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의 성교육, 비현실적이고 또 형식적이다]
● 앵커: 다음 뉴스 입니다.
최근 입시가 끝나면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실시하는 중고등학교가 꽤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우리 일선학교의 성교육은 너무 비현실적이고 또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사회부 박성제 기자가 과연 무엇인 문제인지 취재해 봤습니다.
● 기자: 남녀 생식기의 구조차이, 정자와 난자의 결합과정, 그리고 몇 가지 피임법.
여고3학년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용 비디오테이프의 내용입니다.
가끔씩 나오는 남성의 어설픈 나체그림에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지만, 성교육이라 고해서 잔뜩 기대를 품었던 학생들은 이내 지루함을 참기 힘든 표정이 되어버립니다.
● 여고3년생: 중학교 때부터 성교육 한다고 그러면은 그 비디오만 봤어요.
● 여고3년생: 다 아는 거잖아요, 솔직히 그런 비디오 보다요 애들하고 이렇게 얘기하는 게 더 수준이 높은거 같아요.
● 기자: 성교육 시간이 부담스러운 것은 교사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 신진숙(서울 서문여고 교사): 애들이 굉장히 구체적인걸 원해요, 그러니까 아까도 얘기했지만 직접적인 어떤 성관계를 한때 어떻게 하는 건가.
● 기자: 현재, 일선학교의 성교육은 1년에 한두 번씩 뻔한 내용의 생물학적 기초지식을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 학교 밖에서 청소년들이 접하는 성에 관한 정보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 여고생: 그냥 주변에서 잡지나 비디오 같은걸 보면 훨씬 더 찐하고 더 자세히 알 수 있는데.
● 기자: 문제는 성인용 잡지나 비디오 등을 통해서 얻는 성지식이 청소년들에게 그릇된 편견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는 것입니다.
● 최영애(한국 성폭력 상담소장): 비디오라든지 만화라든지 이런 것에서 나타나는 모습이 좋은데 에도 싫은척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그리고 마지막에는 강제로 좀 더 이렇게 억압적으로 했을 때, 보다 쾌감을 느낀다하는 식으로 결론을 맺는 것이 굉장히 많거든요.
이런 것이 결국은 성폭력이라든지 사회적으로 그 문제되는.
● 기자: 실제로 성폭력 상담소의 통계를 보면 비디오에 나온 정사장면을 그대로 실행하려한 남자친구나 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여학생들의 사례가 상당히 많습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지식전달이 아닌 성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가능하게 해주는 성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합니다.
● 홍강의(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장): 순전히 쾌락만을 위한에게 아니고 남녀관계를 유지시켜주고 풍부하게 하고 맺어주는, 그런 역할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걸 이해시켜주면 자연히 '아- 이게 맘대로 함부로 해서는 안 되겠구나'.
● 기자: 외국처럼, 교사와 학생들이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성이 남녀관계에서 가지는 의미를 깨닫고 성적욕구의 건전한 해소법을 터득하게 하는 토론식 수업의 필요성도 제기됩니다.
또 그러기위해선 성교육을 전담하는 교사의 육성도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날이 갈수록 자극적이고 노골화하는 성문화의 홍수 속에서 지금의 비현실적인 성교육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10대의 성은 계속 음지 속으로만 숨어들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MBC 뉴스, 박성제 입니다.
(박성제 기자)
뉴스데스크
우리학교의 성교육, 비현실적이고 또 형식적이다[박성제]
우리학교의 성교육, 비현실적이고 또 형식적이다[박성제]
입력 1995-02-09 |
수정 1995-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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