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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6살 손자 잃은 할머니의 범인 용서[홍순관]

6살 손자 잃은 할머니의 범인 용서[홍순관]
입력 1993-02-28 | 수정 1993-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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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살 손자 잃은 할머니의 범인 용서]

    ● 앵커: 지난 91년 10월에 자포자기한 한 젊은이가 주말에 여의도광장으로 차를 돌진시켜서 어린이 2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친 사건은 그 충격만큼 아직도 뇌리에 생생합니다.

    그런데 당시 6살 난 손자를 잃은 할머니 한분이 사형이 확정된 범인을 용서하고 옥바라지까지 해주고 있어서 사랑의 실천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홍순관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재판부에 보낸 탄원서에 쓰여 있듯 꽃망울로 하늘나라에 불려간 윤신재군의 할머니 서윤범씨의 기도는 오늘도 이어집니다.

    서 할머니는 손자를 죽인 김용제를 처음 봤을 때 사시나무 떨듯 하던 안쓰러운 모습을 이젠 미움도 눈물도 없이 담담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 서윤범 할머니: 용제야 잘못한 거 뉘우치지 그랬더니 그렇대요.

    그래서 거기에서 제가 많은 걸 받았죠.

    아이의 과거를 더듬어보고 싶더라고요.

    ● 기자: 맹아학교에 다녔을 만큼 나쁜 시력, 자살한 아버지, 형의 정신병, 그리고 무일푼.

    그러나 이 모든 범인의 불행보다 서 할머니의 가슴에 걸려있는 것은 어머니의 가출이었습니다.

    ● 범인 김용제(사건 직후 모습): 엄마 때문에, 엄마라도 있었으면 제가 정말 이렇게까진 안됐는데...

    ● 기자: 가슴이 미어지는 아픔을 딛고 면회를 가고 솜옷을 넣어주고 집에 있을 때면 편지를 쓰는 서 할머니의 모습을 주변에서는 작은 그리스도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오늘 마냥 기쁜 일인 줄만 알고 꽃다발을 안겨준, 또 내일 모레면 국민학교에 들어가는 죽은 손자와 쌍둥이인 손녀딸을 보고는 감정을 가누기가 쉽지 않습니다.

    할머니보다 더 억장이 무너졌을 텐데도 그동안 내색 않던 신재의 아버지도 오늘은 눈자 위가 붉어집니다.

    가톨릭 신자로서는 최고영예인 가톨릭 대상 시상식장에는 뜻밖에도 김영삼 대통령이 금일봉을 보내 사랑으로 증오를 녹인 할머니를 격려했습니다.

    교단 차원에서 김용제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김수환 추기경도 새 정부에 관용을 바라고 있습니다.

    ● 김수환 추기경: 저도 이 할머니와 뜻을 같이 해서 김용제군이 사형으로부터 가면되기를 이번에 대통령 취임과 함께 그렇게 사면의 은혜를 입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입니다.

    ● 기자:세차장에서 인형공장, 다시 중국집을 전전하며 살아보려고 발버둥쳤던 사형 확정수 김용제.

    그러나 교도소에 들어가서야 주위의 보살핌을 처음 맛보았다는 역사.

    이제 김용제가 아닌 우리 용제로 받아들인 서윤범 할머니의 바람은 오직 하나, 반성하며 더 낮은 곳을 굽어보는 용제가 곁에 오랫동안 있어주는 것입니다.

    MBC뉴스 홍순관입니다.

    (홍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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