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자 교육비 낭비]
● 앵커: 대량 실업시대를 맞아서 정부는 실직자들이 노동부가 승인한 교육기관에서 재취업을 위한 교육을 받을 경우, 고용보험기금에서 수강료를 전액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교육기관들은 마치 주인 없는 돈을 받아내듯이 수강료를 터무니없이 비싸게 책정해서고용보험기금을 축내고 있습니다.
실직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몇몇 교육기관의 배만 불리는 셈입니다.
도인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지난 5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직업훈련 박람회장, 수많은 실직자들이 모여들어 실업사태의 심각성을 실감케 했습니다.
특히, 실직자들의 관심을 모은 것은 재취직을 위한 무료교육 프로그램, 실직자가 노동부에서 승인한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을 때 수강료 전액이 고용보험기금에서 지원되는 제도입니다.
뿐만 아니라 교육기관 중에는 교통비와 월 3-40만원 정도의 훈련수당까지 지급 받을 수 있습니다.
신청이 쇄도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 직업훈련 희망자: 제가 컴퓨터를 못했거든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컴퓨터를 무료로 배울 수 없나.
● 기자: 문제는 고용보험에서 지원되는 수강료에 있습니다.
재취업 교육훈련기관으로 승인받은 한국표준협회, 32개나 되는 교육 강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중 환경관리기사 양성 2개월 과정은 100만원이 넘습니다.
똑같은 시중 사설학원의 과정 60만원에 비해 40만 원 이상이 비쌉니다.
하지만 노동부의 담당공무원들은 시중학원의 수강료가 얼마인지도 모르고 있습니다.
● 노동사무소 직원: 사설학원보다는 비싸지는 않을 거에요, 그렇게 크게.
왜냐하면 사설 학원하고 일반 고용훈련 기관하고 보면 여기 비용이 낮아요.
● 기자: 한국산업개발 연구원이란 교육단체의 경우는 아예 터무니가 없습니다.
물류관리사 과정 등, 각종 자격증 취득과정의 수강료가 시중학원 수강료의 3배가 넘습니다.
연구원측은 수강료가 턱없이 비싸야하는 근거조차 대지 못하고 있습니다.
● 연구원 관계자: 이런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도 어떤 수익성이 있어야 이 사업에 뛰어 드는 것이고.
● 기자: 더구나 컴퓨터 강좌를 비롯한 8개 강좌를 열겠다는 이 연구원의 교육시설은 텅 빈 지하 강의실 하나가 고작입니다.
결국 수강료가 개인부담이 아닌 정부지원인 점을 노려 한 몫 챙기려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최근 전국의 노동사무소들은 날마다 생겨나는 수백 명의 실직자들로 발 디딜 틈 조차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올해 벌어질 대량실업사태의 시작일 뿐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고용보험기금 가운데 올해 실업대책 교육훈련 사업예산은 4,150억원, 이 돈을 아껴써도 직업 훈련을 받을 수 있는 인원은 올해 백만 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실직자 중 16만2천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충분한 연구와 검토도 없이 4천억대의 사업만 벌려 놓은 노동부는 이제 서야 수강료의 적정수준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 노동부 관계자: (수강료를) 정확하게 사정할 기술과 노하우가 축적돼 있지 않다.
● 기자: 시장조사는?
● 노동부 관계자: 시장조사는 지금 하고 있는 중이다.
● 기자: 대량 실업사태를 이용해 장사속만 채우려는 일부 교육기관과 이를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는 노동부, 전체 노동자의 귀중한 급여로 한푼 두푼 모아진 고용보험기금이 눈 먼 돈 취급을 당하는 현실입니다.
카메라 출동입니다.
(도인태 기자)
뉴스데스크
[카메라 출동] 실직자 교육비 낭비[도인태]
[카메라 출동] 실직자 교육비 낭비[도인태]
입력 1998-03-12 |
수정 1998-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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