위에 죽은 듯이 웅크리고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처럼 끔찍한 일이 북한산에서는 날마다 일어나고 있습니다.

    (임정한 기자)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