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다래 기업농]
● 앵커: 젊은 농촌지도자가 주축이 된 한 농민단체가 한때 가망 없는 품목으로 인식됐던 키위, 즉 참다래를 10여년에 걸친 노력 끝에 경쟁력 있는 수출유망 품목으로 키워냈습니다.
개방의 물결에 밀리고 있는 우리 농촌 현실에서 그리 흔하지 않은 이 사례를 경제부 선동규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기자: 우리나라 최남단 땅끝마을에 인접한 전라남도 해남군 화산면 방축리, 농업의 제 자리를 찾자는 구호 아래 생산은 물론 선별·포장과 저장·가공, 심지어 수출에 이르기까지 농산물 유통의 전 과정을 농민이 직접 관장함으로써 선진국 형태의 기업농을 실현하고 있는 한국 참다래 유통 사업단입니다.
건물 안에서는 작년 가을에 따서 저장했던 참다래 포장·출하 작업이 한창입니다.
참다래 재배 농민들로만 구성된 이 유통 사업단은 농협과 같은 기존 농민단체에 속해 있지 않으면서도 협동조합 형태를 갖춘 농민주식회사입니다.
● 정운천 회장(한국 참다래 유통 사업단): 협동조합 형태의 농민회사라는 것은 우리나라 협동조합의 협동과 상호보조의 장점을 따고 또 주식회사의 순발력, 경영력, 기획력 이런 장점을 따서 결합시킨 우리 한국 최초의 농민회사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 기자: 지난 91년 7월 설립된 유통 사업단은 현재 출자농민 400여명에 자본금이 10억 원 규모로 커졌습니다.
출자는 참다래 재배 농민들로 제한돼있고 출자 한도액은 1인당 천만 원이며 이익금은 공동 분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유통 사업단은 특히 국내 시장의 50%를 차지하는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과일 시세가 아주 나빴던 작년에도 1인당 최고 5천만 원, 평균 6,7백만 원의 높은 소득을 올렸습니다.
이 같은 성과는 각 유통단계에서 생기는 이익을 중간 상인에게 전혀 뺏기지 않은 사업단 특유의 조직을 갖춰서 수입키위보다 천 원 이상 값이 싼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비닐하우스 안에서는 인근 지역 농민들을 대상으로 참다래 재배교육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얼핏 초라하게까지 보이는 이 비닐하우스 교육장이 바로 오늘의 참다래 유통 사업단의 출발지입니다.
또 강사이자 사업단 회장인 올해 39살의 정운천 씨가 농민들의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게 한 주인공입니다.
서울 모 대학을 졸업한 정 씨가 괜찮다는 직장까지 포기하고 농촌현장에 뛰어든 것이 지난 84년이었습니다.
● 정운천 회장(한국 참다래 유통 사업단): 전공이 농업이고, 또 농업에 대한 애정이 있었는데 모든 우리 졸업한 사람들이 다 도시로 가고, 나 하나만이라도 내려와서 한 10년간 만 노력하면 오히려 그 것보다 훨씬 결과가 좋을 것 아니냐...
맨 처음 시작한 일이 아는 사람으로부터 땅을 빌려 키위농장을 만들고 비닐하우스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농민들을 교육하는 것이었습니다.
● 윤형식 씨(정씨 농장 땅주인): 농민들하고 같이 호흡을 하겠다는 그런 의지력을 보고 제가 7천여 평을 무료로 무상대여를 해줘버렸습니다.
● 기자: 그러나 그 때는 정부가 키위를 재배 부적합 작물로 판정한 무렵이었기 때문에 묘목을 공급하고 기술교육을 하면서 재배를 권유하는 정 씨에 대한 농민들의 반응은 차가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같은 불신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정 씨의 남다르고 헌신적이 노력 덕택이었습니다.
● 손상현 씨(사업단 회원 농민): 전에는 묘목만 팔아먹는 일반 상인으로 생각을 했죠.
그러나 묘목 공급하고 나서 비료 관리, 병충해 방재, 전정 교육이라든지 교육에 대해서 아주 힘을 많이 썼습니다.
그 다음에 열매 판매에 이르기까지 아주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 김만현 씨(사업단 회원 농민): 정부에서도 파내 버리라고 했거든요.
그랬는데 그 것을 정 회장께서 앞으로 절대 전망이 있는 것이다.
그래갖고는 참 지도를 잘해주셨어요.
● 기자: 정 씨는 그 동안 키위 수입이 자유화된 지난 89년, 개방대책위원회와 협회를 구성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앞장서기도 했습니다.
작년에 처음으로 주스를 만들어서 1억5천만 원어치를 수출했던 유통 사업단은 요즘 미국과 뉴질랜드 산 키위와의 차별화를 위해 붙인 참다래라는 고유 상품명을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일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 정운천 회장(한국 참다래 유통 사업단): 이 뒤에 짓고 있는 것이 참다래 교육장입니다.
또 앞으로 3년 안에 참다래 주스 공장을 만들고, 또 10년 안에 호주·뉴질랜드에다 약 100만 평의 농장까지 만들 계획으로서 바로 이곳이 우리나라의 참다래 메카가 될 것이고...
남해안 조그만 농촌마을에서 한 젊은이가 시작한 관련 학자들과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하나의 성공모델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동시에 새로운 조직체계와 운영방식을 택한 유통 사업단은 머리와 자금, 그리고 후계인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투입하느냐에 따라 우리 농업의 장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반성의 과제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선동규 기자)
뉴스데스크
전남 참다래 기업농 고소득[선동규]
전남 참다래 기업농 고소득[선동규]
입력 1993-01-17 |
수정 1993-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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