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소보 난민들의 설움, 폐허 현장 취재]
● 앵커: 지뢰 제거 작업 등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도 코소보로 돌아가는 난민들이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향에서 정작 그들을 맞아준 것은 약탈당했거나 폐허가 된 터전이었습니다.
홍순관 특파원이 현지에서 전해드립니다.
● 기자: 사미 지마.
23살, 프리슈티나에서 아버지가 물려준 이발소를 8년 동안 운영하던 이발사 청년.
마케도니아에 피난 중 취재진의 운전기사로 일하는 기회를 이용해 프리슈티나 집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마을 어귀 두 달여 만에 만난 이웃들에게 안전 여부부터 묻습니다.
● 사미 지마: 아직도 세르비아 경찰이 있나요?
어제부터 세르비아 경찰이 눈에 많이 띄지 않는다.
● 기자: 피난 가면서 친척과 이웃들이 들여놓은 차들 중 성한 것은 한 대도 없습니다.
온통 어지럽혀지고 흩어진 세간살이와 옷가지들을 마주하고는 이발사 청년의 눈이 충혈 되기 시작합니다.
지붕이 휑하니 뚫려 있고, 불타고 뒤죽박죽이 된 이곳이 전쟁 전 이웃들의 머리를 다듬어 주던 곳이라고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이발소는 이렇지만, 다행히 집은 폭격을 당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가족들이 다 무사한 것을 다행으로 여깁니다.
옷을 입어 보고 앨범을 들여다보며 메었던 가슴이 조금 풀리는 듯합니다.
● 사미 지마: 가게를 다시 시작하겠다.
그러면 생활이 옛날처럼 될 것이다.
● 기자: 나토군이나 국제 구호단체들은 도시 지역 외에는 아직 안전이 확보되지 않아 난민들의 귀환을 만류하고 있지만, 사미 청년처럼 내 집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국경을 넘는 난민들이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프리슈티나에서 MBC뉴스 홍순관입니다.
(홍순관 기자)
뉴스데스크
코소보 난민들의 설움, 폐허 현장 취재[홍순관]
코소보 난민들의 설움, 폐허 현장 취재[홍순관]
입력 1999-06-15 |
수정 1999-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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