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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아이들이 떠났다] 삐삐 열풍 정체 분석[박선영]

[아이들이 떠났다] 삐삐 열풍 정체 분석[박선영]
입력 1997-07-11 | 수정 1997-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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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떠났다][삐삐 열풍 정체 분석]

    ● 앵커: 어른들의 시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요즘 아이들의 생각을 살펴보는 기획 시리즈 '아이들이 떠났다' 오늘은 중고등학생은 물론이고 심지어 초등학생들에게까지 필수품이 돼가고 있는 삐삐 열풍의 정체가 과연 무엇인지 박선영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 기자: 최근 삐삐는 놀라울 만큼 빠른 속도로 10대 청소년들 사이를 파고들고 있습니다.

    ● 중3 학생: 삐삐는 필수구요.

    시티폰은 선택이고요, 그 다음휴대폰은 가끔가다가 몇 명 정도.

    ● 기자: 삐삐를 사기 위해 계를 만들었던 것은 옛말이고요즘은 학생 말처럼 필수품이 돼 가고 있습니다.

    ● 중3 학생: 삐삐를 요즘에는 하도 많이 가지고 있으니까요.

    있는 게 자랑스러운 것도 아니고요.

    사치품도 아니고요, 그냥 당연할 걸로...

    ● 중3 학생: 시티폰도 요즘에요 가격이 한 십 몇 만원대라서 용돈 몇 번만 모으면 다 살 수 있고
    ● 기자: 서울 강남의 한 여자중학교를 찾았습니다.

    - 삐삐 있는 학생 손 좀 들어볼래요.

    한 반에 20명 남짓, 학생 가운데 3분의1 이상이 삐삐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급한 일 때문에 삐삐를 치기보다는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주고받기 위해 음성 메시지를 띄웁니다.

    휴식시간이 되면 공중전화 앞은 삐삐 메시지를 확인하려는 학생들로 늘상 장사진을 이룹니다.

    학교와 집에서 공부만 하면 되지 무슨 긴요하고 절박한 일이 있다고 삐삐에 그토록 매달리는지 어른들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 기광선 씨: 친구들끼리 쓸데없이 장난하고 그런 것을 제가목격을 했어요.

    그래가지고 호출기를 빼앗은 일이 있습니다.

    ● 박종대 씨: 공부하는 학생들이 잡담이나 하고 공부에 열중하지 않고, 삐삐를 차고 다닌다는 것이.

    ● 기자: 그러나 학교와 집을 오가며 오로지 공부를 강요받는 아이들에게 삐삐는 서로의 즐거움과 고민을 나눠 갖는 그들만의 통로입니다.

    ● 음성 메시지: 야!

    너 요즘 왜 연락도 안하니.

    나머지 시험 잘 봐.

    ● 중3 학생: 연락이 안 될 때 있잖아요.

    그때하고 친구랑 싸웠을 때 좀 말하기가 그렇잖아요, 진짜, 친구한테 사과할 때.

    ● 중3 학생: 친구들한테 재미있는 노래 남겨 주면 좋아하니까.

    ● 기자: 부모와 선생님 몰래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어른들은 왠지 불안하고 걱정됩니다.

    그러나 새로운 세대의 아이들에게 삐삐는 나름대로의 순기능도 갖는다는 한 일선 교사의견해가 주목을 끕니다.

    ● 백영애(서울 강남여중 교사): 누군가 자기를 생각하고 있고, 그 다음에 염려하고 있고, 또 돌보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면 또 자기 존재 확인도 하고, 그러면서 생활하는데 활력을 갖게 되지요.

    ● 기자: 또 이미 익숙해진 삐삐를 억지로 금지 시키기 보다 그들의 마음속으로 다가 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적극적인 견해도 있습니다.

    ● 조혜정 교수(연세대 사회학과): 어른들도 그것을 부정적으로 보기보다는 적극적으로 활용을 해서 아이들한테 사랑의 메시지도 남기고 그렇게 하시는 것이.

    ● 기자: 성냥갑 크기에서 간단없이 울리는 이 단절음은 그들만의 호출만이 아니라 주위를 둘러싼 어른들을 향해 보내는 10대들의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MBC뉴스 박선영입니다.

    (박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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