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 백화점 붕괴 사고로 딸 셋을 잃은 정광진 변호사 사연]
● 앵커: 삼풍 참사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모두 남에게 일어나는 일인줄만 알았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자신에게 닥칠 줄은 정말 몰랐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딸 셋을 한꺼번에 잃은 한 변호사의 애절한 사연.
문호철 기자가보도 합니다.
● 기자 : 백화점 붕괴소식을 들은 직후 정광진 변호사는, 혹시라는 불길한 현상에 집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큰딸 윤민씨 등 딸 셋이 조금전 삼풍백화점으로 갔다는 대답.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정변호사는 곧바로 사고현장으로 달려갔지만 딸들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정변호사는 병원에서 이미 싸늘히 식어버린 둘째 딸 유정양의 시신을 끌어안았습니다.
다른 딸만은 제발이라는 기우도 셋째 딸 윤경양과 큰 딸 윤민양의 죽음 앞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 정광진(아버지) : 열심히 공부해서 사회봉사도 못하고, 자기들 뜻을 펴지도 못하고 간 게 부모로서 안타깝다면 안타까운거죠.
● 기자: 같은 처지의 맹아들을 가르치는데 남을 생을 살겠다며 맹아학교 교사생활을 시작한지 이제 9개월된 큰딸 윤민양.
어릴때 당한 사고로 시력을 잃고서도 꿋꿋한 노력으로 미국 명문 버클리 대학을 최고의 학점으로 졸업한 큰딸은 부모의 가슴속에 더 큰 슬픔만을 남겨놓았습니다.
● 이정희(어머니) : 지금 이런 일은 남들한테나 일어나는 일인 줄 알았지, 나한테 있으리라고는 생각 한번도 못했기 때문에 너무 엄청나요.
● 기자: 세 딸에게 모든 것을 걸어온 부모의 마음에는 더 이상 무너질 공간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 이정순(이모): 이런 참변이 저희 나라에서 마지막 참변이라고 그렇게 믿을 수 있도록...
● 기자(문호철): 우리같은 희생자가 또 다시 나와서는 안 된다는 오열만이 장례식장을 가득 메울 뿐입니다.
MBC 뉴스, 문호철입니다.
(문호철 기자)
뉴스데스크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로 딸 셋을 잃은 정광진 변호사 사연[문호철]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로 딸 셋을 잃은 정광진 변호사 사연[문호철]
입력 1995-07-02 |
수정 1995-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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