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을 남기고…]
● 앵커: 병자년을 보내는 감회는 지방마다 다른 것 같습니다.
각 지방마다 올 한해의 현안과 관심사가 달랐기 때문입니다.
부산과 광주, 대구를 차례로 연결해 보겠습니다.
박희문 기자!
● 기자: 네, 부산 용두산 공원입니다.
● 앵커: 네, 96년을 보내는 부산의 표정 전해주시죠.
● 기자: 항구의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이곳에는 최근 파업으로 빚어진 어수선한 분위기속에서도 심야의 종소리와 함께 새해를 맞으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 한해 부산 시민들에게는 물 문제가 가장 큰 관심사였습니다.
대구 위천공단 조성계획으로 야기된 먹는 물 문제는 영남의 젖줄 낙동강을 살리자는 시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정치적 투쟁으로까지 확대되기도 했습니다.
정부가 낙동강 수질개선 대책을 마련 중에 있지만 부산 시민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영국 템즈강이 정화되기까지는 백년이 걸렸다는데 과연 4년 만에 낙동강 수질개선이 가능하겠느냐는 점 때문입니다.
올해 안으로 낙동강 수질을 2급수 수준으로 올려놓겠다던 지난 93년의 정부 발표가 증발해버린 마당에 이번 대책이 과연 실천에 옮겨져서 낙동강을 회생시킬지 먹는 물 문제는 새해에도 부산 지역의 최대의 숙제로 남게 됐습니다.
부산에서 MBC뉴스 박희문입니다.
이어서 광주로 마이크를 넘기겠습니다.
● 기자: 네, 병자년 한해를 보내는 광주 시민들의 마음은 다소 착잡한 것 같습니다.
그것은 바로 16년 전 광주 민주항쟁의 아픔이 올해에도 완전히 치유되지 않은 때문입니다.
5.18 특별법에 따라 왜곡된 과거사를 바로잡아 가는 길목에서 광주시민들은 병자년을 맞았었습니다.
80년의 아픔이 올해에는 깨끗이 치유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예상대로 전두환·노태우 씨 는 법정에 섰고 5.18사건에 대한 단죄는 내려졌습니다.
왜곡된 과거사가 청산의 새로운 전기를 맞은 것입니다.
광주시민들은 초기에 재판 과정을 지켜보며 5.18 영령들에 대한 짐을 다소 벗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전두환·노태우 씨를 비롯한 5.18 가해자들에 대해 감형이 내려지자 광주시민들이 실망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었습니다.
광주시민들은 그러나 이런 아쉬움들을 뒤로 한 채 정축년 새해에는 잃었던 웃음을 되찾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광주에서 MBC뉴스 이정헌입니다.
이어서 마이크를 대구로 넘기겠습니다.
● 기자: 대구시민들의 올해 가장 큰 염원은 뭐니 뭐니 해도 지역 경제를 일으키는 것이었습니다.
대구는 섬유산업이 지역경제를 주도하고 있으나 영세한 중소 섬유업체가 하나둘씩 문을 닫기 시작해 올해만 해도 120여개의 크고 작은 섬유업체들이 부도를 내고 쓰러졌습니다.
때문에 대구시민들은 빈사상태의 지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위천 국가산업단지 지정을 염원해왔습니다.
그러나 낙동강의 수질 악화를 우려한 부산·경남지역 주민의 반대로 갈등을 겪어야 했습니다.
다행히 정부가 낙동강 수질개선에 적극 나서 낙동강 수질을 2급수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뒤에 대구 시민들의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시민들은 낙동강 수질도 개선하고 위천 국가산업단지 조성으로 꺼져가는 지역경제도 활성화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대구에서 MBC뉴스 이성훈입니다.
(박희문, 이정헌, 이성훈 기자)
뉴스데스크
1996년 한 해 보내는 부산.광주.대구 표정[박희문,이정헌,이성훈]
1996년 한 해 보내는 부산.광주.대구 표정[박희문,이정헌,이성훈]
입력 1996-12-31 |
수정 1996-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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