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분노 커간다]
● 앵커: 뉴스데스크는 조선족 사기피해를 현지 르포로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한국 사람들에게 사기당한 조선족, 그들의 슬픔이 이제 한국에 대한 증오와 분노로 번지고 있는 연변 현지의 표정을 보시겠습니다.
● 기자: 연길시 경제개혁위원회 고급 공무원이었던 공상일 씨.
경제전문가로서 촉망받던 그의 장래는 그러나 2년 전 한국인에게 유학사기를 당하면서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높은 이자로 빌렸다가 날린 돈 천5백만 원 중 일부나마 퇴직금으로 갚겠다고 다니던 직장마저 그만뒀습니다.
졸지에 실업자가 된 공 씨는 어떻게든 돈을 되찾겠다는 일념뿐입니다.
● 공상일 씨: 우리로서는 강력한 조치를...
많은 사람들이 결사대 조직하자.
그 안에는 청년들이 많다.
● 기자: 20년간 연변일보 기자로 일해 온 최재임 씨도 같은 심정입니다.
연수생 초청 사기에 걸려 거금 천6백여만 원을 날리고 남편은 중풍, 아들은 간암으로 쓰러졌습니다.
그녀에게 이제 남은 건 원한 뿐.
● 최재임 씨: 이런 정황에서 죽고 싶다는 생각도 하루 열두 번도 더해..
내 죽을 때는 한국대사관 앞에서 이 사실을 세계에 공표하겠다.
● 기자: 이대로 당할 수만은 없다는 조선족들의 분노는 집단행동의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조선족 사기피해자 30여명은 지난달 한국사 기피해자협회를 결성하고 피해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와 함께 한국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 이영희 회장(한국사기피해자협회): 한국에서 많이 쉽사리 초청장 내보내지만, 마지막에 결국 나갈 수 없으니까.
이건 한국정부 차원의 문제라고 본다.
● 기자: 이들은 또 최근 한국 사기꾼들에 대한 규탄대회를 갖기도 했으며 한국정부에 보상을 촉구하는 서명운동도 전개했습니다.
사태가 이 정도로 심각해지면서 연변일보 등 현지 언론들도 조선족 문제를 연일 다루고 있어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사기피해가 사회 여론화되면서 이곳 연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들은 신변의 위협마저도 느끼고 있습니다.
● 연길거주 한국인: 여기 조선족과 한국 사람들 간의 관계가 정말 좋지 않습니다.
● 연길거주 한국인: 위험하니까 조심하라, 절대 밤에 다니지 마라.
두 사람 이상 꼭 붙어 다녀라...
● 기자: 사기피해 조선족들의 분노와 한국인들의 불안감으로 지금 연변의 땅은 얼어붙어 있습니다.
길림성 연길에서 MBC뉴스 이상호입니다.
(이상호 기자)
뉴스데스크
조선족 사기 피해 현지 르뽀, 연변 현지 표정[이상호]
조선족 사기 피해 현지 르뽀, 연변 현지 표정[이상호]
입력 1996-12-07 |
수정 1996-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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