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4년, 일본군이 한국 위안부 집단 총살한 장면 사진과 기록]
●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일본의 식민통치에서 벗어난 지 만 52년, 우리는 광복의 기쁨과 함께 다시 한 번 일제의 만행을 되새겨 보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오늘 MBC 뉴스 데스크는 일본이 한국 위안부들을 집단 학살한 기록을 찾아서 공개합니다.
1944년 9월 중국 남부의 버마 국경지대에 주둔했던 일본군이 중국군에 쫓기면서 한국 위안부 30명을 집단 총살한 장면을 담은 사진과 기록들이 최근 미국 정부문서 보관소에서 발견됐습니다.
이재훈 기자입니다.
● 기자: 일본군들에 의해 집단 총살된 한국 위안부들의 사진입니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처참하게 학살된 채 정글 속에 내버려진 한국 위안부들의 시신을 중국 군인들이 매장하고 있습니다.
구덩이 속에서는 치마저고리 차림의 여성들이 팔다리가 뒤엉킨 채 여기저기 묻혀 있고, 중국 군인들은 악취를 피하느라 수건으로 코를 막고 있습니다.
살해된 장소는 중국 운남성 둥충현 버마 국경지대.
살해 일시는 1944년 9월 13일입니다.
이 사진은 당시 중국 윈난성과 버마 국경지역의 전투를 취재했던 미 종군기자 프랭크 맨워랜 씨가 촬영한 것입니다.
맨워랜 씨는 사진 뒷면에 이 시체들이 한국 여성들이라고 기록해 이들이 한국 출신 위안부였음을 확실하게 밝혀 주고 있습니다.
이날의 학살 상황은 9월13일 중국군과 합동 전투를 벌였던 미군 버마 사령부의 작전 일지에 생생하게 기록돼 있습니다.
이 작전 보고서에는 등충 전투에서 패배한 일본군이 9월13일 밤 달아나면서 한국 위안부 30명을 집단 사살했다고 분명하게 기록돼 있습니다.
이 학살 사진과 문서들을 최초로 미 정보문서 보관소에서 발견한 재미 사학자 방선주 씨는 당시 일본군이 퇴조하면서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서 이 같은 만행을 저질렀다고 말했습니다.
● 방선주(재미 사학자): 자기들의 성 노예를 최전방 일선에까지 데리고 다녔다는 것이 연합군에게 알려지면 너무나 수치스러웠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 기자: 당시 버마 중국지구 일본군에 배속됐던 한국 위안부는 1,500여 명, 이들 가운데 약 1,000명이 전쟁터에서 학살되거나 폭격으로 사망했을 것으로 당시 미군 보고서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미군 보고서는 위안부들이 사망 직전까지 일본군의 성 노예 생활을 하면서 세탁과 탄약운반까지 맡는 등, 인간 이하의 생활을 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 윤정옥(정신대 문제 대책협의회 공동대표): 진상규명을 일본에게 시키고 우리 정부도 진상규명을 하고 이 문제의 해결에 당당히 힘을 써야 하겠다고 생각을 합니다.
● 기자: 지금까지 일본 정부는 위안부들의 학살됐다는 주장이 여러 차례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물증이 없다는 이유로 일관되게 학살 사실을 부인해 왔습니다.
그러나 학살 사실을 분명하게 증명하는 이 같은 자료가 드러난 이상, 일본 정부가 이제라도 사실을 시인하고 진상 규명에 노력을 할 것인지 앞으로 일본의 태도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MBC 뉴스 이재훈입니다.
(이재훈 기자)
뉴스데스크
1944년,일본군이 한국 위안부 집단 총살한 장면 사진과 기록[이재훈]
1944년,일본군이 한국 위안부 집단 총살한 장면 사진과 기록[이재훈]
입력 1997-08-15 |
수정 1997-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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