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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당시 신군부에 의해 희생된 어느 초병의 죽음[송요훈]

12.12 당시 신군부에 의해 희생된 어느 초병의 죽음[송요훈]
입력 1995-12-04 | 수정 1995-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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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초병의 죽음]

    ● 앵커: 12.12 사건 때 국방부를 점거했던 신군부 측 병력에 의해서 희생이 됐던 한사람의 사병이 있었습니다.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그리고 기억하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았던 그의 죽음을 이제 칠순을 넘긴 그의 어머니가 증언합니다.

    송요훈 기자입니다.

    ● 기자: 동작동 국립묘지 제23묘역, 육군병장 정선엽의 묘.

    수도통합 병원에서 순직한 것으로 묘비에는 적혀있지만 1979년 12월 13일이라는 정지된 시간이 말해주듯 정 병장은 12.12의 희생자입니다.

    제대를 불과 석 달 앞두고 국방부에서 초병으로 군복무를 하고 있던 정 병장은, 12.12가 있던 그날 동료 병사들과 함께 국방부 후문 벙커를 사수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결국 신군부 측 병력에 의해 사살되고만 정 병장의 죽음을 칠순의 어머니는 지금 이렇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 한점순氏 (73세) 정병장 어머니: 다 총을 두고 도망가 버렸는데 우리 아들은 나도 군인인데 어떻게 총을 주냐, 이것이 생명인데, 그렇게 사정하니까 죽여버렸어.

    ● 기자: 국방부를 무력으로 장악한 신군부 세력들이 축배의 잔을 들고 있을 때 정 병장의 어머니는 아들의 싸늘한 주검을 확인해야 했습니다.

    신군부의 행위가 정당화되던 그때에 총을 버리지도 투항하지도 않았고 근무지를 이탈하지도 않았던 아들의 죽음에는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국립묘지안장도 우여곡절 끝에 가까스로 이루어졌습니다.

    지금껏 역사의 심판이 유보돼온 것처럼 어머니에게 그 아들은 여전히 정지된 시간 속의 모습으로 남아있습니다.

    ●한점순氏 (73세) 정병장 어머니: 내가 살아서 이렇게 보은을 갚은거 같다.

    나 죽어버리면 한을 품고 가잖아요.

    ● 기자: 역류하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희생돼야 했던 아들이 이제는 장한 군인으로 묘비에 올바르게 기록되기를 늙은 어머니는 소망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송요훈입니다.

    (송요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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