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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경제위기속에 고아 아닌 고아 증가[이상호]

경제위기속에 고아 아닌 고아 증가[이상호]
입력 1998-02-04 | 수정 1998-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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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버려진다]

    ● 앵커: 경제위기속에 고아아닌 고아가 늘고 있습니다.

    요즘 사회복지 시설에는 직장을 잃고 생활이 어려워진 가장들이 맡기는 어린이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이상호 기자입니다.

    ● 기자: 서울 관악구 남연동 상록보육원, 4살 박이 아이를 데리고 온 30대 후반의 한 남자가 아이를 맡아달라고 원장에게 사정하고 있습니다.

    정말 아이를 맡기겠느냐고 원장이 몇번 이나 다짐을 받듯 물어본 끝에 허락이 떨어집니다.

    - 한 달에 한번 올 수 있나?

    - 올 수는 있는데 다짐은 못하겠다.

    아버지가 자신을 보육원에 맡기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는 그저 낯설기만 한 보육원을 무심코 돌아보고 있습니다.

    도망치듯 보육원을 떠나던 아버지는 작년말까지만해도 유명 중견 그룹의 식당 주방장이였던 38살 임 모씨, 왜 아이를 맡겼느냐는 질문에 눈물부터 쏟아냅니다.

    ● 임씨: 태어난 목숨 자살할 수도 없는거고, 살아야 되니까 IMF한파가 거기까지 올 줄은 몰랐다.

    ● 기자: 다니던 회사가 올해 초 갑작스럽게 부도가 나자 아내는 집을 나가버렸고, 먹고 살기위해 시작한 행상일로 어린아이들을 돌봐주기 어렵게 됐다는 하소연입니다.

    비단 임 씨 뿐만이 아닙니다.

    매섭게 불어 닥친 IMF한파에 직장을 잃고 가정마저 깨어진 제2 제3의 임씨들이 요즘 들어 부쩍 보육시설을 찾고 있습니다.

    ● 부청하 원장 (상록보육원): 차라리 고아원에 가면 밥은 먹여주고 학교는 보내겠지,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겁니다.

    ● 기자: 그러나 부모가 모두 살아있으면 그나마 보육시설에 맡기기도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상당수의 아이들이 그냥 버려지고 있습니다.

    ● 이모군 (11살): 새로 오면 앵벌이부터 한다.

    ● 기자: 최근 시립아동 상담소나 영아 일시보호소 등에는 버려진 아이들이 20%이상 늘었습니다.

    특히, 경기도 남부 보호소의 경우 보호아동이 520명으로 1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 김모군 (10살): 아빠는 다쳤고, 엄마는 시골 갔다.

    ● 기자: 문제는 이 같은 추세가 지금 시작일 뿐이라는데 있습니다.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가 대량 실업이 가시화되면 사회복지 시설에 맡겨지는 어린이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 이영희 소장 (서울 시립 아동상담소): 아이들을 보호소에 맡겨야 될 그런 경우가 증가한다고 보고 있죠.

    ● 기자: IMF한파 속에 버려지거나 보육시설에 맡겨지는 아이들, 엄마 아빠가 보고 싶다고 가슴속으로 울고 있을 이들에게 지금 필요한건 사회전반의 따뜻한 관심과 정부의 성의 있는 대책일 것입니다.

    MBC 뉴스 이상호입니다.

    (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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