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출동]민간인이 자유자재로 드나드는 군부대]
● 앵커: 오늘 카메라 출동은 민간인이 자유자재로 드나드는 그래서 군대의 주요 시설이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이상한 군부대를 취재했습니다.
군부대 바로 뒤편에 멧돼지와 사슴 같은 이른바 보신식품을 파는 건강원이 있는데 여기에 가기위해서는 부대안의 도로를 통과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군부대는 길을 막을 수가 없어서 양해해 주고 있다고 하지만 이렇게 보안을 희생해도 되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박성제 기자입니다.
● 기자: 어제 오전 강원도 춘천시 춘천역 앞 광장.
회색 그랜저 승용차 한대가 서 있습니다.
보신 식품을 파는 근처의 한 건강원에서 손님을 나르기 위한 차입니다.
취재팀이 차에 올라탔습니다.
승용차는 시내를 빠져 나와 인적이 드문 국도를 달립니다.
20여분 만에 도착한 곳은 뜻밖에도 춘천시 외곽에 있는 한 육군 부대.
- 부대를 어떻게 들어가요?
● 건강원 주인: 저하고 같이 들어가면 돼요.
아무래도 들어가기 까다로우니까.
● 기자: 낯선 민간인들이 타고 있는데도 정문 경비병들은 그대로 승용차를 통과시킵니다.
신원 확인조차 하지 않습니다.
승용차는 다시 부대 안을 거침없이 달립니다.
훈련을 받기위해 이동하는 장병들, 각종 군수물자가 보관 된 창고, 연병장과 내무반 등, 주요 군 시설이 차창을 통해 낱낱이 드러납니다.
심지어 탄약과 폭발물을 다루는 중요 보안시설까지 보입니다.
승용차가 부대 안을 지나오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제지를 받지 않았습니다.
부대 후문에 이르자, 경비병들이 역시 익숙한 동작으로 문을 열어줍니다.
문제의 건강원은 부대 뒤편 산 속에 있었습니다.
손님을 실어 나르는 25인승 버스와 숙박시설이 완비돼 있습니다.
규모가 만만치 않습니다.
보신용 동물들을 기르는 농장입니다.
산채로 잡아 피와 고기를 먹는 산돼지와 사슴이 수십 마리씩 우리에 갇혀 있습니다.
- 사슴 한 마리에 얼마?
- 꽃사슴은 5백만 원, 중새끼는 2백5십, 1년 새끼는 1백5십, 4,5년 된 것은 한 3백.
살모사와 구렁이 등, 각종 뱀으로 담근 술과 생사탕도 보입니다.
이 건강원의 서울 고객 명단입니다.
두께가 전화번호부 못지않습니다.
직원들은 손님 가운데 고위 인사들이 많다고 은근히 자랑합니다.
● 건강원 직원: 여기는 청와대에서도 다 알아요.
그렇지 않으면 민간인이 못 들어오죠.
● 기자: 건강원 주인은 전화 한 통으로 부대 안에 민간 차량을 마음대로 통과시킵니다.
● 건강원 주인: 봉고차 2857 오면 보내줘요.
- 부대와 통화하신 거예요?
네.
● 기자: 이 건강원 명함에 그려진 약도.
군부대를 통과해서 출입하라는 설명이 버젓이 인쇄돼 있습니다.
● 정문 경비병: 여름에는 손님이 많다.
개고기 먹으러 올라가고 엄청 많이 와요.
이 앞이 주차장 될 정도.
● 기자: 결국 이 부대의 정문 위병소는 전국 각지에서 몸보신을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소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건강원은 20여 년 전부터 영업을 해 오다 10년 전 군부대가 생기면서 출입로가 가로막히자 부대 측에 민원을 넣어 영내 통로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 건강원 주인: 당초 군이 철조망 옆으로 길 내줘야 되는데 약속을 이행 안했잖아요.
● 기자: 보안을 생명으로 여기는 군 시설.
그러나 일개 보신업소의 편의 때문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습니다.
카메라 출동입니다.
(박성제 기자)
뉴스데스크
[카메라 출동]민간인이 자유자재로 드나드는 군부대[박성제]
[카메라 출동]민간인이 자유자재로 드나드는 군부대[박성제]
입력 1997-10-29 |
수정 1997-10-29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