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완산동 한지붕 4대 가족 소개]
● 앵커: 네, 우리의 지금 삶의 양태는 분명 어딘지 혼이 빠져있는 듯이 보입니다.
어른이 없는, 어른이 사라진 그들의 빈자리 때문입니다.
이런 추세 속에서 90세 노인에서부터 어린 아이까지 4대가 한 집에 사는 가정을 소개해 드립니다.
효도와 우애를 실천하고 있는 전주의 한 가정을 전주문화방송 이흥래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최근 들어 대형 흉악 범죄가 빈번히 발생하면서 가정교육의 중요성이 새삼 강조되고 있습니다.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동 낙원아파트 가동 108호.
대부분의 아파트가 핵가족만을 위한 닫힌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만, 전직 공무원인 61살 정순철씨의 이 30평짜리 아파트는 올해 95살인 정씨의 노모에서부터 아들 내외와 두 살 짜리 손녀에 이르기까지 4대가 함께 화목함을 일구며 사는 우리의 전통 가정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7남매의 둘 째로 태어났으나 일찍 작고한 형을 대신해 평생 어머니를 모셔온 정씨는 비록 28년간의 공직생활을 말단 공무원으로 마쳤으나 부모를 받들고 자녀들을 가르쳐온 전통 가장의 위치를 고수하면서 청렴과 정의로움을 늘상 가족들에게 강조함으로써 우애가 넘치는 가정을 이끌어왔습니다.
● 정순철(2대): 한 국가가 건전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첫 째, 가정이 건전해야 하고, 가정이 건전하기 위해서는 우선 어른을 밑에 애들을 사랑해야 하고 밑에 애들은 어른을 숭배할 수 있는 그런 정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기자: 시집 온 이래 평생 시어머니를 모셔온 정씨의 부인 이정순씨 역시 며느리를 둘이나 본 나이지만, 아직도 아파트의 큰 방에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며 사이좋은 고부관계를 보여줌으로써 자녀들에게 말없이 효의 참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같은 부모의 모습을 어려서부터 보고 자라온 정씨의 자녀들 역시 직장을 따라 각지에 떨어져 살지만 매주 교대로 부모를 찾아뵙는, 요즘 세대에선 보기 드문 가족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특히 부친의 뒤를 이어 말단의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할머니와 부모를 모시고 사는 정씨의 둘 째 아들 재석씨는 정의와 청렴을 강조해온 부친의 뜻을 언제나 되새기며, 썩지 않는 공복으로써의 생활에 충실할 것을 다짐해보곤 합니다.
● 정재석(3대): 아버님이 할머님한테 계속 해왔던 것이 저희 집안의 효라고 생각하면서 저도 아버님한테 그렇게 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버님도 30년 공직생활을 하시면서 정의를 항상 주장하고 계셨기 때문에 저도 말단직에 있지만 정의롭게 항상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기자: 이 가정의 막내 주부로써 4년 전 결혼하면서부터 시할머니와 시부모를 모시고 있는 며느리 이미영씨는 분가하라는 시부모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노인 봉양은 물론 남편 뒷바라지와 인희, 서희 두 딸의 시중에 허리를 펼 새가 없지만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정씨 집안의 보배입니다.
● 이미영(손자며느리): 저도 결혼하기 전에 친정에서도 할머니랑 같이 살았기 때문에 시집에 와서도 불편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고, 시부모님께서도 참 편하게 잘 해주시기 때문에 불편한 점이 없습니다.
이처럼 온 가족이 말없이 효를 실천하고 우애와 화목을 가꿔가고 있는 정씨의 가정은 가정교육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는 요즘 전통의 엄격함과 상하간의 이해, 가족 간의 사랑을 실감할 수 있는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전주에서 MBC뉴스 이흥래입니다.
(이흥래 기자)
뉴스데스크
전주시 완산동 한지붕 4대 가족 소개[이흥래]
전주시 완산동 한지붕 4대 가족 소개[이흥래]
입력 1994-09-28 |
수정 1994-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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