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사회분야의 한해 결산, 대형 참사로 얼룩]
● 앵커: 올 일 년은 마치 십년이나 산 것 같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지금부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분야 한 해를 결산해보는 순서를 마련했습니다.
먼저 사회분야의 94년 송재종 기자가 전했습니다.
● 기자: 연초에 대부분 국민들은 유일하게 선거가 없는 유일한 해로 정치적 혼란도 적고 문민정부의 개혁도 정치도 거친 만큼 탄탄한 경제 성장과 함께 사회 전 분야에 걸친 안정과 성숙을 기대했었습니다.
국제화, 세계화를 외치는 구호도 곁들여져서 우리는 정부와 우리 자신에 대해서 이런 기대를 실현시킬 수 있을 거라는 신뢰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94년은 이런 기대와 신뢰, 모두 무너져 내린 한 해였습니다.
일 년 내내 끊이지 않은 숫한 부각 사건은 우리 사회의 끊이지 않은 혼돈된 가치관과 사회구조의 부조리를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살인 공장까지 만들어놓고 인간 사냥까지 나섰던 지존파는 검거된 뒤에도 가진 자와 부의 불공정한 분배에 대한 증오를 당당히 외쳐 됨으로써 비뚤어진 인성이 불특정한 인을 향한 적개심으로 변하는 현 세태를 경고했습니다.
● 손봉호(서울대 교수): 전통적인 가치관은 상실해버리고 새로운 가치관은 아직까지 형성되지 못했습니다.
이 가치부재의 공동현상으로써 일어나는 것은 인간의 동물적인 욕구, 즉 본능의 충족을 통한 쾌락, 물질주의라고 합니다.
일련의 살인 사건은 극소수 인성 파탄자들만 관련한 우리 사회의 특이한 환부라고 애써 한계 지을 수 있지만 수그러지지 않은 공무원 범죄는 세금도둑질이라는 전국에 걸친 광역화 현상까지 보이며 그 심각성을 가늠할 수 없게 국민을 분노시켰습니다.
숱한 사건 사고가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그나마 부패척결만한 성과였다며 한 가닥 정부에 보냈던 신뢰마저도 무참히 짓밟혔습니다.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만 무사안일과 어우러져 육해공을 대형 참사로 이어졌습니다.
출근길에 주저앉은 상판은 단순한 다리공사의 부실을 넘어서 국가의 부실을 들어낸 것이었고 교각의 붕괴를 넘어서 우리 모두의 가능성과 자긍심의 붕괴를 보여준 것이었습니다.
갑자스럽게 터져 나오는 대형 사고는 병든 사회구성원들이 건조하고 관리하는 구조물이 성할 리가 있겠느냐는 허탈과 자조의 단계로까지 몰고 갔습니다.
올 해의 사건 사고는 값비싼 희생은 치뤘지만 우리 국가 우리 삶이 어떤 수준에 처해있는 가를 우리 모두에게 또렷이 각인 시켜줬다는 데서 나름대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무너진 다리와 도심의 불기둥은 세계화가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일 뿐 이제는 세계로 눈을 돌린 만큼 우리 수준이 향상됐음을 의미하지는 않는 다는 우리의 바른 출발선을 일깨워줬습니다.
이미 오래전 눈에 보이는 성과에만 집착해 파행과 편법을 용인 하면서 이 참혹한 현장들은 그래서 체제를 정비하고 세계화의 닻을 올린 우리에게는 거듭 충실한 새 출발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송재종입니다.
(송재종 기자)
뉴스데스크
94년 사회분야의 한해 결산, 대형참사로 얼룩[송재종]
94년 사회분야의 한해 결산, 대형참사로 얼룩[송재종]
입력 1994-12-31 |
수정 199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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