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기관 민원 헛수고- 본래 관청에 되돌아가]
● 앵커: 어떤 관청에 문제가 있어서 그 관청의 상급기관에 민원을 제기하면 의례 다시 본래 관청으로 민원이 돌아가고 맙니다.
하나마나한 우리 민원처리 현실, 이용마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김제시 백구면의 한 농촌마을에 어느 날 천청벽력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마을 한 가운데로 4차선 도로가 뚫린다는 것입니다.
이리 국토관리청이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4차선 도로를 내기로 하면서 주민들은 하루아침에 논밭을 잃고 500년 된 한 마을이 2개로 쪼개지게 됐습니다.
마을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이 빨간 깃대를 따라 5m가 훨씬 넘는 높이의 도로가 생길 예정입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주민들은 청와대를 비롯해 각지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지난 4년간 돌아온 답변은 한결같았습니다.
민원을 받은 모든 행정부서는 본래 관청인 이리 국토관리청으로 민원해결을 돌려보냈고, 이리 국토관리청은 끔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 박준철(김제시백구면 석담리 이장): 현지에 가서 답사를 해 가지고 확실한 거를 어떻게 하라고 그렇게 지시를 해도 나와 보지도 않고 우리보고 도로 내는데 협조해달라고 이런 식으로 회신이 와서…
● 기자: 결국은 하나마나한 민원이 되고 말았습니다.
공무원들이 졸지에 쫓겨나 끊임없이 민원을 제기했지만 헛수고에 그친 경우도 있습니다.
행정자치부는 작년 임용 전 저지른 잘못으로 이미 법적 처별을 받은 공무원 2,400여명을 임용 부적격자로 분류해 면직 조치했습니다.
2-30년 동안 정상적인 공직생활을 해온 공무원들은 억울하다며 청와대를 포함해 온갖 군데에 구제를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민원은 모두 행정자치부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 김영부(공무원 임용취소 대책위 회장): 총리실에서 행자부로 가고, 행자부에서는 자기들이 한번 결정단계에 대해서 조금만 어떤 대책이나 심도 있게 논의한번 안하고 전에 한번 회신했던 것으로 10년이 되던…
● 기자: 서울 상봉터미널입니다.
이 터미널에서는 본래 강원도 방향을 독점으로 운행했으나 지난 90년부터 동서울터미널이 이 노선을 함께 운행함으로써 승객이 1/5로 대폭 줄었습니다.
당연히 수십억의 적자에 허덕였습니다.
상봉터미널측은 노선을 다시 조정해줄 것을 서울시에 수십 번 요청했으나 허공의 메아리에 불과했습니다.
● 최창호 이사 (㈜신아주): 그때부터 여태껏 서울시에서 기다려 달라 기다려 달라 하는 회신밖에…
● 기자: 정부는 항상 억울한 사람들을 위해 눈과 귀를 열어두고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억울한 민원일수록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 또한 현실입니다.
MBC뉴스 이용마입니다.
(이용마 기자)
뉴스데스크
상급기관 민원 헛수고- 본래 관청에 되돌아가[이용마]
상급기관 민원 헛수고- 본래 관청에 되돌아가[이용마]
입력 1999-04-21 |
수정 1999-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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