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 합격한 남호현군, 대학 등록금 마련 못해 진학 포기]
● 앵커: 각 대학의 합격자가 발표될 때면 늘 합격과 불합격의 희비가 엇갈립니다.
그런데 합격을 하고도 대학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서 합격의 기쁨은 커녕 더 깊은 슬픔에 빠져있는 안타까운 사연이 있습니다.
이진호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기자: 올해 홍익대 전기전자공학부에 합격한 19살 남호현군.
가출한 어머니, 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기억을 뒤로하고 형과 여동생을 의지하며 살아온 호현군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같은 아픔을 겪어야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작년에 건국대에 합격하고도 등록금이 없어 진학을 포기해야 했던 남군.
형과 함께 해온 세차일과 독서실 총무를 하면서 모은 돈은 생활비에도 모자라 300여만원의 등록금에는 턱에도 못 미칩니다.
등록마감일인 11일까지 돈을 구해낼 길이 막막한 호현군은 그저 또다시 내년을 기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 남호현군 (서울 면목7동): 처음엔 좀 속상했지만 내년엔 더 열심히 해가지고 공부를 더 많이 해가지고 장학생으로 들어가거나, 그런 생각 가지니까 좀 그래도 많이 마음이 편해지고
.
● 기자: 3년 전 동생과 같은 아픔을 겪었던 형 22살 석현氏도애써 웃음짓는 동생이 안스러워 그저 기타만 퉁길뿐입니다.
● 남석현氏 (호현군의 형): 다른사람들 붙으면 합격해 갖고 들뜨는 분위기지만 합격해도 항상 부담감에서 이렇게 있으니깐 형으로서 그런게 좀 많이 안타깝구요.
● 기자: 고등학교 1학년만 마치고 보건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집안 살림을 돕는 막내 미영이의 작은 꿈은 의젓한 대학생이 된 오빠의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 남미영양: 아르바이트 하면서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오빠한테는 대학 잘 들어가서 좋은 친구들 사귀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애들한테 기 안죽고.
● 기자: 혼자 새길 수밖에 없는 아픔을 가슴 속 깊이 묻고 다시 책을 펴드는 호현군은 오늘도 기약없는 꿈, 대학생이 된 자신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MBC 뉴스, 이진호입니다.
(이진호 기자)
뉴스데스크
홍익대 합격한 남호현군, 대학 등록금 마련 못해 진학 포기[이진호]
홍익대 합격한 남호현군, 대학 등록금 마련 못해 진학 포기[이진호]
입력 1996-02-07 |
수정 1996-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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