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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여름실종[지윤태]

93 여름실종[지윤태]
입력 1993-08-22 | 수정 1993-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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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3 여름 실종]

    ● 앵커: 릴케 시의 표현을 빌리자면 올 여름은 그다지 위대하지 못했습니다.

    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날이 열흘을 넘기지 못한 채 벌써 초가을이 문턱을 넘어섰습니다.

    덥지 않은 여름을 겪으면서 엇갈렸던 희와 비, 지윤태 기자가 여름을 정리합니다.

    ● 기자: 무더위 한 번 제대로 치르지 않고 올 여름이 지나가자 우선 반가운 곳은 전력 수급 당국이었습니다.

    ● 김재기(한국전력 중앙급전소장): 계속되는 이상저온현상으로 인하여 계획보다 약 130만㎾가 감소되어 운영되었습니다.

    따라서 금년 여름에는 비교적 여유 있는 예비율로써 운영되었습니다.

    ● 기자: 최대 전력 수요량이 지난 해보다 10%, 206만㎾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현재까지 3.8%인 77만㎾ 증가에 머물러서 원자력 발전소 1기와 유연탄 발전소 1기가 동시에 쉬어도 될 정도였습니다.

    ● 인터뷰: 여름에 방학을 잘 못 보냈어요, 왜냐 하면 수영장에 가서도 비가 와서 수영도 못 했고요.

    ● 인터뷰: 더운 것도 모르고 그냥 세월을 보냈어요.

    ● 기자: 하지만 농촌에서는 냉해가 발생하고 도열병이 급증하는 등 저온 피해가 늘어나 여름 내내 사라진 더위가 원망스럽기만 했습니다.

    ● 이진수(농민): 아주 이식이 더디 펴고 있어요, 앞으로도 날씨가 좋아지면 필 것 같고 그래요, 뭐 알 수 있나요, 날씨가 이런 걸...

    ● 전세창(농촌진흥청 지도관): 잎 도열병도 지난 해보다 한 3배 정도 많이 발생되어서 9만6천㏊가 발생돼 피해를 줬습니다.

    산간지나 또 중산간지에 있는 사과도 일찍 착색이 되어서 크지를 못하고 있는 그런 피해를 받게 되었습니다.

    ● 기자: 6월 이후 일조시간이 예년보다 124시간, 즉 1/3 가량 부족해 벼의 출수 시기가 크게 늦어졌고 계속될 경우 이삭 도열병의 확대와 함께 벼가 제대로 여물지 못해 수확량이 크게 줄 것이라는 예상됩니다.

    기상청이 규정하고 있는 여름다운 여름, 즉 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날은 예년 경우 대구가 38일, 서울이 25일로써 대체로 한 달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올해는 대구가 열흘, 서울은 9일에 불과해서 거의 여름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상학자들은 이와 같은 원인이 중부 태평양 바닷물의 이상 냉각, 또 이로 인한 아열대 고기압의 세력 약화 등에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학자들은 최근의 기온추세로 볼 때 전국은 이미 가을로 접어들었으며 여름이 빠진 채 진행되는 가을 이후의 날씨도 정상적인 계절 흐름을 갖기는 어려울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지윤태입니다.

    (지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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