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리 아파트 주민들, 텍사스촌 철거농성]
● 앵커: 서울 시내 아파트 주민들이 인근의 오래된 윤락가의 철거를 요구하며 항의 농성을 벌였습니다.
근본적으로는 도시 계획이 잘못되어서 여러 사람이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윤용철 기자입니다.
● 기자: 서울 미아리에 있는 속칭‘텍사스촌’.
밤만 되면 활기를 띠기 시작하는 곳입니다.
선정적인 옷차림을 한 윤락 여성들의 호객 행위와 술취한 남성들의 소동은 새벽녘까지 계속됩니다.
이 곳에 있는 유흥업소는 줄잡아 200여 곳, 그런데 최근에는 이 유흥업소들이 주민들이 자주 다니는 도로변으로까지 확대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 일대 윤락가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던 바로 옆 아파트 주민들의 분노가 폭발했습니다.
● 박홍식씨(아파트 주민): 지하철역 입구에서 나오자마자 아가씨들이 화장 요란하게 하고 정말 보기 싫은 장면을 보면서 날마다 다녀야 하는 이 심정을 누가 알아주냐 말이에요.
● 기자: 지하철을 이용하는 아파트 주민들은, 유흥 업소가 늘어선 골목길을 통과해야만 집으로 갈 수 있습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관할 성북구청은 오늘 도로변으로까지 확대했던 유흥업소를 급히 철거했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보다 근본적인 주거 대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 아파트 주민: 밤새도록 얼마나 시끄러운지, 싸우고, 소리지르고 여자들이 그 앞에까지 나오고...
● 기자: 아파트 주민들은 특히, 자녀 교육상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이 일대에 전면적인 재개발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속칭‘텍사스촌’의 업주들은 아파트는 3년 됐지만 자신들은 30년이나 됐다며 철거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주장합니다.
● 텍사스촌 업주: 원래부터 있던 동네고 수십년 됐는데...
갑자기 이렇게 얘기하는 것도 이해가 안되지만...
● 기자: 유해 환경에 노출된 자녀들, 그리고 밤잠도 못 이루게 하는 온갖 소음, 아파트 주민들은 도시 계획상의 근본적인 잘못을 주장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딱히 어떤 대책도 없어 발만 구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MBC뉴스 윤용철입니다.
(윤용철 기자)
뉴스데스크
미아리 아파트 주민들, 텍사스촌 철거농성[윤용철]
미아리 아파트 주민들, 텍사스촌 철거농성[윤용철]
입력 1994-07-30 |
수정 1994-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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