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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된 고상문씨가 가족에게 보낸 마지막 엽서[윤용철]

납북된 고상문씨가 가족에게 보낸 마지막 엽서[윤용철]
입력 1994-07-31 | 수정 1994-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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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납북된 고상문씨가 가족에게 보낸 마지막 엽서]

    ● 앵커: 어제 국제사면위원회의 발표로 전 수도여고 교사 고상문씨가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 수용되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고 씨를 포함한 납북자에 대한 관심이 다시 재기되고 있습니다.

    고상문씨의 경우를 중심으로 납북자 문제를 다시 살펴보기 위해 몇가지 기획 보도를 준비했습니다.

    고 씨가 당시 유럽에서 가족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자진 월북했다는 북한 측의 주장이 조작이 되었음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윤용철 기자가 소개하겠습니다.

    ● 기자: 만삭의 아내를 두고 연수를 떠났던 고상문씨는 100여 통이 넘는 편지를 통해 아내 조복희 씨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습니다.

    꿈에서나 알 수 있었던 아내의 답장을 받고 실컷 울었다는 고 씨의 애절한 표현은, 아내에 대한 그리움의 정도를 짐작하게 합니다.

    부인 조 씨에게 어울릴 예쁜 바바리코트를 봐 두었다는 글귀에서는 남편으로서의 자상함도 느낄 수 있습니다.

    문득 아내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 밤 늦게 걸었던 전화, 다시 외국에 나가게 되면 꼭 같이 나가겠다는 다짐, 사연마다 아내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합니다.

    자신을 닮은 딸 현미가 태어난 지 100일이 됐을 때는, 옷가지 등을 담은 작은 선물을 보내는 아버지로서의 세심함도 잃지 않았습니다.

    누가 국회의원이 됐는지, 또 아시안게임은 어떻게 되었는지, 떠나 온지 반 년이 넘는 고국의 소식도 고 씨에게는 큰 관심거리였습니다.

    귀국 예정일이 가까워지면서 아내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의 감정은 참을 수 없도록 고조되고 있습니다.

    귀국을 석 달 앞두고 보낸 엽서에서 고 씨는, 빨리 시간이 흘러 가족을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적고 있습니다.

    고 씨는 납북되기 바로 하루 전에 보냈던 이 마지막 엽서에서도 곧 네덜란드로 되돌아 갈 예정이라는 소식을 전해 왔습니다.

    이렇게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며 하루 하루를 보냈던 고상문 씨가 자진해서 월북했다는 것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습니다.

    MBC뉴스 윤용철입니다.

    (윤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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