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에서 동물 위령비 제막식 가져]
● 앵커: 우리나라에 처음 동물원이 세워진 건 1909년 순종황제 때였습니다.
그 후 86년 동안 동물원은 창경원 시절을 거쳐 지금의 서울대공원에 이르렀는데, 그 세월만큼 많은 동물들이 우리 안에서 숨졌습니다.
오늘 열린 동물 위령비 제막식장을 사회문화팀 황석호 기자가 전해왔습니다.
● 기자: 모두가 비난한 탓에 볼거리마저 궁했던 시절.
창경원나들이를 하는 그날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온종일 넉넉한 하루였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철 따라 레저를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야생동물들이 보여주는 몸짓 하나하나는 레저와는 또 다른 즐거움을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선사합니다.
저 우리 안의 호랑이는 갇혀서 살아야 합니다.
그러나 저 우리 안쪽의 세계도 분명 야생의 세계입니다.
● 김정만(서울대공원 동물원장): 죽는 순간까지 자기 동료한테서 허점을 절대 안 보여줍니다.
그건 왜냐하면 같은 무리에서 약하면 약육강식에 죽고 말고요.
● 기자: 그렇게 동물원 개원 86년 동안 관람객들 앞에서 동물의 지친 삶을 살다가 죽어간 짐승은 모두 500종 만여 마리.
지관은 양지바른 명당자리를 골랐고, 서투르나마 진혼곡이 울리는 속에 국화꽃이 놓여 졌습니다.
● 김재기(서울대공원 과장): 회오리바람이 일어났습니다.
회오리바람이 일어나서 각종 낙엽과 같이 하면서 소용돌이치면서 하늘로 올라갔어요.
동물들의 원혼들이 안주하지 못하고 있다가 그 순간에 제막식과 동시에 아마 승천한 걸로 이렇게 저희들은.
● 기자: 곧이듣기 어려운 목격담이지만 오늘 동물원 사람들은 모두 마찬가지 감회를 가진듯합니다.
우리 속에 갇힌 채 초원과 밀림과 창공을 꿈꾸다가 쓰러진 동물들은 오늘 사람들 손으로나마 하늘을 우러러 날았습니다.
MBC뉴스 황석호입니다.
(황석호 기자)
뉴스데스크
서울대공원에서 동물 위령비 제막식 가져[황석호]
서울대공원에서 동물 위령비 제막식 가져[황석호]
입력 1995-03-14 |
수정 1995-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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