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끓는 정 전해다오]
● 앵커: 오늘 판문점을 넘어 북한에 간 소 500마리는 어제 밤 일찌감치 북행길에 올랐습니다.
서산농장에서 판문점까지의 260km 장정을 유재용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어젯밤 11시 충남 서산농장, 어둠이 내려앉은 간척지를 환히 밝히면서 길다란 차량 행렬이 서서히 역사적인 걸음을 내딛었습니다.
소 5백 마리를 실은 45대의 트럭과 취재차량, 경호차량 등 100여 대의 행렬은 4km까지 띠를 이으면서 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아래서는 방북의 주인공 한우 500마리가 농악대의 환송을 받으며 통일의 염원을 대신 안은 채 고향을 떠났습니다.
서산주민들은 길가에 나와 남녘동포의 따뜻한 마음을 소들이 전해주기를 기원했습니다.
홍성과 아산 등 소떼가 지나는 국도 주변에도 주민들이 밤잠을 잊은 채 몰려 나와 우리의 소원을 부르며 장도를 축하했습니다.
밤을 세워 가야 하는 길, 하지만 온 국민의 성원에 운전기사들은 피곤함을 잊었습니다.
● 이현선 (트럭 운전기사): 분단국가에서 있는 거 아니에요? 세계적인 하나뿐인데, 그래서 더더욱 뜻 깊고 보람차고 가슴 벅찬 일이지요.
● 기자: 낯선 땅으로 떠나는 소들은 흔들리는 트럭 속에서 연신 순박한 눈망울을 두리번거렸습니다.
행렬은 고속도로에 들어서기에 앞서 천안부근에서 쉬면서 소의 상태를 점검했습니다.
새벽무렵 경부 고속도로에 들어선 차량은 소가 놀랄새라 시속 60km의 느린 속도로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오전 5시 무렵, 방북 소 행렬은 밝아오는 여명 속에 한강을 끼고 서울에 들어섰습니다.
겨레의 소망을 담아 만든 길, 자유로와 통일로에 들어선 차량 행렬은 마음이 급해진 듯 속도를 높였습니다.
도로변에 나온 실향민은 태극기를 휘두르며 소와 함께 가고픈 마음을 달랬습니다.
오전 8시 반, 260km 7시간 반의 먼 길을 달려온 방북 소들은 늙은 실향민 사업가 정주영씨를 따라 넓게 트인 통일대교를 건너 판문점으로 향했습니다.
MBC뉴스 유재용입니다.
(유재용 기자)
뉴스데스크
충남 서산농장에서 판문점까지 260km길 소 500마리 수송[유재용]
충남 서산농장에서 판문점까지 260km길 소 500마리 수송[유재용]
입력 1998-06-16 |
수정 1998-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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