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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의 폐교 조치로 문닫은 두밀분교 어린이들의 어린이날[박준우]

교육청의 폐교 조치로 문닫은 두밀분교 어린이들의 어린이날[박준우]
입력 1995-05-05 | 수정 1995-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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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청의 폐교 조치로 문 닫은 두밀분교 어린이들의 어린이날]

    ● 앵커: 두밀리 분교를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해 교육청의 폐교 조치에 항의해서 주민과 학생들이 마을회관 수업을 하다결국 문을 닫게 돼 어린이들이 멀리 떨어진 학교로 떠나야 했던 곳.

    그 두밀분교 어린이들도 오늘 어린이날을 맞았습니다.

    박준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경기도 가평군 두밀리에 아침이 오면 어린이들은 바로 앞 분교를 놔두고 20분 걸리는 새 학교에 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에 모입니다.

    지난해 분교가 폐쇄된 이후 닫힌 교문너머로 정든 교정을 우두커니 바라보곤 했던 아이들은 올봄 마을에서 7km 떨어진 상색국민학교에 새로 배정됐습니다.

    두밀리에서 태어나 두밀분교를 다녔던 아이들은 아직도 상색국민학교 학생으로 불리는 것이 어색한 표정입니다.

    ● 어린이 1: 빨리 학교 가면 좋겠어요.

    ● 어린이 2: 친구들이 낯설지 않아서 좋아요

    ● 기자: 상색국민학교 수업이 끝난 오후가 되면 아이들은 폐허처럼 변한 분교를 고향처럼 찾아옵니다.

    그 흔한 속셈학원 한곳 없는 두밀리의 아이들은 동네 어귀 폐가들을 돌아다니며 해가 뒷산에 걸릴 때까지 뛰어놉니다.

    ● 장호순(학부모): 농촌에 있는 아이들은 아무것도 할 게 없는 거거든요.

    그나마 그래도 학교가 있으면 학교에 가서 조그만 뭘 할 수 있고, 가서 학교도서관이라도 이용할 수 있고 학교 운동장이라도 이용할 수 있고.

    ● 기자: 대부분 토박이인 두밀리 주민들도 분교는 아이들의 학교에만 그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 왕종설(학부모 모임 대표): 마을 축제도 거기서하고 이렇게 하던 장소인데, 폐쇄되고 일단 저렇게 그냥 방치돼 버리니까 들어갈 수도 없게 해놓고 하니까.

    ● 기자: 폐교조치 취소소송에 대한 법원판결이 나흘 앞으로 박두하자 밤이면 분교 문제를 논의하는 주민회의가 자주 열립니다.

    지난해 폐교조치를 결정했던 교육청의 간부들은 모두 가평을 떠났고 분교에 다녔던 어린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들만 두밀리에 그대로 남았습니다.

    폐교 조치에 항의하는 마을회관 수업, 그에 따른 수업 결손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을 모두 진급시킨 교육청의 조치는 무리한 결정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학부형들은 믿고 있습니다.

    거친 교육행정에 의해 어느 날 갑자기 낯선 학교로 옮겨야 했던 두밀리 어린이들은 오늘 어린이날도 깨지고 부서진 동상과 유리창들을 다시 맞추고 정든 교실로 돌아가는 소박한 꿈에 젖습니다.

    MBC뉴스 박준우입니다.

    (박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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