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비리, 학교 돈 봉투의 실상 취재]
● 앵커: 요즘 터져 나오는 교육계 비리는 상상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교육계 비리는 원초적으로 초등학교의 돈 봉투에서부터 시작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최근의 여론조사에서는 학부모의 67%가 돈 봉투에 대한 부담감으로 담임교사를 만나기 꺼린다는 결과도 나와 있습니다.
학교 돈 봉투의 실상을 초등학교 학생인 부름이의 이야기를 통해 들어봅니다.
송형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돈 봉투로 야기된 학교 교육의 굴절상, 그 이질어진 모습을 우리는 9살난 초등학교 2학년 부름이의 새벽 등교 길에서 볼 수 있습니다.
여느 아이들 같으면 아직 곤한 잠에 빠져 있을 새벽 6시반은 부름이가 이미 지하철역으로 가는 시내버스에 오르는 시각입니다.
버스에서 지하철, 그리고 다시 버스로 이어지는 부름이의 새벽장정은 돈 봉투를 요구하는 담임선생님의 횡포에 맞서 부름이의 어머니가 내린 아픈 결단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부름이는 그러나 자기의 키보다 높은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하면서도 왜 매일 4시간의 통학전쟁을 치러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합니다.
부름이가 서울 신림동의 동네학교에서 돈 봉투를 받지 않는 회기동 사립학교로 전학간 것은 6개월 전의 일입니다.
● 오선희(김부름군 어머니): 10월달쯤 촌지를 받기를 원한다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제가 들었을 때 제 마음에는 제 아이를 내가 저 선생님한테 계속해서 맡길 수 없다는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 기자: 돈 봉투를 일러 고지서라고 부르는 서글픈 현실 속에서 학부모들은 돈 봉투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책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특히 신학기가 되면 학교 앞 서점은 월간지나 시집, 성경책 속에 돈 봉투를 끼워가려는 학부모들로 붐빕니다.
학부모들이 선생님께 돈을 드리기 위해서 책을 산다는 게 사실인가요?
● 서울 강동 N서점 주인: 그렇지요, 뭐. 사실대로 얘기해 드리는 것이 낫지요.
● 인터뷰(기자): 어떻게 압니까?
● 서울 강동 N서점 주인: 보면 이런 것 사지는 분들은 우리가 눈치로 알아요. 그래서 이렇게 누런 봉투에다 넣어드리지요.
● 인터뷰(기자): 액수는 얼마 정도가 되는지 아십니까?
● 서울 강동 N서점 주인: 최하가 5만원, 보통 10만원 그렇게 한다고 그러던데요.
● 기자: 이런 돈 봉투 전달방법에 대해서는 교사들도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익숙해져 있습니다.
● Y고교 강모 교사: 책을 주시는데 단행본을 주시면 1년에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고 월간지를 주시면 다달이 주시는 것이고 계간지를 주시면 계절마다 한 번씩 찾아오신다는 그런 얘기를 선배 교사들에게 들었거든요.
● 기자: 일부 학부모들은 심지어 담임 후원회까지 만들어 달마다 일정액을 전달하기도 합니다.
● 서울 강동 N서점 주인: 임원 엄마들끼리 모여서 100만원 맞춰준다는 것은 예사더라고요.
그러니까 반에 한 10명 정도 되잖아요, 그래서 100만원을 맞춰준대요.
그래서 하면서도 엄마들이 굉장히 불만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 기자: 어머니와 선생님 사이에 돈 봉투가 오간다는 것이 몰라야 될 학생들 사이에서도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 되어 버렸습니다.
● S고교 이모군: 저희 학교 같은 경우는 선생님이 면담을 할 때 부모님들한테 온라인 번호를 가르쳐 준다고 하시더라고요.
● O여고 김모양: 상담을 하러 오시면 괜히 책상 청소를 막 하세요.
그래서 책도 막 정리하고 책상도 열었다 닫았다 막 하시고 그러신데요.
그러면 엄마들이 그런 사이에 봉투를 넣어놓고 가고...
● 기자: 실업계 고등학교의 경우도 학생들이 취업할 때가 되면 학교에서 써주는 추천서 때문에 적지 않은 액수의 돈 봉투가 오가는 것이 현실입니다.
● J여상 백모양: 저희 같은 경우 취업하려면 한 50만원 정도 들어간다는 얘기가 있어요.
그러니까 사례비로 드리고 취업을 좋은 데 추천 좀 해 달라고 드리고...
● 기자: 돈 봉투가 오가면서 가장 피해를 입는 쪽은 학부모와 학생들로 치부되어 왔습니다.
그렇지만 사표가 설 땅을 잃고 사도가 붕괴되어 간다는 점에서 가장 결정적인 피해자는 교사들 자신입니다.
돈 봉투를 거부하는 교사들은 담임 배정에 있어서도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것이 통설입니다.
● H고교 정모교사: 저희 학교 교장이 너는 담임을 안 준다, 그것은 너한테는 이익이 없다, 담임을 맡음으로 인해서 얻는 물질적인 이익들 이런 것들을 생각 안 해 주겠다 이런 것들이죠.
● 기자: 돈 봉투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학교 책임자인 교장의 역할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 최충옥(경기대 교수): 교장이 이제는 내 당대에서는 이것을 실천시키겠다, 특히 요즘 사회적 분위기도 그렇고 이런 내에서 내 당대에 있으면서 부정부패의 씨앗이 되고 또 교육계를 망치는 일이고 이것이 근본적으로 나라를 망치는 일이라는 그런 인식을 가지고 윗분들에게 의지표명을 하느냐 거기에 문제는 달려있다고 생각됩니다.
● 기자: 다행히 교육부는 최근 교사들의 돈 봉투 수수행위에 대해 파면 등 중징계 방침을 일선 교육기관에 지시했습니다.
● 박용진(교육부 장학편수실장): 극히 일부 선생님 일이긴 합니다만 그로 인해서 교직 풍토를 혼탁하게 한다든가 선생님 스스로의 도덕적인 품위를 손상시켰을 경우 이것은 어떻게 보면 교직사회에서 떠나야 할 그런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기자: 그러나 이러한 지시나 지침만으로 돈 봉투 문제가 근절된다고 딱히 장담만은 할 수 없습니다.
부름이는 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새벽 등교 길에 나섭니다.
부름이를 저 고통에서 벗어나게 할 방책은 없는 것인지, 그 답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만 풀지 않고 있습니다.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부패상을 보이고 있는 교육 현실에서의 개혁, 학부모, 교사, 학교, 교육부, 그리 어렵지만은 해법이 있을 것입니다.
MBC뉴스 송형근입니다.
(송형근 기자)
뉴스데스크
교육계 비리, 학교 돈봉투의 실상 취재[송형근]
교육계 비리, 학교 돈봉투의 실상 취재[송형근]
입력 1993-04-25 |
수정 1993-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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