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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출동] 안중근 의사 순절한 중국 여순형무소 취재[정상원]

[카메라 출동] 안중근 의사 순절한 중국 여순형무소 취재[정상원]
입력 1997-08-15 | 수정 1997-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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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메라 출동][안중근 의사 순절한 중국 여순형무소 취재]

    ● 앵커: 광복절을 맞아서 오늘 카메라 출동은 안중근 의사가 순절한 역사의 현장 중국 여순 형무소를 찾아갔습니다.

    외국인 방문이 금지돼 있어서 아직까지 언론을 통해서 공식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지만 카메라 출동팀이 처음으로 취재 비자를 받아서 여순 형무소에 남아 있는 안중근 의사의 발자취를 짚어볼 수 있었습니다.

    정상원, 송로필 기자입니다.

    ● 기자: 1909년 10월 26일 오전 9시.

    하얼빈 역에 열차 한 대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바로 을사 보호조약의 주역인 이토 히로부미가 탄 열차.

    이토 히로부미가 승강장에 내려서자 환영 인파 속에 숨어 있던 청년 안중근은 6발의 총알을 이토 히로부미와 그의 일행에게 날렸습니다.

    바로 그 안 의사가 수감된 뒤 5개월 만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던 중국 요동반도의 여순 형무소.

    30도를 넘는 8월의 따가운 햇살은 숙연한 역사의 현장 앞에서 그 위력을 잃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감방으로 사용했던 3층짜리 본관이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1층 입구의 수의 전시실.

    빛바랜 수의들이 옥고를 치렀던 수많은 항일 투사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바로 이 방이 안중근 의사가 생활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감방입니다.

    감방 밖 4개의 벽면을 꽉 채우고 있는 생전의 사진.

    애국시가 적힌 액자.

    친필 휘호 등, 안 의사의 유품들.

    곳곳에 그의 숨결이 배어있습니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친필 휘호.

    동포들을 가난과 천대 속에 내팽개친 위정자들을 준엄하게 꾸짖고 있습니다.

    1.7평짜리 감방 안에는 뽀얗게 먼지가 앉은 당시의 식기, 변기통, 짚신들이 낡은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간수들이 모든 층을 한꺼번에 감시할 수 있도록 철창으로 만들어진 2층 복도를 지나면 고문실이 나옵니다.

    전기의자 등 잔인한 고문 기구들은 폐망 직전 일본이 모두 없애버렸지만 아직도 사람을 거꾸로 메달 때 쓰던 천정의 고리와 형틀 등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형무소 가장 뒤편 언덕에 있는 또 다른 건물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썩은 나무상자 사이로 교수형을 당해 70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되는 한 시신의 유해가 눈에 들어옵니다.

    형장에 걸린 밧줄에서 수직으로 2미터쯤 아래에는 나무상자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교수형을 당한 시신을 바로 이 상자 안으로 떨어뜨린 뒤 흙으로 덮으면 사형 집행이 모두 끝나는 것입니다.

    안 의사의 처형은 그러나 이곳이 아닌 본관과 교수 형장 사이의 공터에서 비밀리에 이루어졌습니다.

    남은 것은 안 의사가 처형된 곳임을 알리는 현판 하나가 전부.

    사형을 당한 시신들은 나무상자에 넣어져 땅속에 묻혔습니다.

    이 중 어딘가에 안 의사의 유해가 있지만 아직까지는 찾지를 못했습니다.

    안 의사의 시신이 어디에 묻혔는지에 대한 기록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본인조차 고개를 숙였던 안중근 의사.

    ● 정병학(안중근 의사 기념관 관장) 물론 와 봤겠지만.

    이게 참 부끄러운 얘기란 말이에요.

    너희들 지금 뭐 하고 있었느냐 하는 안 의사의 육성이 들리는 기분이다.

    ● 기자: 우리는 이 역사의 현장을 민족정기를 되살리는 산 교육장으로 활용할 수는 없는 것일까.

    안 의사 생전의 유언.

    "내가 죽은 뒤에 뼈를 하얼빈 공원 곁에 묻어 두었다가 우리나라가 주권을 되찾거든 고국으로 옮겨다오"

    그러나 후손들의 무관심으로 유해조차 찾지 못한 채 그의 혼백은 87년째 아직도 여순 하늘을 떠돌고 있습니다.

    카메라 출동입니다.

    (정상원, 송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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