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뒤바뀐 아들 17년간 키운 두 어머니]
● 앵커: 17년 동안 키워온 아들이 실은 그 17년 전 병원에서 뒤바뀐 남의 집 아들이라고 하는 사실이 뒤늦게 두 집안 사이에서 확인이 됐습니다.
기른 정과 낳은 정, 두 어머니는 그 운명의 17년을 서로 붙들고 울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낳은 내 아들을 먼발치에서 지켜만 볼 뿐 아직은 이 같은 사실을 아들들에게는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전적인 드라마와 같은, 그러나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이 기막힌 사연을 사회부 이호인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지난해 겨울 이 모군의 어머니는 이군의 난치병 수술을 받던 중 이군이 혈액형으로는 자신의 친아들일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믿을 수 없는 마음에 이군의 어머니는 유전자 검사까지 받았고, 6개월 동안 병원 기록을 뒤진 끝에 17년 전 이군이 태어난 병원에서 김모군과 뒤바뀐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 이모군 어머니: 두상혈종 있는 게,(김군의) 기록에 있던 게 요쪽(이군 기록) 으로 옮겼어요.
여기 전에는 전혀 없었거든요.
● 기자: 17년 전, 갓 낳은 아들을 안고 하루 새에 병원 문을 나섰던 두 어머니는 지난 여름 피할 수 없는 운명에 끌려 이렇게 다시 만났습니다.
● 김모군 어머니: 그 날 만나서 정말로 너무너무 울었어요.
내 핏줄 내가 키우고 싶지 않은 엄마가 어디 있겠으며, 20년 동안 키워온 아이를 누구를 주고 싶겠어요.
● 기자: 두 어머니는 수험생인 아들들이 충격을 받을까봐 먼발치에서만 자신의 친아들을 훔쳐보며 냉가슴을 앓고 있습니다.
● 이군 어머니: 보는 순간에 아아.. 저 아이구나 하는 것을 금방 느끼고 볼 수가 있었어요.
● 기자: 그러나 정작 어머니들의 속앓이는 서로 다른 처지에 있습니다.
아들들이 친부모를 찾아간다면 김군은 형편이 유복한 친부모에게 가게 되지만, 난치병을 앓고 있는 이군은 형편이 어려운 친부모에게 가게 되는 겁니다.
● 김군 어머니: 더 안타까운 부분이 애기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거예요.
그래도 우리 아이는 건강해요.
● 이군 어머니: 그 부분에 대해 참 제가 이 엄마한테는 너무 죄송하게 생각해요.
● 기자: 두 어머니는 최근 아들들의 뜻에 따라 이들의 거취를 결정하기로 하고 두 집안 사이를 맺어준 애꿎은 운명을 좋은 인연으로 삼기로 했습니다.
● 김군 어머니: 정말 무엇보다도 더 귀하고 이 세상에 그것보다 더 귀한 것은 없잖아요.
그것을 나눠 가진 양쪽 집이 뭘 못하겠어요.
● 기자: 그러나 이 같은 일이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오늘 법원을 찾아 이 기구한 사연을 만들어낸 병원 측을 상대로 책임을 묻는 소송을 냈습니다.
MBC뉴스 이호인입니다.
(이호인 기자)
뉴스데스크
병원에서 뒤바뀐 아들 17년간 키운 두 어머니[이호인]
병원에서 뒤바뀐 아들 17년간 키운 두 어머니[이호인]
입력 1994-10-14 |
수정 1994-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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